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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재테크' 공모펀드가 불안하다 [thebell note]

최은진 기자공개 2018-12-03 15:23:47

이 기사는 2018년 11월 29일 08: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직장인이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월급을 최대한 아껴 쓰며 저축을 늘려나가거나 투자를 통해 쌈짓돈을 조금씩 불려나가는 방법 뿐이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시중은행에 돈을 맡기면 5% 이상의 금리를 받았다. 저축은행에 가면 10%에 육박하는 금리도 볼 수 있었다. 저축만으로도 충분히 종잣돈을 모을 수 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대 , 저축은행에 가도 3% 금리를 받기 어렵다. 2%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이자율은 마이너스다. 저축만으로는 절대로 돈을 모을 수 없는 저금리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결국 열심히 일해 번 돈을 최소한 까먹지 않기 위해서라도 투자는 불가피하다.

직장인들이 할 수 있는 투자로는 주식이나 공모펀드가 가장 쉽다. 직장인의 평균 월급이 수백만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어야 하는데, 랩어카운트나 신탁, 헤지펀드 등은 최소 가입금액이라는 제한이 있다. 주식은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에 상당한 리스크가 따르니 결국엔 펀드 정도가 직장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이 된다.

그렇다면 공모펀드가 서민들의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 질문의 답은 '아니오'다. 수년째 2000선에 머물러 있는 지지부진한 주식시장, 장기투자하면 무조건 수익을 볼 수 있다던 무책임한 판매사, 시장 상황 탓 하기 바쁜 운용사. 투자자들은 공모펀드 시장에 등을 돌리고 있다.

최근 10년 새 공모펀드 설정액은 203조원에서 238조원으로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사모펀드는 93조원에서 325조원으로 세배 이상 늘었다. 펀드수로 따지면 공모펀드는 4267개에서 4200개로 오히려 줄었다. 사모펀드는 4640개에서 9877개로 약 두배 가량 증가했다.

운용업계는 '공모펀드 시장이 완전히 죽었다'는 말에 이견없이 동의한다. 공모펀드로 성장한 대형 운용사 조차도 신규 먹거리를 고민하며 이 시장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판매사들도 공모펀드를 외면하기는 마찬가지. 인기 없는 공모펀드보다는 눈길을 끌 수 있는 사모펀드나 해외주식 판매에 몰두하고 있다.

언뜻보면 경쟁력 없는 상품이 외면받는 게 뭐가 대수일까 싶기도 하지만 공모펀드 시장이 몰락하면 생각보다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서민들의 거의 유일한 재테크 수단이 사라지면서 중산층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운용업계가 위축되면서 자본시장의 자금줄이 막히고, 더 나아가 금융시장 시스템 자체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공모펀드 시장에 희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 정책은 사모펀드 육성에만 쏠려 있고 운용사나 판매사는 공모펀드를 뒷전으로 미뤄두고 있다. 인기 없는 상품에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계산이다. 열정이 없는 시장에 성과가 날 리 만무하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2007년이 떠오른다. 미래에셋이 설정한 '3억만들기펀드'를 가입하며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이 펀드는 최근 10년간 20% 손실을 봤다. 공모펀드가 진정한 서민 재테크의 중심에 설 날이 오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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