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정책의 역설…주가급락은 코벤펀드 탓 메자닌·유상증자·IPO에만 집중 투자…신주 발행 급증, 기존 주식가치 하락
이충희 기자공개 2018-11-05 07:28:00
이 기사는 2018년 11월 01일 10: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만든 코스닥 정책들이 오히려 주가 급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역설적인 평가가 업계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 같은 조단위 금융상품이 인위적으로 설정되면서 메자닌, 유상증자, IPO 신주 발행을 급격히 늘린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다.유통 주식에 투입됐어야 할 기관 자금이 신주 발행에만 대거 쏠리게 되자, 기존 주식 가치는 하락할 수 밖에 없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넘쳐나는 메자닌 "유통주식 투자 왜 하나요"
올 상반기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총액은 약 4조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7조1700억원 규모였던 연간 발행량은 올해 이를 넘어선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자닌 발행을 부추겼던 건 단연 코스닥 벤처펀드였다. 3조원까지 불어난 자금을 바탕으로 코스닥 상장사들의 메자닌 발행을 적극 독려했다. 이자율 0%에 자금 조달할 길이 열렸던 상장사들은 앞다퉈 CB 발행에 나섰고, 결국 잠재 전환주식수가 폭증하게되는 결과를 불렀다.
코스닥 벤처펀드들은 아울러 전환상환우선주(RCPS) 유상증자나 IPO 신주 투자에도 적극 참여했다. 코스닥 벤처펀드를 대상으로 발행되는 RCPS는 CB와 비슷한 형태로 설계돼 기관 투심을 더욱 자극했다. IPO 물량까지 우선 배정 받으면서 자산운용사들이 기존 유통 시장에서 주식 투자를 거의 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가 하방을 막아주는 메자닌 발행이 넘쳐나는데 누가 유통주식에 투자하려 하겠느냐"면서 "메자닌 말고도 IPO 신주, RCPS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기존 발행 주식을 담지 않고도 펀드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3조원 규모 코스닥 벤처펀드 자금이 증시에 직접 투입되는 효과는 거의 없었다"며 "오히려 새로 발행되는 주식 수만 급증시키면서 주가에는 역효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리픽싱 급증, 내년 신주 발행량 더 커질듯
올해 발행된 메자닌이 본격적으로 주식 전환되는 내년부터는 주가 하락을 더 강하게 부추길 것이란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지난 10월 한달 간 상장사 메자닌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공시는 총 67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되면 원래 발행하기로 했던 신주 수량이 더 늘어나 기존 주식 가치가 하락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
일각에선 리픽싱 효과를 보기 위해 상장사와 운용사가 일부러 주가를 흘러내리게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보통 리픽싱을 통해 최초 전환가의 70% 수준까지 전환가를 하락시킬 수 있어 투자자 입장에선 훨씬 이득이 된다. 시장 관계자는 "기관들이 리픽싱을 위해 일부러 주가를 하락시킨다는 거친 주장을 아예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연초 정부가 코스닥 벤처펀드를 통해 주가를 부양할 것처럼 홍보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코스닥 부양책으로 내세웠던 코스닥 벤처펀드 때문에 신주 발행만 넘쳐나게 되는 상황을 왜 예견하지 못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장 흐름을 거스르는 정책으로 주가 부양을 꾀하려 했으면 규정을 더 세심하게 짰어야 했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신주 투자에 전혀 제한을 걸지 않으면서 메자닌만 100% 담는 코스닥 벤처펀드가 넘쳐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책 관계자들이 세부 운용전략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인위적 펀드를 만들었던 게 패착이었다"면서 "정책 성과 알리기에만 몰두했지 운용사들이 어떤식으로 투자하게 될지에 대한 접근이 전혀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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