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1월 15일 08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 판단은 항상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보전(保全)이라는 '좋은 의도'로 어렵게 내린 결정이 실패로 끝날 때 뒷맛은 씁쓸하다. 실패의 요인 중 하나가 녹록지 않은 외부 환경이었다면 씁쓸함의 맛은 더욱 진하다. 한진중공업의 이야기다.수빅조선소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한진중공업에 있어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었다. 수빅은 한진중공업의 현재이자 미래였다. 부산 영도 조선소가 협소한 부지로 시장 경쟁력을 잃어갈 때쯤 생산기지 확보를 위해 결정한 선택이 수빅이었다. 극렬했던 노사 갈등을 무릅쓰고 경영진이 읍소한 끝에 '돈이 되는 조선 사업'은 모두 수빅으로 몰렸다. 영도는 방산용 군함선 만을 제작하게 했다.
당시 이러한 '몰아주기' 투트랙 전략에 업계의 우려가 컸다. 우려는 현실이 돼 한진중공업그룹은 해체 절차를 밟은 STX그룹과 비교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STX그룹도 중국 대련에 대형 조선사(STX대련)를 세우며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STX대련의 경영 악화로 그 파장이 그룹 전반에 미쳤다. 한진중공업그룹은 STX그룹의 실패를 교훈 삼아야 했지만 아쉽게도 역사는 반복되는 모양새다.
다만 한진중공업그룹의 '끝'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아직 한진중공업그룹이 보유한 율도 부지와 동서울터미널 등 1조4000억원 규모의 자산이 있다. 이 자산은 아직 한진중공업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최우선 목표는 부동산 자산의 가치를 키워 매각하는 것이다. 조선업 외 영위 중인 건설업과 대륜E&S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업에서도 영업이익이 나고 있다. 대륜E&S는 2017년 영업이익으로 104억원을, 한진중공업 건설 부문은 178억원을 냈다. 건설 부문의 경우 지난해에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95억원을 창출해냈다.
물론 아직 자존심이 상할 일이 더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수빅을 제외하고도 한진중공업은 여전히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차입 비중이 과중한 상태라 시장에서는 한진중공업이 조선업을 아예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언제나 기회는 있다. 한 해 11조원의 손실을 봐 몰락 직전까지 갔던 일본의 파나소닉도 되살아났다. 한진중공업그룹이라고 못하라는 법은 없다. 숙제는 자존심 버리기다. 설령 조선업을 아예 포기할지언정 돈이 되는 사업과 안되는 사업의 옥석 가리기를 냉철하게 해야 한다. 율도 부지 매각 등 단기 과제보다 더 중요한 근본 해결 과제다. 위기 극복을 통해 내실 있는 기업집단으로 되살아나는 한진중공업을 기대한다. 한진중공업 내·외부 구성원들의 '봄'을 되찾는 첫걸음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동인기연, 필리핀 바타안경제특구청과 협력 강화
- [i-point]태성, 임대공장 계약 "복합동박 장비 초도물량 대응"
- [상호관세 후폭풍]중국·베트남 생산비중 높은 HS효성, '고관세' 영향 불가피
- [중견 철강사 생존전략]동국산업, 손익 '엇박자'…영업흑자에도 순손실 300억
- [Red & Blue]무상감자에 관세 전쟁까지...'신저가' 찍은 KG모빌리티
- [석유화학 숨은 강자들]유니드, 고ROE와 상반된 PBR…중국공장 신설효과 기대
- [현대차그룹 벤더사 돋보기]에스엘 이사회 '오너 3세' 주축…'역할 분배' 뚜렷
- NH증권 점프업리그, 해외로 확장
- [중견 철강사 생존전략]KG스틸, 그룹내 '유동성 창출' 중심 부상
- KB국민은행, 가판대 대폭 조정…한·중 펀드에 힘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Financial Index/한화그룹]한화그룹, 방산·조선 빼면 전부 PBR 0.5배 미만
- [Financial Index/한화그룹]방산·태양광 희비 '극명'…솔루션 ROE 악화 심화
- [Financial Index/삼성그룹]삼성전자, 잉여현금흐름 '20조' 육박…계열사 대부분 흑자
- [캐시플로 모니터]한화 3형제 가족회사 한화에너지, 가용 현금만 5000억
- [조선업 리포트]한화오션, 든든한 자금줄 산은 덕 현금흐름 '이상무'
- [Financial Index/삼성그룹]삼성전자, 순현금만 93조…차입 부담 버거운 호텔신라
- [Financial Index/삼성그룹]삼성전자, 영업익 본 궤도로…수익성 독보적 1위 삼바
- [Financial Index/삼성그룹]삼성重 매출성장 1위, 삼바·삼전도 반등…고민 깊은 SDI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증자]한화에어로, 차입 조달했어도 부채비율 유럽과 '비슷'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증자]오션 연결로 부채비율 낮췄는데…유증이 최선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