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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같지만 다른 2001년과 2019년 [thebell note]

이장준 기자공개 2019-02-27 11:31:29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6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거에는 같이 살기 싫은 사람과 억지로 결혼한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우리 스스로 가장 잘 맞는 짝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지난 13일 우리금융지주가 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재상장된 직후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2001년과 2019년, 두 번의 지주 설립을 결혼에 빗대어 말했다. 그의 말처럼 첫 지주 체제가 어색했던 이유는 내부 구성원이 아닌 정부 주도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옛 우리금융지주는 한빛·평화은행 등 부실금융사의 강제 합병으로 설립돼 시너지를 내기에 부적합했다. 13조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했던 탓에 자회사 매각과 지주사 해체도 외부에서 결정됐다. 첫 지주 체제는 출발부터 한시적이었고, 타의에 의해 모든 결정이 이뤄졌다.

이 관계자는 "공적자금을 받은 '원죄'로 인해 임직원들은 시키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며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사세가 쪼그라들면서 직원들도 덩달아 위축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반면 이번 지주 체제 전환은 우리은행 임직원들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2017년 민영화 작업을 마친 직후 지주사 전환을 위한 TF팀을 꾸렸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금융위원회를 찾아 "팔다리 떼고 다른 금융지주와 경쟁할 수는 없지 않겠나"라며 지주 체제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지주사 전환에 대한 내부 동력과 의욕도 강했다. 지주사 전환작업에 참여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지주 전환작업의 주체는 내부 직원"이라며 "부족한 인력과 재원에도 순조롭게 작업이 진행된 이유는 예전보다 잘해보겠다는 직원들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5월부터 본격 준비에 돌입했다. 조직구성, 인력운용부터 비은행 부문 시너지 전략까지 수천 쪽에 달하는 분량의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금융당국을 수없이 오가고, 추가 보완 자료를 제출한 끝에 인가 신청 5개월 만인 작년 11월 금융위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 관계자는 "밤낮없이 일하며 얻은 건 지주사 설립 승인 서류 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지주사 전환을 이뤄냈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제 우리금융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얻은 자신감은 M&A 등 경영전략에 대한 의지로 이어졌다. 정치적인 입김과 공적자금 회수라는 논리에 휘둘린 옛 지주 시절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우리금융지주가 한국 증시에 다시 등장한 그날, 손 회장과 지주사 전환작업을 주도했던 경영진이 자사주를 사들였다. 우리금융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우리사주조합 역시 최근 자사주를 6% 이상 확보하며 3대 주주가 됐다.

2001년과 2019년, 똑같은 이름의 금융지주사가 출범했지만 출범 2주째의 우리금융은 확실히 과거와 달라 보인다. 손회장을 비롯한 구성원들이 '새로운 우리금융'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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