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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달라진' 기업 매각법…그 배경은 매수자 부담 최소화 방식...금융전문가 이동걸 회장 진두지휘 가능성

최은진 기자공개 2019-02-18 07:28:00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4일 15: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기업 경영권 매각 방식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거래 상대방에게 지분을 직접 매각하는 것이 아닌 제 3자배정 유상증자 혹은 공동 지주사 설립 등 다소 독특하고 복잡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업계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매물을 어떻게 해서라도 매각하겠다는 산업은행의 의지가 두드러진다고 보고 있다. 매수자 입장에서 우려할 수 있는 리스크를 일정부분 해소하기 위한 방식을 도출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독불장군식 추진력을 거론하기도 한다.

◇ 대우조선해양·동부제철 매각, 매수자 리스크 줄이면서 자금지원 효과

산업은행은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동부제철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과거 이들 두 회사의 경영난 등을 지원하고 타개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하며 출자전환 등을 통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각각의 지분율은 대우조선해양이 55.72%, 동부제철이 39.4%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약 20여년만에, 동부제철을 4년만에 매각하게 됐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사실상 현대중공업을 인수 후보자로 낙점하고 밀실 논의를 거쳐 거래구조 등을 합의했다.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 해 중간지주사인 조선합작법인을 만들고,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대신 산업은행이 조선합작법인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은 조선합작법인 지분을 산업은행이 우선주 형태로 보유한다는 점, 표면적으로는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을 넘기는 듯 보이지만 완전하게 발을 빼진 못하는 모양새라는 점이다. 또 2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딜(Deal)에 현금으로 오가는 건 단돈 40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도 주목된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산업은행이 우선주를 보유한 데 따라 경영에 참여할 권한을 갖지 못하지만 2대주주로서 우군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 리스크를 일부 헤지(Hedge)하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다른 계열사들도 산업은행의 그늘 하에 있는 것인만큼 필요 시 산업은행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큰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하며 볼륨을 3조원 이상 확대할 수 있다.

현중

동부제철의 매각의 경우에는 인수자를 특정하지 않았다. 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하고 이를 인수할 희망자를 찾아 넘기는 방식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증자에 참여하는 인수자는 지분율을 약 50% 가량 확보하게 된다. 산업은행의 지분율은 절반 가량 희석된다. 산업은행은 책임경영 의지 차원에서 동부제철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유사 시 산업은행의 지원을 기대해 볼 여지가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올해 두 건의 기업 매각 추진 건을 보면, 매수자에게 일종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어느정도의 리스크를 헤지해주려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며 "일단 인수자를 찾기 위해 당근책을 주면서 서서히 발을 빼는 듯한 분위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 매물 매력 높이기 위한 선택…이동걸식 매각법 평가

공개입찰을 통해 인수 희망자를 찾아 지분을 넘기는 간단한 매각 방식을 두고 산업은행은 왜 복잡한 방법을 선택했을까. 업계계서는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이 배경이 됐다고 꼽았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여전히 추가 구조조정이 필요한데다 조선업황의 불확실성이 팽배한 상황이라, 적당한 매수자를 찾는 것이 부담이었다. 동부제철의 경우에는 경쟁력 등을 감안할 때 전략적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현실은 사모투자펀드(PEF)와 중견 비철강 기업 정도만 관심을 갖고 있다.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매물을 적당하게 포장해 팔기 위해서는 정교한 계산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과 동부제철 매각건을 따져보면 산업은행은 어느정도 우군으로서의 역할을 해주면서 경영권을 이전하게 된다. 완전히 발을 빼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지만 여지는 충분히 남겨뒀다. 그러면서도 유상증자 등을 통해 해당 기업에 자금을 추가로 충당하는 효과도 얻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기업을 매각하겠다는 산업은행의 의지가 다소 복잡한 매각법으로 구현된 셈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을까. 금융투자업계는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스펙을 주목한다. 이 행장은 서울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 대학원 금융경제학에서 박사를 받으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을 시작으로 금융개혁위원회 전문위원, 김대중 정부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금융연구원장을 거쳤다. 금융 전문가인 그가 직접 딜(Deal) 구조를 고민해 적극적으로 추진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는 대우건설이나 현대상선 민영화도 단순 지분매각이 아닌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새로운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이들 기업에 대한 민영화 의지가 확고한만큼 대우조선해양과 동부제철 매각이 마무리 되면 빠르게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나 동부제철이나 매력적이지 않은 매물을 민영화 하기 위해 꽤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며 "이동걸 행장이 금융전문가인데다 추진력도 있는만큼 확고한 매각 의지와 함께 나머지 보유 기업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매각이 추진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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