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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은 20년 창투사가 주는 교훈

신상윤 기자공개 2019-01-15 08:23:32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4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돈은 많이 풀렸다는데 심사역을 구하지 못해 펀드를 만들 수 없었습니다."

최근 만난 벤처캐피탈 A사 대표가 한숨을 내쉬며 털어놓은 속내다. 그는 지난 몇 년 간 펀드를 결성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맥이 끊긴 벤처펀드를 새롭게 결성해 20년간 이어온 벤처투자업의 업력을 이어가고 싶었다. 정부가 민간 벤처투자자 생태계 조성방안과 함께 예산을 확대 편성하면서 기회도 생겼다.

문제는 펀드를 운용할 인력이었다. 대부분의 투자 심사는 인적 네트워크에서 출발한다. 우수한 인력은 벤처캐피탈의 핵심 경쟁력이다. 투자처 발굴과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의 관리까지 인력의 '맨파워'가 하우스의 성과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위 '맨파워'가 센 인력은 펀드 결성에도 좋은 성과를 낸다.

하지만 A사에는 우수한 인력들이 남아 있질 않았다. 2007년을 끝으로 10년 넘게 펀드를 결성하지 못하면서 인력 이탈이 계속됐다. 시장의 평가도 점점 낮아졌다. 새로운 펀드를 결성해야 투자와 회수의 선순환 구조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펀드 운용 인력을 유지하기도 힘들었다.

어렵사리 금융업계 출신의 전문경영인 등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조직도 재정비했다. 모기업으로부터 든든한 실탄 지원도 약속받았다. 하지만 한번 떨어진 시장의 평가를 다시 세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모태펀드 등이 출자하는 펀드 결성에 번번이 실패했다. 새로 들어온 인력들도 이를 견디지 못해 회사를 떠났다.

결국 A사는 최근 벤처기업부에 창업투자회사 라이선스를 반납했다. 1999년 출범하며 라이선스를 취득한 지 20년 만이다. A사는 한때 3000억원대의 운용자산(AUM)을 보유한 중형 벤처캐피탈이었다. 하지만 인력 관리에 실패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해 10개 넘는 창업투자회사가 출범했다. 벤처투자 규모도 역대 최대인 3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이어질 벤처투자열풍에 우수 인력 확보 경쟁 역시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20년 업력의 A사가 문을 닫은 배경에 우수한 인력 확보 실패와 잇따른 이탈이 있다. 벤처캐피탈업계가 양적인 성장과 더불어 질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우수한 인력을 다수 확보하는 길을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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