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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글로벌 해운산업 M&A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3-25 08:14:45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8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2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6200척의 컨테이너 선박이 운용되고 있다. 총 운송능력은 약 2300만 TEU다. 글로벌 1위 해운회사는 덴마크의 APM머스크(APM-Maersk Group)로 시장점유율 17.7%를 자랑한다. 700척에 400만 TEU를 넘는다. 2위인 스위스의 MSC가 14.4%이고 한국의 현대상선은 9위인데 1.9%다. 현대상선은 2016년 해운업 구조조정으로 국내 1위였던 한진해운이 퇴출된 후 순위가 상승했지만 선두주자들과의 격차가 워낙 커서 10위권 안에 들어도 ‘중하위권'으로 분류된다. 팬오션은 80위다.

APM머스크는 1904년에 묄러(Peter Maersk Møller) 선장이 아들(A.P.Møller)과 함께 증기선 한 척으로 창업했다. 석유개발과 항만운영 사업도 했지만 핵심 계열사인 머스크라인의 선박이 1928년에 처음 파나마운하를 거쳐 아시아까지 포드자동차 부품을 싣고 운항한 이후로 크게 성공했다. 결국 덴마크 GDP의 20%까지를 차지하는 대기업으로 일군다. 1962년에 북해의 덴마크측 영해 석유탐사개발 독점권을 따 내 석유사업에 뛰어든 것도 사운이 신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머스크는 1999년에 남아공의 사프마린과 미국의 시랜드를 인수하면서 이름을 머스크시랜드로 바꾸었다. 2005년에는 6%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영국의 로열 P&O 네들로이드를 23억 유로에 인수했다. 당시 머스크시랜드는 점유율이 12%였으므로 18%의 거대 해운사가 탄생했다. 2006년에 머스크라인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2011년에는 트리플E급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했다. 트리플E급은 1만 8000개의 컨테이너를 싣는다. 약 8억 개의 바나나를 실을 수 있다.

글로벌 5위(7.3%)인 독일의 하파크로이트(Hapag-Lloyd)도 M&A를 통해 성장한 회사다. 1970년에 HAPAG와 NGL 두 회사가 합병해서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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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AG의 175척 선단은 1차대전에서 완전히 소실되었는데 그나마 잔존한 것들도 전쟁배상금 조로 승전국들에게 인도되었다. 똑같은 일이 2차대전에서도 반복되었다. 재건했던 선단이 같은 운명을 맞았다.

NGL은 1차 대전 이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실어나르던 여객운송회사다. 1913년 한 해만 24만 명을 미국으로 데려다 주었다. 그러나 1차 대전이 발발하고 미국이 참전하면서 미국 호보켄 항만에 있던 135척의 선박이 수용되어버렸고 항만도 해군기지가 되었다. 전쟁 후에 미국으로부터 선박을 매입해서 사업을 재개했는데 2차 대전이 일어나면서 HAPAG의 경우와 마찬가지의 일을 당했다. 전쟁이 끝나고 운항을 재개했지만 지나치게 경쟁이 심해지고 항공사들이 우수고객들을 데려가기 시작하자 두 회사가 합병을 결정한 것이다.

하파크로이트는 2013년에 Hamburg Sud를 인수하려고 했는데 상대방 주주들이 동의하지 않아 불발되었다. Hamburg Sud는 2016년에 머스크가 40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하파크로이트는 2014년에 칠레의 CSAV 인수에 성공해서 글로벌 4위로 도약했다. 2016년에는 당시 세계 10위 UAE의 UASC를 인수해서 대만의 에버그린을 추월했다.

컨테이너선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해운산업 내 M&A는 페어플레이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에서 2018년까지 대형 딜만 모두 42건으로 약 414억 달러가 움직인 것으로 나온다. 1150척의 선박이 주인이 바뀌었다. 2017년에 중국의 국영 COSCO가 홍콩의 OOCL을 63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최대 규모의 딜이다. OOCL은 기네스북에 오른 최초의 21000 TEU 이상 선박을 보유한 회사다.

글로벌 해운산업 M&A는 해운동맹(얼라이언스)과 함께 해운회사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낳은 필연적인 현상이다. 해운동맹은 한자동맹, 캘커타동맹에서 시작해서 최근의 3대 얼라이언스로까지 이어진 연면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글로벌 물동량 감소로 해운회사들은 고전했고 한진해운도 그 여파로 사라졌다. M&A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소규모 동맹의 결성, 초대형 선박의 투입 등이 여기서 우위를 차지하는데 필수적인 전략이다.

아직도 다수 전문가들이 한진해운의 정리를 아쉬워한다. 시장논리로 부실기업을 퇴출시킨 것은 타당한 조치였지만 지나치게 금융의 시각에서 결론이 났고 해운의 시각에서는 달리 볼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치열한 글로벌 해운 경쟁에서 대형 국내선사가 둘에서 하나로 줄어든 것은 국내 수출 기업들과 항만 경제, 나아가 조선업에는 큰 부담이었다.

한때 50조까지 갔던 해운산업 매출이 작년에 32조였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현대상선도 아직 정상화 되지 못한 것 같다. 해운은 운송과 용선 외의 파급효과도 큰 산업이다. 나아가, 실력이 있어도 금융이 없으면 힘든 것이 사업이고 특히 해운이 그렇다. 예컨대 장기용선에 수반되는 금융비용은 해운사의 실적을 크게 좌우한다. 수출입은행등의 정책금융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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