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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플래닛·테크엑스 합병, 일감규제 피하기 목적? 공정위, SKT 집중 조명…자회사 통합해 내부거래비중 대폭 축소

김장환 기자공개 2018-09-12 08:02:24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1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이 자회사 SK플래닛과 SK테크엑스를 합병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부담을 크게 경감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집중 점검하고 나선 가운데 이뤄진 변화란 점이 주목된다. 공정위 규제를 근본적으로 피해가기 위해 추가적인 변화를 모색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0일부로 SK텔레콤 현장조사를 마무리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28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SK텔레콤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하고 그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왔다. 당일 현장조사에 그치지 않고 조사관이 상주하며 약 2주 동안 조사를 진행했을 정도다.

공정위가 SK텔레콤 조사를 시작한 건 자회사 SK플래닛 및 SK테크엑스 등 자회사간 내부거래 문제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다. SK텔레콤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예외 사항인 '긴급·보안·효율성'에 해당하지 않는 매출 거래까지 이들 자회사에게 몰아 줬다는 의혹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SK㈜ 역시 SK텔레콤과 함께 공정위 현장조사를 받았다.

정작 SK텔레콤은 SK테크엑스의 일감 몰아주기 부담을 이미 어느 정도 해소한 상태다. SK플래닛이 자회사 SK테크엑스를 이달 1일 흡수합병하면서 양사간 매출 거래를 없앴기 때문이다. 2016년 3월 SK플래닛에서 인적분할돼 소프트웨어 개발과 클라우드 스트리밍 기반 미디어 플랫폼 사업을 벌였던 SK테크엑스는 이제 SK플래닛 사업부로 편입됐다.

양사의 합병 자체가 내부거래 문제를 의식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엿보인다. SK테크엑스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SK테크엑스는 지난해 1959억원대 매출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1925억원이 SK텔레콤 등 계열사로부터 발생했다. 내부거래비중이 97.3%에 육박한다. 독립된 법인이었음에도 사실상 내부 사업부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SK텔레콤 의존도가 높았다.

반면 SK플래닛은 외부 일감이 많다. SK플래닛은 지난해 9916억원대 매출을 기록했고 그룹 계열로부터 발생한 매출은 625억원 가량이다. 내부거래비중은 6.3%에 불과하다. 지난해 실적과 내부거래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SK플래닛과 SK테크엑스 합병시 매출은 1조1875억원으로 올라서고 내부거래액은 1925억원이 된다. 내부거래비중은 21.5% 수준이다. SK테크엑스가 독자생존하던 시기보다는 내부거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문제는 양사 합병에도 내부거래 규제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200억원 이상, 혹은 12% 이상 매출이 내부 계열사로부터 발생했을 경우로 삼고 있다. 또한 총수일가가 30%(비상장사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규제 대상이다. 공정위는 법을 개정해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과 해당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특히 공정위가 SK플래닛과 SK테크엑스의 내부거래 문제를 이번에 집중 조명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보면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회사여도 해당 이슈에서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부거래가 과도한 회사이면 어떤 곳이든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SK플래닛의 내부거래 역시 해소가 필요할 수도 있다.

SK플래닛의 내부거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SK텔레콤과 합병이 거론된다. SK그룹이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사업부 물적분할 방식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게 이를 피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

다만 SK그룹 한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문제 때문에 SK플래닛을 SK텔레콤에 합병하거나 하는 방안을 꺼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플랫폼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떼어낸 곳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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