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재무통, 한국의 인드라 누이를 꿈꾸다 [thebell interview]이윤주 이랜드그룹 총괄 CFO "수익구조 개선 총력"
민경문 기자/ 전경진 기자공개 2018-12-31 08:47:13
이 기사는 2018년 12월 26일 11: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여년 전 펩시(Pepsi)는 경영난에 허덕였다. 탄산음료는 외면받았고 적자사업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2001년 펩시의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오른 인도 출신 여성에 거는 시장의 기대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인드라 누이(Indra Nooyi)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유기농스낵, 무설탕음료 등 사업다각화에 주력했다.변화는 곧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웰빙업체로 거듭한 펩시의 순익은 두 배 이상 늘어났고 주가는 급등했다. 펩시는 2005년 시가총액에서 코카콜라를 제치고 업계 1위에 등극, 만년 2등에서 벗어났다. 성과를 인정받은 인드라 누이는 2006년 펩시의 첫 여성 CEO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0월 은퇴한 그녀는 여성 경영인의 롤모델로 끊임없이 거론되는 인물이다.
이랜드그룹의 총괄 CFO인 이윤주 상무(51. 사진)도 인드라 누이를 본보기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같은 여성 재무통인데다 구조조정이라는 막중한 미션을 맡았다는 점에서도 묘한 공통점이 느껴진다. 이 상무는 "IMF를 겪으며 경리에서 재무 파트를 맡게 됐을 때 그 이름을 알게 됐다"며 "특히 자본 재배치를 둘러싼 통찰력을 그녀에게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CFO가 단순히 돈을 구해오는 지위가 아니라는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상무는 "재무구조 안정화라는 작업 역시 외부 차입뿐만 아니라 자본을 조달해서 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핵심"이라며 "부채비율이나 ROE(자기자본이익률)도 중요하지만 ROIC(투하자본수익률)의 관리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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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재무 총책임자로서 지난 1년 반은 어땠을까. 이 상무는 "15명 정도가 TF를 이뤄 움직이고 있다"며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내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CFO로서 현장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이들과의 의견 조율이 중요했다는 이 상무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말했다.
재무개선 역시 자산매각 외에도 수익성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이랜드월드가 작년 32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4000억원 이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티니위니, 모던하우스 등 영업자산을 처분했지만 오히려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스파오 등 패션 브랜드의 성장이 한몫을 톡톡히 했다.
특히 체질 개선을 통해 부실 사업을 과감히 정리한 점도 주효했다. 이 상무는 "2016년에 적자 부문에만 2600억원 이상의 자본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며 "작년부터 무조건 수익 구조 개선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애슐리를 중심으로 한 외식사업부도 2015년부터 3년간 내리 적자였지만 올해는 100억원 가까이 이익을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상무는 "이랜드 내부적으로 브랜드가 많다보니 '돈주머니 쪼개기'라는 말을 자주 한다"며 "A브랜드가 번 돈을 B브랜드가 말아먹는 걸 지칭하는 말인데 이 같은 경영 비효율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드 이슈 등으로 롯데가 중국에서 철수힌 것과 달리 이랜드가 유독 중국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점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이 상무는 "중국 이랜드의 경우 유력 유통회사와의 제휴전략이 주효했던 만큼 한국기업이라는 인식이 덜하다"며 "오랜기간 중국 정부기관과 맺어온 '관시'와 각종 기부 활동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외자 기업으로는 최초로 중국 정부가 수여하는 자선 분야 최고의 상 ‘중화자선상'을 4번이나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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