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빈 태광 정도경영위원장 "비상상황, 경영 최선" 이호진 전 회장 재파기환송심 3년 실형 확정…태광산업 실적은 호조세
박기수 기자공개 2019-02-15 17:35:18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5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사진)이 실형 선고를 받으며 태광그룹의 오너십 부재가 현실화했다. 이미 대법원에서 고등법원으로의 파기환송만 두 번째라 재재상고를 해도 형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2012년 2월 태광그룹의 경영 일선에서 퇴임한 지 7년 만에 내려진 선고로 이 선고가 최종 선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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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대기업 오너가 200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뒤 피해금을 사후적으로 변제했다고 또다시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한다면 고질적인 재벌 개입 범행은 개선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실형을 선고한다"고 했다.
오너 실형이라는 우중충한 소식과 달리 태광그룹의 본체인 태광산업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뽑아내며 이 회장이 최초로 구속됐던 2011년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면서다. 일전부터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만들어놓은 덕에 유동성 문제도 없다. 한 마디로 오너 부재 속에서도 태광산업은 건재한 모양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지난해 매출 3조1088억원, 영업이익 331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0.66%이다. 2017년 매출 2조9158억원, 영업이익 2412억원보다 각각 6.6%, 37.4% 늘어났다. 순이익은 2017년 1792억원에서 지난해 2491억원으로 3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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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은 고순도 테레프탈산(TPA)과 아크릴섬유, ABS합성수지의 원료로 쓰이는 아크릴로나이트릴(AN) 등을 생산한다. 지난해 TPA와 AN의 원재료인 PX와 프로판 가격 등이 안정됨에 따라 실적 상승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TPA와 AN의 증설이 제한적인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난해는 태광산업에 긍정적인 외부 환경이 조성됐다.
재무적으로 큰 문제도 없다. 지난해 말 기준 태광산업의 부채비율은 28.46%로 동종업계 대비 낮은 수준이다. 2018년 9월 말 기준 차입금의존도와 순차입금비율은 2%, 마이너스(-) 34.6%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가깝다. 이 전 회장 부재 이후 대규모 설비투자가 없었던 대신 단기금융상품 취득과 처분 등으로 투자활동을 대신했다. 2012년 이후 투자활동으로 유입된 현금 중 9할 이상이 모두 단기금융상품을 처분한 데에서 발생했다(2013년은 89.4%). 금고 속에 쌓인 이익잉여금만 2조9811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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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탄탄한 이익을 뽑아내긴 했지만 태광산업의 문제는 기업의 영속이나 보전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고 결정권자가 없는 만큼 태광산업 주요 제품 생산 라인의 증설이나 신사업 진출이 요원한 상태다. 지난해 우호적 시황 덕에 영업익이 늘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언제든 시황이 나빠지면 실적 하락을 막을 수 없다는 의미도 된다. 태광산업의 모회사이자 태광그룹의 지주사 격인 ㈜티알엔의 2대 주주인 이현준 씨(이 전 회장의 장남)도 아직 20대의 나이로 미국 유학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분간의 태광산업은 홍현민 대표이사와 얼마 전 그룹의 정도경영위원장으로 선임된 임수빈 정도경영위원장(사진)의 역할이 커졌다. 홍 대표는 심재혁 태광그룹 전 부회장과 함께 태광산업의 공동 대표를 맡다가 2016년 3월 각자대표로 거듭났다. 홍 대표는 삼성정밀화학(현재 롯데정밀화학)의 기술연구소장과 전략기획실장을 역임했다. 홍 대표가 단독 대표가 됐던 2016년 이후 태광산업의 실적은 상승세다.
지난해 말 정도경영을 추진한다는 의미하에 세워진 태광그룹의 정도경영위원장으로 임명된 임수빈 위원장은 지난달 9일 신입사원 대상의 강연을 시작으로 그룹 내 문화와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다. 15일 더벨과의 통화에서 임 위원장은 "(오너 부재라는) 비상 상황에서 그룹 경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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