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2월 04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펀드 판매처인 KB국민은행은 올해도 일부 펀드를 라인업에서 퇴출시켰다. 중장기 수익률이 부진하거나 설정 규모가 미미한 상품이 대상에 올랐다. 시장상황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판매를 중단한 상품도 있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해들어 20종의 펀드를 판매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이들 펀드는 국민은행 창구에서 가입할 수 없다. 적립식, 임의식, 인터넷 클래스 등 모든 투자가 불가능하다. 다만 기존에 가입된 상품이 있는 경우에 한해 추가 불입은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국내서 가장 많은 공모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최대 창구다. 국민은행이 판매한 공모펀드 잔고만 14조원, 전체 83개 판매사 중 7.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대 펀드 판매처답게 주기적으로 성과 부진 상품을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등의 사후 관리를 하고 있다.


올해 3월 국민은행은 한국투신운용이 운용 중인 '한국투자 ELS 지수연계 솔루션 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파생형)'과 프랭클린운용이 설정한 미국과 일본에 투자하는 펀드 4종을 판매 중단 시켰다.

이 중 한국투자 ELS 지수연계 솔루션 펀드의 경우 지난해 국민은행이 추천 펀드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적극적으로 마케팅 하던 상품인데, 1년도 안 돼 가판대에서 내려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리테일(Retail) 고객을 중심으로 수백억원을 판매했지만 최근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12%에 그쳤다. 수익은 커녕 하락장 방어도 못했다는 판단으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지난 7월에는 아시아, 이머징 등에 투자하는 해외펀드를 포함해 총 8종의 공모펀드를 판매 중지 시켰다. 'KB 이머징 국공채 인컴 증권자투자신탁 (채권 )', 블랙록 아시아 퀄리티 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H), 피델리티 이머징마켓 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 등 이머징과 아시아에 투자하는 해외펀드는 시장상황 상 투자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가판대에서 내렸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이머징에 투자 돼 있는 자금들이 대거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결정이었다.

수익률이 저조하고 운용규모가 작은 펀드도 퇴출 대상이 됐다. '키움 프런티어 뉴인덱스 플러스α 증권투자신탁 F-1호(주식-파생형)'과 '교보악사 파워인덱스 증권자투자신탁 2호(주식)'은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로 최근 1년간 -15%, -14% 성과를 나타냈다. 펀드 운용규모는 각각 100억원, 5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10월에는 성과 부진 주식형 펀드 5종이 라인업에서 제외시켰다. 대부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특히 계열 운용사인 KB운용의 상품이 2종이나 있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KB 퀀트 인덱스 증권자투자신탁(주식), KB 그로스 적립식 증권자투자신탁 제1호(주식)가 대상이 됐다.

유리운용이 설정한 '유리 스몰뷰티 증권투자신탁(주식)'의 경우에는 중소형주가 부진한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판매 중단을 내렸다. 이 상품은 최근 1년간 25% 손실을 봤다. 중소형 가치주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경쟁 펀드보다 성과가 더 부진한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이스트스프링운용의 대표 국내펀드인 '이스트스프링 업종일등 증권자투자신탁 제2호(주식)'도 판매를 중단했다. 이 펀드는 최근 1년간 18% 손실을 봤다. 코스피 지수가 같은기간 15%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수익률보다 더 많이 하락한 셈이다. 국민은행은 펀드가 코스피 지수는 물론 동종 유형 펀드 중에서도 하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 퇴출을 결정했다.

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타사와 다르게 주기적으로 펀드 성과를 점검해 부진한 성과가 이어지는 상품에 대해서는 아예 판매 중단을 하고 있다"며 "최대 판매처인 국민은행으로부터 퇴출받는 펀드의 경우 불명예스러운 것은 물론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