이 기사는 2018년 09월 11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용하던 공모펀드 시장에 최근 들어 시끄러운 일이 있었다. 바로 가치투자의 명가로 불리는 신영자산운용의 대표펀드 매니저인 박인희 배당가치본부장이 퇴사한 것이다. 박 본부장이 운용했던 '신영밸류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주식)'은 신영운용 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펀드였을 뿐 아니라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중에서도 제일 크다.그는 16년 간 펀드매니저 생활을 했고 12년을 신영운용에 몸담았다. 신영운용이 첫 손가락에 꼽히는 국내 액티브주식형 펀드 하우스로 거듭난 것도 박 본부장의 역할이 컸다.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는 박 본부장의 손에서 조 단위의 펀드로 성장했다. 박 본부장은 펀드 덕에 20년 만에 처음으로 '자랑스런 신영인 대상'을 받기도 했다.
회사와 함께 성장했던 박 본부장이 사의를 표한 이유는 다소 의아했다. 표면상 드러난 이유는 '육아에 전념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신영운용은 지난해 허남권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대표로 오른 후에는 공공연하게 육아를 위해 재택근무를 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여러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어서 더 의구심을 샀다. 그래서 박 본부장의 퇴사에 대해 소문도 많았다.
흔히 펀드매니저가 교체되는 다수의 운용사들은 팀제 운용을 도입해 펀드매니저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펀드성과가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신영운용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펀드에 있어서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매니저 교체다. 종목구성은 공동으로 가져간다고 해도 매수·매도타이밍이나 종목비중 조절은 펀드매니저의 역량이 작용한다.
다행히 신영운용은 '가치투자'라는 뚜렷한 운용철학을 가지고 있고, 시장 상황에 따라 무리하게 종목을 교체하는 하우스가 아니라는 인식 덕에 판매사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한 판매사 펀드 담당자는 "매니저가 육아휴직으로 3개월 간 자리를 비워도 별 문제없는 펀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니저 교체가 큰 문제가 아니라면 운용사들이 펀드 매니저 이탈을 막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실제 박 본부장은 운용사 내에서도 재량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단위의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10%대의 성과를 낸 점을 고려하면 매니저의 역량이 중요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올해 들어 신영운용은 수익률 측면에서 대다수의 펀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운용사 평균수익률이 마이너스(-) 9%대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상황이 신영스타일대로 가고 있지 못하고 있어서'라는 평이 대다수이지만 시장이 늘 원하는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신영운용은 매니저 변경과 시장이라는 악재를 동시에 안고 가고 있다. 이번 사태를 잘 넘길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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