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노스메드, 희귀병 치료제 도전의 '명과 암' [제약바이오 옥석가리기]파킨슨병·에이즈 치료제 임상 진행…개발 문턱 높고 시간·자금 소요 부담
강인효 기자공개 2019-03-15 08:11:59
[편집자주]
제2의 바이오 투자 붐이 일고 있다. 한국 경제를 이끌 마지막 성장 동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수의 바이오 업체들은 국내 IPO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해 한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업계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더벨이 '옥석'을 가려보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4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이노스메드는 파킨슨병,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등 난치성 질환 치료제에 도전하는 신약 개발 전문업체다. 주력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인 파킨슨병 치료제 'KM-819(개발 코드명)'의 국내 임상 1상을 2017년 9월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 임상 2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에이즈 치료제 'KM-023(개발 코드명)'은 현재 중국에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카이노스메드가 개발하는 신약은 기업을 평가할 때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을 한다. 어려운 치료제에 대한 신약 개발인만큼 성공할 경우 보상이 막대할 수 있다. 카이노스메드는 기술 이전을 통해 계약금을 수령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 따른 연구개발(R&D) 비용 등의 지출로 인해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워낙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다 보니 거래소 기술특례 평가에도 통과하지 못했다. 전세계적으로 아직 개발되지 않은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만큼 임상 실패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것도 위험 요인이다.
◇화학연구원서 도입한 신약물질…프로토콜 재설계해 임상
카이노스메드는 바이오 전공자가 아닌 이기섭(69) 대표가 고등학교 동창인 강명철 박사와 공동 창업한 회사다. 이기섭 대표는 1975년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로 그해 현대건설에 입사하며 사회생활 첫발을 내디뎠다. 1982년 미국으로 건너가 1993년까지 미국 커널엔터프라이즈에서 근무하며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고, 1994년에는 실리콘이미지를 이어 2000년에는 GCT세미컨덕터를 공동 창업했다.
강명철 박사는 미국 바이오 벤처인 트라이메리스(Trimeris)에서 수석 부사장을 역임하며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Fuzeon)' 개발을 주도했던 바이오 전문가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연구원으로 22년간 근무했다.
애초부터 바이오 전공자가 창업한 것은 아니어서 연구 중인 신약 물질도 외부에서 도입한 것이다. 카이노스메드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KM-819과 KM-023은 자체 개발이 아니라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은 물질이다.
카이노스메드는 2016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KM-819의 임상 1상을 승인받고, 1년간 분당차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이 치료제를 투약했다. 카이노스메드는 2017년 9월 국내 임상 1상을 완료한 뒤 안전성 및 내약성을 확보했다는 임상 최종보고서를 작년 3월 28일 제출했다. 카이노스메드는 국내 임상 1상 결과를 바탕으로 KM-819의 미국 임상 2상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카이노스메드는 KM-819의 미국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작년 1월 미국에 자회사 '파시네이트 테라퓨틱스(FAScinate Therapeutics)'를 설립했다. 미국 임상은 올 하반기를 예상하고 있다.
KM-819는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의 사멸에 관여하는 'FAF1(Fas-Associated Factor1)'이라는 단백질을 타깃으로 해 병의 진전을 근본적으로 막아주는 새로운 메커니즘의 혁신 신약(First-in-Class)이다. FAF1 단백질은 공통적으로 파킨슨병 환자의 뇌조직인 '흑질'에 분포하는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정상치보다 과다 발현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아직 파킨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 측은 "KM-819는 세계 최초의 FAF1 저해제로 'DMD(Desease modifying drug·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에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며 "KM-819의 다계통 위축증(MSA) 치료제로의 적응증 확대를 위한 본격 연구(전임상)도 착수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서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KM-023는 에이즈 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이다. 카이노스메드는 지난 2014년 중국 제약사 '장쑤아이디(옛 양조우아이디바이오테크)'와 KM-023에 대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KM-023은 작년 하반기 중국 식품의약품감독총국(CFDA)으로부터 임상 3상 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개발에 돌입했다. 회사 측은 "CFDA는 2017년 3월 에이즈 치료제 개발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KM-023을 우선 심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임상을 승인했다"며 "임상 1상 결과 탁월한 효능을 인정받아 임상 2상 없이 2018년 10월 임상 3상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M-023은 새로운 비핵산계열의 '역전사효소' 저해제"라며 "기존 블록버스터인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의 '서스티바(Sustiva)'에 비해 여러 종류의 에이즈 바이러스에서 항바이러스 효과가 우월하고, 낮은 투여 용량에서도 동등한 효과를 보여 부작용이 크게 낮다는 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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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넥스 상장사인 카이노스메드는 작년 1월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시도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거래소가 인정한 전문평가기관 11곳 중 2곳으로부터 A 등급 혹은 BBB 등급 이상을 받아야 기술특례 상장예비심사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카이노스메드는 평가기관 1곳으로부터 KM-819에 대한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BB 등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이노스메드가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한 원인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다. 회사 측도 "작년 1월 기술특례 상장을 위해 기술성 평가를 신청했는데, 3월 9일 평가기관으로부터 최종 결과 '탈락'을 통보받았다"고 밝혔을 뿐이다.
당시 회사 측은 그해에 기술성 평가를 재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관련해서 정확한 일정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대규모의 임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올해 안으로 코스닥 시장으로의 이전 상장을 계획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술성 평가 탈락'도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평가했다. 현재 전 세계에 허가받은 파킨슨병 치료제는 '레보도파'를 비롯해 총 10여개에 불과하다. 이들 모두 증상 완화제이며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직 없다. KM-819는 근본 치료제로 개발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확신하긴 힘들다.
카이노스메드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불안 요인은 시간이다. KM-819는 임상 신뢰성에 대한 높은 수준의 점검이 필요해 임상 시간과 과정이 장기화될 수 있다. KM-819의 미국 임상 2상(임상 환자 목표 120명)은 국내 임상 1상(임상 환자 88명)보다 대규모로 이뤄지는 만큼 회사로선 추가적인 비용 집행이 불가피하다. 2017년말 기준 카이노스메드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5억원에 불과하고, 유동자산은 69억원에 그쳐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코스닥 이전 상장이 중요한 대목이다.
카이노스메드는 임상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작년 5월 유상증자를 통해 국내 기관투자자 등으로부터 약 51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카이노스메드는 작년 8월에도 벤처캐피탈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식으로 30억원을 유치했다. 미국 현지에서 자금 조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 특성상 최종적으로 임상을 완료한 후 상업화가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IPO를 통한 자금 조달 등이 지연된다면 향후 재무적인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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