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부동산신탁, 차입형신탁 트라우마…리스크관리모드 [부동산신탁사 리스크점검]④사업비중 타사대비 낮아, "과거 사업손실 영향" 해석
이승우 기자공개 2018-10-17 13:24:00
[편집자주]
금융위기 이후 열위한 시행사를 대체해 부동산 신탁회사들이 개발형 신탁, 즉 차입형 신탁 사업을 적극적으로 늘렸다. 부동산 경기 활황을 등에 업고 신탁회사들의 외형과 수익성은 급격히 개선됐다. 하지만 과도한 사업 확장과 부동산 경기 위축 가능성 등으로 최근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더벨은 부동산신탁회사들의 재무구조와 사업현황 전반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0월 15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부동산신탁의 전신은 1996년 설립된 주은부동산신탁이다. 과거 한국주택은행의 자회사로 출발했고 이후 그룹 전체의 사명 변경에 따라 2002년 지금의 KB부동산신탁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자본금 역시 과거 국민은행이 800억원을 보탰고 이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KB금융지주로 대주주가 바뀌었다. KB부동산신탁의 태생과 현재를 감안하면 KB금융지주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지배구조상 KB부동산신탁은 대주주인 KB금융지주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눈치 살피기는 KB부동산신탁이 자초한 면도 있다. 특히 2000년대 적극적으로 벌였던 차입형신탁 사업에서 크게 손실을 보게 된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그룹 차원에서 보면 KB부동산신탁의 이익기여도는 높지 않다. 2008년과 2010년 그리고 2013년 100억원을 넘지 못했던 KB부동산신탁의 당기순이익은 그룹내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연간 이익은 2조원을 넘는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소극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운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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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부동산신탁은 마진이 높은 차입형신탁 사업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더욱 위축됐다. 차입형신탁사업은 신탁사가 시행사 역할을 하면서 이윤을 크게 수취하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지난 수년간 국내 부동산신탁사들이 차입형 신탁으로 대규모 이익을 보고 있는 사이 KB부동산신탁은 차입형신탁보다 일반 관리형토지신탁에 주력하면서 절대적인 이익 규모면에서 뒤쳐졌다.
신탁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의 차입형신탁사업 건수는 100여건에 이르는 반면 KB부동산신탁의 차입형신탁은 10여건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지난 6월말 현재 KB부동산신탁의 시행사업 중 미분양이 발생한 건 경주 두산위브사업장 하나이다. 이 사업장 역시 차입형신탁 구조가 아닌 책임준공형 사업장이라고 KB부동산신탁 측은 설명했다.
이는 2000년대 지방을 중심의 주상복합 사업장에서 손실을 보면서 그룹 차원에서 차입형신탁 사업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 즈음 감독당국도 차입형신탁 사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자 KB금융그룹 차원에서 신탁 계열사의 리스크관리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입형신탁 구조였던 지방 주상복합사업장에서 고전을 겪자 KB금융지주 측에서 차입형신탁에 대한 대여금 한도를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것으로 안다"며 "KB부동산신탁과 지주가 차입형신탁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KB부동산신탁은 차입형신탁 대신 책임준공형 구조의 사업으로 돌파구를 삼고 있다. 사업 초기 자금조달에 대한 부담이 없는 책임준공형 신탁은 차입형신탁보다 보수와 리스크가 낮은 편이다. 다만 중소형 건설사를 대신해 책임준공을 약속하는 구조로 시공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신탁사가 부담을 질 수도 있다. 신탁사가 책임을 지고 어떻게든 완공을 시키겠다는 보장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책임준공형 구조 역시 리스크가 없지는 않다. 미분양 혹이 공사 지연시 리스크는 차입형신탁 구조 사업에 버금간다. 최악의 경우 신탁사가 준공까지 자금을 어떻게든 대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말 기준 KB부동산신탁이 벌이고 있는 책임준공 신탁사업은 세종시 어진동을 비롯해 총 31건이다.
이에 대해 KB부동산신탁은 "책임준공 의무부담약정과 관련해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나 그 가능성이 높지 않고 손실금액을 신뢰성있게 측정할 수 없다"며 "재무제표에는 이러한 영향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KB부동산신탁의 계열사와의 거래 의존도는 낮은 편이다. 작년말 기준 계열사로부터 일으킨 수익이 18억원에 그치고 있다. 다만 KB금융지주로부터 124억원 규모의 채무부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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