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신촌역사, 아픔 딛고 재기 가능할까 티알글로벌과 소송 장기화…인가전 M&A 시기상조 지적도
진현우 기자공개 2019-01-16 14:16:25
[편집자주]
민자역사 사업은 국유재산인 철도를 활용해 옛 철도청의 경영개선과 이용객의 편의 증진을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상당수의 민자역사가 자본잠식으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더불어 서울역사, 영등포역사, 동인천역사는 점용 기간이 만료돼 이곳에 생계 터전을 꾸린 상인들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는 터. 민자역사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향후 업계에 불어 닥칠 변화의 바람을 예측해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5일 10: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촌민자역사의 기구한 운명은 두 임대사업자와의 연이은 법적 공방에서 비롯됐다. ㈜신촌역사는 공사비 650억원을 투입해 2008년 1월 민자역사를 완공했지만, 정작 지난 12년의 세월을 되돌아보면 임대차계약을 둘러싼 법적 분쟁의 상처만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뿐이다.의류패션 쇼핑몰인 ‘동대문 밀리오레'를 운영했던 성창F&D는 2004년 신촌 민자역사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다만 ‘젊음의 거리'로 기대감을 모았던 대학가 상권은 저조했고, 성창F&D가 마케팅에 열을 올렸던 신촌역 복선전철화 계획도 실현되지 않았다.
허위·사기 분양의 오명을 뒤집어쓴 성창F&D는 ㈜신촌역사를 상대로 선납한 임대료 10년치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성창F&D와 ㈜신촌역사의 소송은 2016년 법원의 중재로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촌역사는 죽은 상권을 다시 살려보겠다는 일념 하에 티알글로벌과 2017년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이들은 임대차계약의 유·무효성을 두고 엇갈린 주장과 반론을 되풀이하고 있다. 법원도 ㈜신촌역사가 티알글로벌을 상대로 제기한 명도단행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권리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성창F&D, 상권변화 예측 실패… 계약 해지 후에도 소송 ‘현재진행형'
신촌민자역사 임대사업자로 선정된 성창F&D는 2006년 건물이 완공된 후 호기롭게 상가 분양사업에 뛰어들었다. 신촌-이대 상권을 하나로 묶는 입지, 경의선 신촌역의 복선전철화에 따른 유동인구 증가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하지만 대학가 상권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성창F&D는 투자자들이 제기한 분양대금 반환소송에서 패소했다. 이에 성창F&D는 ㈜신촌역사를 상대로 선납 임대료 10년치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신촌역사와 30년 장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성창F&D는 민법 651조를 들어 임대차계약기간은 20년을 초과할 수 없다는 조항을 법적 근거로 주장했다.
㈜신촌역사도는 오히려 민법 651조가 헌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위헌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2013년 "임대차 계약기간을 20년으로 제한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신촌역사의 손을 들어줬다.
양측이 체결한 임대차 계약은 결국 2014년 해지됐다. 성창F&D가 2008년부터 임차료, 시설관리용역비, 제공과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소송은 성창F&D가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성창F&D의 파산관재인은 ㈜신촌역사에 70억원 가량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고, 이밖에 명도소송도 진행 중이다. 법원은 성창F&D가 명도를 반환하는 대신 ㈜신촌역사는 65억원을 배상하라며 두 건의 소송을 정리해줬지만, 양측은 법원의 중재 대신 2심을 선택했다.
◇ ㈜신촌역사·티알글로벌, 첨예한 입장차 여전… 시내면세점 사업은 진행
㈜신촌역사와 티알글로벌의 인연은 성창F&D와의 기나긴 법적 소송이 끝난 2016년부터 시작됐다. ㈜신촌역사는 민자역사의 2층~4층을 임대한다는 내용의 입점 가계약을 ㈜탑시티면세점과 체결했다. ㈜탑시티면세점은 연말에 특허 사전승인을 받았다.
다만 ㈜신촌역사는 2~4층만 임대하면 1층은 헐값에 넘겨야 할지 모른다는 내부적인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에 1층까지 임대하는 조건을 새롭게 제시했다. 반면 ㈜탑시티면세점은 실제 면세점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는 창고 용도로밖에 사용할 수 없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때,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겠다며 나선 회사가 티알글로벌이다. ㈜탑시티면세점과는 전대차계약을 체결해 시내면세점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다만 티알글로벌은 신촌민자역사가 압류상태에 놓였다는 이유로 보증금을 납부하기 전, 전세권 설정과 전차인들이 사업자등록증을 받을 수 있도록 전대동의서 발급을 요청했다. 이에 ㈜신촌역사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먼저 납부해야 하는 게 순서라며 티알글로벌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았다.
양측의 첨예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탑시티면세점은 작년 12월 민자역사 4층에 시내면세점을 개장했다. 2층과 3층은 오는 3월 26일 오픈을 앞두고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신촌민자역사가 회생절차(법정관리)와 법적 소송을 병행하고 있어 정상적인 영업 재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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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가전 M&A, 복잡한 권리관계부터 해결돼야… 매각주관사 선정 잠정 보류
신촌역사㈜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온 건 작년 9월. 3개월 뒤, 조사위원인 딜로이트안진은 신촌역사㈜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민자역사 임대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를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법정관리인은 신규 자금을 유치하겠다는 목표 하에 인가전 M&A에 착수했다. 보통 인가전 M&A는 경영권 매각대금으로 회생채무액을 일시에 상환하고 조기에 회생절차를 종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한 회생방안으로 여겨진다. 신촌역사㈜는 자체적인 평가 기준을 토대로 매각주관사를 선정해 서울회생법원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현재 서울회생법원은 매각주관사 선정 허가를 보류하고 있다. 신촌역사㈜는 회생절차 외에도 성창F&D 전차인들이 제기한 소송(선납임대료 반환), 티알글로벌과의 명도소송, 성창F&D의 손해배상 청구 등 수많은 법적 분쟁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생업계 관계자는 "법적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신촌역사㈜의 인가전 M&A는 처음부터 무리였다"며 "신촌역사㈜와 티알글로벌이 임대차계약을 두고 상이한 입장차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 내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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