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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의 자회사 CEO 평가법 [thebell note]

원충희 기자공개 2019-03-13 08:40:00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2일 08:0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순익 줄었다고 양종희 사장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나오던데 우리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얼마 전 만난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20.5% 감소했다. 그룹 내 세손가락에 드는 계열사인 KB손보의 부진은 KB금융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그렇다 보니 최고경영자(CE0)인 양 사장의 경영성과를 혹평하는 보도가 이곳저곳에서 나왔다.

하지만 지주의 평가는 많이 달랐던 모양이다. 정작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외부시선에 대해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양 사장에게 전했다고 한다. 이익이 대폭 줄었는데 크게 개의치 말라는 회장의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KB금융지주는 보험자회사 CEO 경영성과 평가시 내재가치(Embedded Value·EV)와 신계약가치 등의 지표를 중점으로 본다고 한다. 의외로 순익이나 시장점유율 같은 회계상 곧바로 드러나는 지표들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험사 재무제표의 맹점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4)을 수용하면서 자본을 시가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반면 자산의 90%를 차지하는 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IFRS17(보험국제회계 최종단계)은 보험사들이 받을 충격을 우려해 2022년으로 도입이 미뤄졌다.

자본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하니 장부상 부채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 자본적정성 지표에 착시가 발생하고 리스크 측정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EV는 그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지표다. 현가로 조정·할인된 순자산가치(ANW)와 보유계약가치(VIF)를 합쳐 산출되는 EV는 2009년 동양생명 상장 때 공모가 산정에 쓰인 이후 보험사의 주요 가치평가 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EV를 증진시키는 과정에서 시장점유율이나 당기순익 등이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이럴 때 그룹 오너나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만약 보험업을 잘 모르는 오너나 회장이 그 상황을 봤다면 해당 CEO들에게 곧바로 불호령이 떨어진다.

궁지에 몰린 보험사 CEO는 눈 딱 감고 당장은 이익이지만 장래에 큰 손실을 안겨줄 수 있는 상품에 손을 대려는 유인이 커진다. 손해가 현실화될 때쯤이면 본인은 임기가 끝났을 테니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현재 생명보험사들을 발목 잡고 있는 이차역마진이 어디서 시작됐는가. 이런 상황에 몰려 대거 팔았던 7% 이상 확정금리형 상품이 십 수 년 만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게 아닌가.

다행스러운 일은 회계전문가인 윤 회장을 비롯, 그룹 수뇌부들이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룹 최고경영자가 이런 식견을 가진 것은 행운이다. KB금융과 KB손보는 적어도 눈앞의 이익 때문에 기업가치를 망가뜨리는 우를 범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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