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포스코, AAA급 둘러싼 뒤바뀐 운명 [현대차그룹 신용 불안]민간 VS 공기업 출신, 최고 등급 등극·추락 반복?…이번엔 정반대 양상
전경진 기자공개 2018-11-12 14:19:04
이 기사는 2018년 11월 08일 16: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크레딧 시장에 역사적인 사건을 일으킨 두 기업이 있다. 바로 현대자동차와 포스코다. 현대자동차는 2012년 말 순수 민간기업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AAA 등급을 보유한 입지전적인 회사로 기록됐다. 삼성전자의 국내 신용등급이 소멸된 후 현대자동차의 AAA급 신용도가 갖는 상징성은 더 컸다. 반면 공기업으로 출발해 AAA급 터줏대감으로 군림해 왔던 포스코는 2014년 역사상 처음으로 최우량 등급을 반납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이런 두 기업의 입장이 최근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업종 불황과 실적 저하의 부침을 겪으면서 등급 사수에 '비상등'이 켜졌다. 완성차 업계 경쟁이 심화되는 중에 신차 출시까지 늦어지면서 위기는 더 커졌다. 특히 반복되는 '리콜' 이슈로 품질에 대한 신뢰도까지 떨어졌단 점은 우려스런 부분이다.
포스코는 AAA급 회복을 눈앞에 뒀다. 크레딧업계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 중 AAA급 복귀가 가시화됐단 분석이 나온다. 수년간 업황 부진, 경쟁심화, 계열사 부실이란 삼중고를 겪자 발빠르게 '긴축 정책'에 돌입한 것이 '빛'을 내게 된 셈이다.
◇추락하는 현대차…지연 돼온 신차 출시·낮아진 수익성
현대자동차가 AAA급 신용등급을 획득한 것은 지난 2012년말이다. NICE신용평가를 필두로 국내 3대 신용평가사 모두 최고 신용등급을 평정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30위권에 멤돌던 회사가 5위권의 '탑 티어' 기업으로 성장한 덕분이었다. AAA등급 평정 후 영업이익은 매년 감소했지만 높은 시장 점유율과 안정적인 재무구조로 신용등급을 방어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2012년 현대차의 연결기준 영업이익(EBIT)은 8조436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말 4조5747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하지만 올해 3분기 '어닝 쇼크'가 발발하기까지 신용등급에 변동이 없었다. 3분기 영업이익이 288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040억)와 비교해 5분에 1 수준으로 줄어든 후에야 AAA 등급의 아웃룩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을 뿐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 신차 출시가 늦어지는 등 문제는 있었지만 신흥국에서 판매량이 늘면서 선방하는 모습이었다"며 "현재는 조정영업이익률이 1.3%에 불과하는 등 수익창출력까지 상당히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신속한 위기 대응으로 반등…AAA급 회복 가시화
반면 이 기간 포스코의 변화는 뚜렷하다. 포스코는 2014년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을 AA+로 한 노치(Notch) 내리면서 AAA급 회사의 지위를 잃게 됐다. 경쟁 심화, 원자재 가격 상승, 업종 불황이 겹친 데다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 등 계열사의 부실이 현실화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다.
하지만 포스코의 위기 대응은 파격적이었다. 이상 징후가 포착되자마자 디레버리징과 자산매각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지기 시작했다. 우선 올해까지 총 150여건의 사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투자 및 차입 경영을 자제해 4년간 약 7조원의 재무개선 효과까지 거뒀다. 신평사들은 부실 계열사 중 포스코에너지의 정상화는 상당 수준 완료된 상태로 보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연결기준 커버리지 지표(순차입금/EBITDA)는 올해 3월 이미 1.1배로 신용등급 상향 조건(2.0배 이하)까지 충족하고 있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의 정상화는 시일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포스코의 AAA등급 복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어닝쇼크' 보다 뼈아픈 '품질 신뢰도' 하락
현대자동차와 포스코의 장래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 역시 상반된다. 우선 올해 3분기 현대자동차의 실적 타격은 1회성 비용 지출 탓이 컸다. 연초 발생한 북미 에어백 리콜 관련 983 억원, KSDS (Knocking Sensor Detection System) 관련 1510억원, 지난해 상반기 진행했던 Theta 엔진 추가 리콜 관련 1483 억원, 기타 자발적인 품질개선 캠페인 비용 1000억원이 판매보증 충당금으로 계상됐다. 또 원·달러 환율 강세에 따른 영업손실 약 600 억원, 신흥국 환율 약세에 따른 영업손실 약 1900억원 반영됐다.
하지만 우려스런 부분은 매년 반복되고 있는 '리콜' 사태로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단 점이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품질 관련 비용처리가 재발되지 않는다는 신뢰가 필요하단 분석이 나온다.
반면 포스코는 5년간 45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까지 발표하며 개선된 기업 상황을 대내외로 알리고 있다. 특히 이중 10조원가량은 2차전지 소재 부문 기술력 강화에 사용하는 등 미래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있단 평가다.
시장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시장 내 위상을 볼 때 위기가 심화될 것 같진 않지만 품질에 대한 신뢰 회복은 중요하다"며 "탑티어 완성차 업체에게 EBITDA 마진률 8%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기 보단 체급에 맞는 신용평가 틀이 새로 마련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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