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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적대적 M&A의 기원(1): 최초의 적대적 M&A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8-12-17 08:00:49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0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적대적 M&A시장의 원조 미국에서 최초의 적대적 M&A는 1974년에 광업 분야에서 일어났다. 캐나다의 잉코(Inco: International Nickel Company)가 필라델피아 소재 당시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회사 ESB를 적대적으로 인수한 것이다. 잉코를 대리한 투자은행은 모건스탠리였고 로펌은 스카든압스였다.

적대적 M&A가 이제는 당연한 사회현상이지만 당시만 해도 남의 회사를, 더구나 외국회사가 적대적으로 인수한다는 것은 잘 용인되지 않았다. 특히 투자은행과 로펌이 그 일을 대리했다가는 동병상련인 업계에서 괘씸죄에 걸려 다른 업무에서 소외될 위험이 있었다.
모건스탠리와 스카든압스는 모험을 한 것이다. 그 모험은 대성공이었다.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적대적 M&A 시장이 열리면서 두 회사는 선두주자가 되었다. 투자은행 업무는 1960년대까지 95%가 증권인수업무였다. 그러나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었다. 보수적인 하우스인 모건스탠리가 M&A로 방향을 바꾼 이유다.

당시 ESB의 경영진이 ‘적대적'(hostile)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해서 오늘날 적대적 기업인수(hostile takeover)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다. 금기시되던 적대적 인수가 투자전문회사가 아닌 명망 있는 제조회사에 의해 시도되었고 명성있는 투자은행과 로펌이 참여했기 때문에 정당한 경제행위로 인식되게 된 것이다.

ESB는 골드만삭스에 SOS를 쳤다. 골드만은 한 해 후에 United Technologies로 이름을 바꾼 United Aircraft를 백기사로 수배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ESB는 결국 잉코에 인수되었다. 인수가격 경쟁을 세번이나 했지만 잉코가 더 높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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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코는 ESB를 적대적으로 인수했지만 재무적으로는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가격경쟁 때문에 너무 비싸게 샀다. 적대적 인수였던 탓에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고 무엇보다도 독점금지법상의 이유 때문에 ESB를 인수하고도 무려 39개월 동안이나 회사의 경영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배터리의 주원료가 당시에는 니켈이었다. 결국 잉코는 1981년에 ESB가 적자를 내자 4개로 나누어 매각해버렸다.

재미있게도 미국 최초의 적대적 M&A 드라마에서 주인공이었던 잉코는 2005~6년에 다시 4자 간 우호적/적대적 M&A 드라마의 중심에 서게 된다.

2005년 10월에 잉코는 세계 최대의 니켈 생산기업이 되기 위해 라이벌 팔콘브리지(Falconbridge)의 사업을 120억 달러에 인수하려는 제안을 냈다. 팔콘브리지도 캐나다 회사다. 그러자 스위스의 엑스트라타(Xstrata)가 팔콘브리지를 적대적으로 인수하려고 시도했다. 엑스트라타는 이미 팔콘브리지의 20% 주주였다. 엑스트라타가 인수 경쟁에서 이겼다. 팔콘브리지의 포이즌 필 때문에 주가가 28 달러에서 62.5 달러로 치솟았으나 엑스트라타는 팔콘브리지 인수를 마무리했다.

잉코가 팔콘브리지 인수 시도를 개시하자 2006년 5월에 Teck Cominco가 잉코를 160억 달러에 인수하려는 적대적 M&A를 개시했다. 잉코가 팔콘브리지 인수를 포기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자 6월에는 Phelps Dodge가 잉코와 팔콘브리지를 패키지로 약 40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잉코가 팔콘브리지를 인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계획은 무산되었다.

이렇게 미국을 떠들썩 하게 했던 잉코는 2006년에 브라질의 광업회사 발레(Vale)가 194억 달러에 인수해서 발레잉코가 되었다가 지금은 발레캐나다가 되어있다. 발레는 현재 세계 1위의 철광석과 니켈 생산회사다. 1942년에 설립되어서 1997년에 브라질 정부가 민영화했다.

현재 글로벌 천연자원(광업)산업의 선두기업들은 스위스/영국의 글렌코어(Glencore), 1885년에 세워진 영국/호주의 BHP Billiton, 1873년에 세워진 역시 영국/호주의 리오틴토(Rio Tinto) 등이다. 발레는 중국의 신화에 이은 5위다. 글렌코어는 2013년에 엑스트라타를 흡수합병했다. 이들 중 BHP와 리오틴토가 적대적 M&A 전쟁을 치렀다.

2007년 11월에 BHP가 리오틴토를 인수하려고 하자 리오틴토는 저평가를 이유로 거절했는데 BHP는 다시 1,470억 달러에 적대적 M&A를 개시했다. 이 와중에 중국의 국영기업인 치날코(Chinalco)와 미국의 알루미늄 제조사 알코아(Alcoa)가 런던증권거래소에서 리오틴토 지분의 9%와 3%를 각각 취득해서 BHP의 리오틴토 인수를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BHP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유로 2008년 11월에 리오틴토에 대한 적대적 M&A를 포기했다.

2009년에 치날코는 약 200억 달러의 추가적인 투자를 통해 리오틴토 지분을 18%까지 올리려고 시도했으나 리오틴토의 주주들과 호주 정부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두 회사는 이후 2017년까지 합작사업을 영위했다.

세계 최초의 적대적 M&A도 광업 분야에서 발생했었다. 1956년에 British Aluminium이 미국의 Reynolds Metal과 영국의 Tube Investments에 적대적으로 인수되었다. 당시 성장세에 있었던 투자은행 워버그(S. G. Warburg)의 작품이다. 이 사건은 ‘알루미늄 전쟁'이라고 불렸다. 적대적 M&A가 그 이전에도 없지 않았지만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는 첫 적대적 M&A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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