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1월 29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항상 '촉'을 세우고 주시하는 사안 중 하나가 투자자 보호다. 재무 상태가 부실한 기업일수록 엄중해진다. 공모시장에서 자금을 모으는 딜의 경우 투자자에 최대한 정보를 공개했는지가 핵심이다. 조금이라도 미진하면 정정신고를 요청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해당 이슈어는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1조3000억원을 빌려 코웨이 재인수에 나선 웅진그룹은 어떨까. 인수 주체로서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웅진씽크빅이 그 주인공이다. 8월 31일 첫 증권신고서가 나왔지만 최종본은 11월 21일에야 완성됐다. 무려 다섯번의 정정신고다. 한두 번은 감독원의 관심으로 치자. 이 정도면 끝까지 가보겠다는 심산이다.
워낙 여러번 '덧칠'이 이뤄지다보니 수정 문구도 형형색색이다. 파란색과 녹색으로 부족해 빨강, 자주, 노란색까지 동원됐다. 약 3개월만에 신고서 내용은 아예 딴판으로 바뀌어 있었다. 투자자 정보 공개라는 측면에서 조금이라도 문제될 소지는 만들지 않겠다는 감독원의 의지가 역력하다. 웅진 재무여력에 대한 불안감이 그 정도라는 얘기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투자위험요소에 명기된 코웨이 인수 시 차입금 상환 계획이다. 2021년까지 원리금 상환 계획, 이자비용·영업이익 전망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M&A 인수 주체가 이 정도까지 구체적으로 조달 플랜을 공개하는 건 흔치 않다. 웅진 측은 감독원이 요구한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1조7000억원 인수금 가운데 1조3000억원이 빚이다. 인수금융만 9000억원이 넘어 배당금으로는 이자 비용을 내는 것도 버겁다. 당장은 돈이 없으니 앞으로 벌어서 갚아나겠다는 취지로 요약된다. 레버리지 극대화다. 웅진 측은 코웨이가 7~8%의 성장률을 유지하면 원리금 상환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가만보고 있을 미디어가 아니다. 과도하게 낙관적 실적 전망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원금 상환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우려도 잇따랐다. 차입금 상환 계획이 이 정도로 구체적이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비판이 상당수였다. 물론 어떤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면 언론의 속성상 그 자체를 물고 늘어졌을 가능성도 높다.
웅진그룹은 억울해한다. MBK파트너스도 비슷한 레버리지 비율로 인수했는데 웅진에 대해서만 유독 불신이 높은 것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웅진 관계자는 "아직 끝난 딜도 아닌데 너무 처음부터 기를 죽이고 있다"며 "웅진이 다시 코웨이 경영권을 찾아 제대로 회사를 키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웅진이 어떤 곳인가. STX, 동양 등과 함께 중견그룹사의 구조조정 사례로 빠지지 않는 기업이다. 법정관리까지 가면서 알짜였던 코웨이를 사모펀드에 넘겨야 했다. 윤석금 회장도 경영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바 있다. 이랬던 그가 코웨이를 다시 인수한다고 하니 투자자와 감독원이 우려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웅진그룹이 업계의 불안한 시선을 겸허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경쟁자도 없었으니 '승자의 저주'를 거론할 만한 사안도 아니다. 억울해 하기보다는 부실한 재무여력을 인정하고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는게 우선이다. 과거 윤 회장의 뚝심과 경영 노하우에만 코웨이 명운을 걸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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