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프랑스 향수공장 왜 팔았나 "현지사업 축소 아냐"…구딸파리·화장품으로 유럽시장 공략
전효점 기자공개 2019-02-21 11:16:22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0일 1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이 프랑스 향수 공장을 매각하면서 지난 8년간 하락일로를 걸어온 유럽 사업의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유럽 사업의 핵심 교두보였던 향수사업의 생산 기지가 없어지는 만큼 아닉구딸(구딸파리) 등 기존 향수 브랜드 생산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전환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현지 사업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회사는 "현지 사업 축소가 아니라 내실 다지기"라는 입장이다.아모레퍼시픽은 프랑스 사르트르 소재 향수 공장을 지난달 디올 자회사 크라스챤디올퍼퓸에 매각했다고 20일 밝혔다. 구체적인 매각 대금이나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다.
프랑스 사르트르 공장은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2004년 롤리타렘피카(Lolita Lempicka) 브랜드 향수 제조를 위해 현지에 준공한 현대식 공장이다. 아모레퍼시픽 유럽법인 매출 대부분이 이 공장에서 생산한 롤리타렘피카 향수에서 나왔다. 회사 관계자는 "2017년 이후 롤리타렘피카에 대한 생산 권리가 중지되면서 생산량이 많이 줄었고, 경영 효율과 차원에서 공장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사르트르 공장(PACIFIC CREATION S.A.S)은 유럽법인(AMOREPACIFIC EUROPE S.A.S.)의 핵심 자회사로, 아모레퍼시픽 유럽법인 매출 대부분을 책임져 왔다. 2004년 이래 롤리타렘피카 향수를 생산한 데 이어 2011년 인수한 니치 향수 브랜드 아닉구딸 향수 생산 역시 이 공장에서 이뤄져왔다. 이번 매각으로 인해 아닉구딸 향수 생산 역시 현지 OEM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유럽법인의 또다른 자회사 Annick Goutal S.A.S는 아닉구딸 향수의 판매만을 대행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1995년 프랑스 사업에 재도전을 하면서 1997년 패션디자이너 브랜드 롤리타렘피카 브랜드와 20년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브랜드 향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한 때 시장점유율이 2.8%, 유럽지역 톱10 향수에 들기도 했지만 수년전부터 향수 트렌드가 니치·하이엔드로 변화함에 따라 매출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회사는 2011년 8월 아닉구딸을 341억원에 인수하면서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했다. 당해 유럽 매출은 인수 효과로 1004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이후 유럽 내수 침체와 유로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하락세를 거듭했다. 2016년에도 전년 진행한 현지 유통망 및 채널 재정비 효과로 현지 매출이 681억원을 기록, 깜짝 성장세를 보여줬지만 일회성 반등에 그쳤다.
유럽 매출은 2017년 들어 롤리타렘피카 라이선스 계약이 만료되면서 357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지난해 매출은 290억원에 머물렀다. 회사는 2017년 설화수를 프랑스 갤러리라파예트백화점에 입점시키면서 유럽 스킨케어 시장 진출을 확대한 데 이어 올해 1월 아닉구딸을 '구딸파리' 브랜드로 리뉴얼을 시도하는 등 신성장 동력 마련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만한 모멘텀을 찾아내진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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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현지법인들의 차입금도 매년 늘었다. PACIFIC CREATION S.A.S는 2016년 말 기준 467만유로를 차입한 이래 2017년 1250만유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250만유로를 현지 은행으로부터 단기차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향후 '롤리타렘피카'의 대를 잇는 유럽 사업의 동력으로 구딸파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향수 전문 브랜드뿐만 아니라 자체 화장품 브랜드인 헤라 등의 향수 라인을 강화하는 쪽으로 사업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보유한 화장품 브랜드를 유럽 지역에 신규 론칭하므로써 향수 사업을 보완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프랑스 공장을 매각했다고 해서 유럽 사업을 축소할 계획은 전혀 없다"면서 "새로운 브랜드를 통해 유럽 시장도 지속적으로 개척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프랑스 공장 매각에 이어 국내에서도 용인시 뷰티 산업단지 개발 계획을 백지화하고, 15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등을 결정하는 등 무리한 사업 확장 대신 '내실 다지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내부적으로도 성과급 체계를 축소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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