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대신 지분 매각?…교보생명 움직인 트리거는 신창재·박영택 회동 후 지주사 의사 타진…매각가·물량 변화 가능성
신수아 기자/ 김선규 기자공개 2019-03-06 15:11:28
이 기사는 2019년 03월 06일 14: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무적 투자자(FI)의 풋옵션 행사에 대응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던 교보생명이 갑작스럽게 금융지주사에 지분 인수를 태핑한 직접적인 배경은 무엇일까.2월19일, 박영택 어피니티파트너스 회장은 홍콩에서 귀국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만났다. 그간 풋옵션 행사 협상을 주도한 인물은 이상훈 어피너티 한국 대표였다. 어피너티 최고 수뇌부가 직접 신 회장을 만났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제3의 투자자 확보를 포함, 한달 안에 구체적인 엑시트 창구를 마련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박 회장은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며 신 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며 "신 회장과 교보생명으로서는 좀 더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지난 7년간 교보생명은 항상 제3의 투자자가 2대 주주로 참여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FI의 엑시트 창구를 막아왔다"며 "박 회장이 이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제시한 '한달'이라는 시간은 곧 중재 소송에 나서는 시기를 말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봤다. 실제 FI는 자기들이 원하는 가격에 '실현 가능한' 엑시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중재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는 점을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신 회장 입장에서 소송이 그리 유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법원 중재가 신 회장에 유리하게 내려지면 한숨 돌릴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FI들은 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 또는 재산을 압류해 처분할 권리를 가질 수도 있다. 교보생명 경영권의 제 3자 매각까지 표면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강제 절차에 돌입하면 신 회장은 현재보다 더 불리한 조건에 지분을 팔 수 밖에 없다.
결국 교보생명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지분 인수 의향을 타진한 것도 이같은 어피니티의 압박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신 회장이 어떤 제안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회동 이후 금융지주사에 지분 매입 의사를 타진했다는 점에서 트리거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풋옵션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거나 풋옵션 가격 산정이 불합리하다고 법적인 대응에 나서도 승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현재로는 제3의 투자자를 확보하는게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교보생명은 매각 지분 규모와 매각 가격에 대해서도 한 발 물러선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FI 지분 29%만 팔려고 했지만 매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신 회장의 지분 일부까지 포함, 50%+@로 키우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첨예한 대립 지점이었던 매각가를 두고서도 변화된 기류가 감지된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풋옵션 행사 가격으로 40만원대를 제시했던 FI가 최근 20만원대 후반까지 조정의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전해진다"며 "실제 교보생명은 주당 30만대 초반에서 20만원대 후반 가격에 지분 매입이 가능한 제3의 투자자를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원하는 가격에 엑시트할 수 있는 길이 요원한 상황에서 제3의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다면 당장 매각가는 20만원 후반까지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가격은 IPO가 됐을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 30% 정도가 반영된 숫자다.
현재 시장에서는 IPO 공모가가 주당 20만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017년 온타리오교직원연금이 교보생명 지분 2.30%를 라이프인베스터오브코리아에 매각하면서 평가했던 금액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FI의 2012년 주당 매입단가는 24만5000원으로, 즉 그간의 배당금과 보유기간 등을 감안할 때 양측이 어느정도 타협점을 찾은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에 대해 "FI와 신창재 회장 보유 지분 일부를 공동으로 매각하는 방안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며 "IPO는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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