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박성욱 부회장에 ICT위원장 맡긴 속내는 하이닉스 실탄 활용 M&A 구상…SKT 중간지주사 전환도 속도
김장환 기자공개 2018-12-19 08:22:29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8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박성욱 부회장(사진)에게 ICT위원장을 맡긴 속내는 뭘까. '아름다운 용퇴'란 해석도 있지만 그렇게만 보기는 어려운 다양한 이유들이 엿보인다. 일단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려놓고도 소속 부회장 직위를 유지하며 ICT위원장을 맡았다. SK그룹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드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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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SK그룹이 박 부회장에게 ICT위원장을 맡긴 건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재편 절차와 맥이 닿아 있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 SK하이닉스는 국내 기업 지분 투자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박 부회장에게 SK하이닉스 자금력을 활용, 투자할만한 국내 기업을 직접 찾아달라는 의미에서 ICT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긴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그의 이동은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절차가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다.
우선 SK그룹은 내년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절차를 서둘러 마무리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을 물적분할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방식의 지배구조 정리 방안이 유력하다. 투자회사는 SK㈜ 밑에서 SK텔레콤 사업회사와 SK하이닉스, SK플래닛, 11번가, SK브로드밴드 등 각기 회사를 거느린 중간지주사가 되는 밑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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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이 같은 방식의 재편을 추진하게 된 핵심 이유는 SK하이닉스가 현 지배구조 하에서 국내 기업 투자를 원활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그 자회사가 될 국내 기업 인수시 지분 100%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SK㈜ 손자회사로 자리잡고 있어 해당 규제에 고스란히 포함된다.
SK그룹은 3조4000억원에 달하는 인수 대금을 들여 SK하이닉스를 인수하고도 이로 인해 SK하이닉스의 유동성을 제때 쓸 수 없었다. SK하이닉스가 20조원 넘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곳임에도 그룹사 차원의 알짜 매물 인수 등을 단행할 때 이를 활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공정거래법상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외 인수·합병(M&A) 시장만 기웃거릴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굴레에서 단번에 벗어날 수 있게 된다. SK하이닉스가 지주사의 자회사로 바뀌어 공정거래법 족쇄를 벗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과 동시에 SK하이닉스는 국내 기업 M&A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M&A 자금줄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본격적인 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박성욱 부회장을 ICT위원장에 올린 것을 봤을 때도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M&A 전략이 향후 이뤄질 것이란 예측을 가능케한다. SK텔레콤 중심의 지배구조 재편 정리에 초점을 뒀다면 기존 위원장이었던 박정호 부회장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더 그럴 듯했다. 하지만 SK그룹은 2017년 ICT위원장을 떠났던 박 부회장을 다시 이 자리로 불러들였다. SK하이닉스 CEO를 오랜 기간 맡으며 회사를 잘 아는 박 부회장에게 반도체 관련 기업 M&A 매물을 알아봐달라는 의미로 읽힌다.
아울러 SK그룹 내부에서는 ICT위원회가 향후 SK하이닉스(반도체) 관련 사업뿐 아니라 SK텔레콤(통신), SK이노베이션(전기차)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정보통신 부문 사업체를 찾는데 주안점을 둘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SK그룹은 박 부회장이 ICT위원장을 맡으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과 관련된 M&A 기업 매물을 찾는 역할에 집중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ICT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정보통신 부문 사업과 관련해 계열사간 공통된 방향성을 갖고 가야 하는 사업전략 등을 조율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구다.
한편 박 부회장이 이끌게 될 M&A의 성패를 가를 키는 '반도체 업황'이 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 및 전문기관은 당장 내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사이클'이 소강 상태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은 이 같은 관측이 '기우'란 입장이다. 이들 업체는 미국과 중국 등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내년에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여 D램 수요 증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공급과잉' 현상이 이어지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약화가 현실화되면 SK하이닉스 실탄을 활용해 각종 M&A전에 나서려는 SK그룹의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설비투자와 유지비 등에 연간 10조원 가량을 활용하는 SK하이닉스로서는 수익 약화시 대규모 M&A를 지원할 여유를 갖기 어렵다. 업계 관측처럼 반도체 업황이 크게 고꾸라진다면 박 부회장을 필두에 한 ICT위원회의 역할도 빛을 볼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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