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라이프, 한발 앞선 자산 운용 전략 [보험사 건전성 리뷰]①부채 듀레이션 30년 조기적용 가능…자산 ·부채 갭 2년 미만으로 축소
신수아 기자공개 2018-12-19 10:19:21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7일 1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말, 모든 보험사가 그간 최장 25년으로 적용받았던 부채 잔존만기(듀레이션, duration)가 30년으로 확대된다. 부채 듀레이션은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 변동성을 키우는 금리리스크와 직결된다. 리스크 축소를 위해서 자산과 부채의 잔존만기 차이(듀레이션 갭, duration gap)를 최소화해야만 하는 이유다.듀레이션 갭 축소를 위한 보험사의 분주한 레이스는 시작됐다. 하지만 일찌감치 과제를 마친 보험사가 있다. 지난해 부채 잔존만기 30년을 적용하고도 듀레이션 갭을 2년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는 오렌지라이프생명(이하 오렌지라이프)이다.
지난 3분기 오렌지라이프의 경영실적발표에 따르면 부채 듀레이션은 12년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자산 듀레이션은 10.1년, 자산·부채 듀레이션의 갭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물론 당장 대형사와 비교하면 듀레이션 갭은 커 보인다. 같은 기간 업계 1위 삼성생명의 자산 듀레이션은 7.3년, 부채 듀레이션은 6.7년으로 집계됐다. 듀레이션 갭은 -0.69년이다. 업계 2위 한화생명 역시 3분기 말 자산 듀레이션과 부채 듀레이션은 각각 7.7년과 7.8년으로 나타났다. 듀레이션 갭이 0.1년까지 좁아졌다.
그러나 세 회사의 수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오렌지라이프만이 이미 부채 잔존만기를 30년으로 적용했다는 사실이다. 각각 25년이 적용된 타사의 경우, 부채 듀레이션은 향후 최대 4~5년까지 많이 늘어날 수 있다. 현 수준에서 우려할 필요 없는 듀레이션 갭이 내년이후 큰 폭으로 벌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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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레이션 갭이 보험사의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건전성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금융 당국의 기조 변화 때문이다. 생보사의 건전성 지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금리리스크는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갭이 클수록 늘어나는 구조다. 자산·부채 듀레이션은 시장금리가 1%포인트 변화할 때 자산·부채의 가치가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나타내는 민감도 지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리스크 확대는 곧 지급여력비율(RBC비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만큼 각 보험사는 듀레이션 갭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부채 듀레이션을 줄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산의 듀레이션을 늘려 격차를 좁혀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 부채는 이미 고객에게 판매한 보험 상품을 의미한다. 이미 판매한 보험 상품의 구조를 바꿀 수 없는 만큼, 보험사가 단기간에 조정할 수 없다. 즉 운용자산의 구성을 바꿔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야 한다.
이어 "반면 오렌지라이프는 장기 채권 중심으로 비교적 길게 자산 듀레이션을 관리해 왔기 때문에 일찌감치 부채 잔존만기 기준을 30년으로 적용해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오렌지라이프의 자산 듀레이션은 10년을 넘어선다. 7년에서 8년 사이에 머무는 삼성·한화생명보다 2.3~2.7년 가량 긴 수준이다. 현재는 시장 내 장기채 물량이 제한적이어서, 자산 듀레이션을 0.1년 늘리기도 쉽지않은 상황이다. 자산 듀레이션 2년 차이가 갖는 경쟁력은 짧게는 수 년, 길게는 수십년간 누적된 결과다.
오렌지라이프는 앞서 장기 채권 중심의 자산운용 외길을 걸었다. 장·단기 채권의 금리 스프레드가 벌어져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 기존 지급여력제도상에서는 보험 부채의 잔존만기를 최장 20년 이상으로 계산할 당시에도 오렌지라이프는 실제 보험 부채 잔존만기가 더 길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실질적인 리스크 대비 차원에서 장기 채권 투자를 고수했다.
앞선 관계자는 "당시 법적 규제를 뛰어넘는 리스크 관리 전략은 오렌지라이프에 손해를 안겼다"며 "20년으로 제한한 부채 잔존만기로 인해 자산 듀레이션이 더 길어져 금리리스크가 오히려 커지는 착시효과가 발생했고 RBC비율 산출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2분기 오렌지라이프가 부채 잔존만기 30년을 적용하자,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은 -0.89년으로 축소, 금리위험액이 절반으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RBC비율은 200%포인트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수준에 접어든 듀레이션 갭에 대한 자신감은 금리리스크 변동에 대한 방어력도 높다는 것을 의미다. 장기채 부족과 저금리 기조 등 비우호적 환경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자산 운용을 펼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오렌지라이프는 지난 2년 동안 4%의 운용자산이익률을 유지해왔다. 같은 기간 업계 운용자산이익률 가중 평균치가 3.8%~3.9%, 단순 평균치가 3.5%~3.7%를 기록했다. 오렌지라이프의 수익률은 업계 평균치 대비 최소 0.1%p, 최대 0.5%p까지 상회하는 수준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의 경우 자산 듀레이션 확대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자산이익률 제고를 위한 전략적 자산 배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지난 3분기 오렌지라이프는 신규투자금리 개선을 위해 위해 전체 운용자산의 6.6%를 수익성이 높은 해외 유가증권, 국내주식, 수익증권으로 담았다. 1년 사이 2.5배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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