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흑자 동국제강', 수천억 순손실 입은 이유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점검]CSP제철소 손상차손 실적 악화 요인, 현금유출 없지만 경영성적표 오점
구태우 기자공개 2019-03-08 10: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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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회계기준은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는 원칙 중심의 회계다. 경영자의 재량권을 폭넓게 허용하면서도 회사의 경제적 실질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지분율과 함께 고려되는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기업들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논란의 핫이슈가 된 이래 기업들의 지배력 판단이 이전보다 엄격해졌다. 연결종속회사와 관계회사에 대한 기업들의 판단과 그 변화를 더벨이 확인해 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07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국제강이 브라질 CSP 제철소의 손상차손이 반영되면서 지난해 44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1년 동안 CSP 제철소의 평가가치가 3100억원 가량 떨어졌기 때문이다. 회계상 손상차손으로 실제 현금유출은 없었다. 그럼에도 동국제강 실적은 한동안 브라질 CSP 제철소 재무상황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동국제강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5조3648억원, 영업이익 1135억원을 내면서 4년 연속 흑자경영을 달성했다. 철강 수요산업 부진에 따라 전년보다 매출은 588억원, 영업이익은 532억원 감소했다. 업황 부진에도 비교적 좋은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4449억원의 당기순손실이 '흑자 성적표'를 무색케 했다.
동국제강은 2017년 7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지난해 손실폭(3746억원)이 대폭 커졌다. 실적 악화의 주된 이유는 브라질 CSP 제철소였다. CSP 제철소(Companhia Siderurgica do Pecem·뻬셍철강주식회사)는 브라질 발레(VALE)와 포스코, 동국제강의 합작사다. 발레의 지분이 50%, 동국제강과 포스코가 각각 30%와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3개사(社)가 6조원을 투입해 연산 3000만톤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했다. 면적 990만㎡ 규모의 CSP 제철소는 후판 원재료인 슬래브가 생산된다. 2016년 8월 상업 생산을 시작해, 2017년 3월 5만8751만톤의 슬래브가 동국제강 당진공장에 입고됐다.
동국제강은 고로가 없는 탓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에서 반제품을 구매해 가공했다. 철강재 가격 변동과 원재료 수급에 영향을 받았다. 고로 보유가 동국제강의 숙원 사업이었다. CSP 제철소는 가동 3년 만에 가동률 97%를 달성하며 안정적인 상황에 진입했다. CSP 제철소는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 165만달러(한화 18억원)의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CSP 제철소의 생산 상황은 안정화됐지만, 차입금과 브라질 헤알화 약세로 재무상황은 반대다.
CSP 제철소 건립 자금 중 절반은 차입금에서 나왔다. CSP 제철소 건설 초반 헤알화는 원화당 600원을 넘었지만 3월 7일 기준 293원으로 낮아졌다. 헤알화 약세에 따라 이자비용이 증가했고, 재무상황이 나빠졌다.
동국제강은 CSP 제철소의 평가가치가 낮아짐에 따라 이를 손상차손에 반영했다. 동국제강의 지난해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투자 손상은 3195억원이다. 전년(2017년)에 비해 손상폭이 2636억원 커졌다. 별도 기준 당기순손실의 70% 가량이 CSP 제철소 손상차손에서 나왔다. CSP 제철소의 손상차손은 동국제강 자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한해 동안 동국제강의 자산총계는 4490억원 줄었다. 이중 과반 이상은 CSP 제철소 손상차손 반영분으로 보인다.
동국제강 회계는 당분간 CSP 제철소 재무상황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CSP 제철소의 장부가격이 변동되는 만큼 동국제강의 현금유출은 없다. 동국제강이 보유하고 있는 CSP 제철소의 지분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CSP 제철소 순자산 변동분만큼 동국제강 회계에 반영됐다.
CSP 제철소는 동국제강의 관계기업이다. 지분 분포상으로 브라질 발레가 최대주주, 동국제강이 2대 주주다. CSP 제철소의 실적은 동국제강 지분법 손익에 반영된다. 종속기업으로 분류되면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이 지주사 회계에 연결된다. 관계기업으로 분류되면 자회사 순이익만 지분법 손익에 반영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동국제강 지분법 손익은 -1681억원으로 CSP 제철소가 1683억원의 손실을 냈다. 2017년 동국제강이 CSP 제철소를 통해 입은 지분법 손익은 -1714억원이다.
가동 4년차를 맞은 CSP 제철소는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가동률도 우수한 상황이다. 동국제강은 2015년 1월 유니온스틸과 합병으로 후판 및 냉연 판재류까지 생산하는 철강사로 탈바꿈했다. 동국제강은 CSP 제철소가 올해 300만톤 이상을 생산하고, 1억 달러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CSP 제철소의 운영과 영업이 안정되면서 올해 CSP 제철소의 가치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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