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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걸린 반도체 꿈…해외서 꽃 피나 [반전모색하는 DB하이텍]①13년 연속 적자에서 5년 연속 흑자로…국내 줄이고 해외 다변화로 체질 개선 성공

윤필호 기자공개 2019-04-04 08:32:14

[편집자주]

DB하이텍이 달라졌다. 동부그룹의 애물단지에서 DB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에선 홀대받았던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3년간 적자를 거듭하며 중국에 팔릴뻔 했던 게 불과 얼마전이다. 5년 연속 흑자에 탄탄한 매출구조로 체질이 바뀌었다. DB하이넥의 변화 양상을 재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3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는 비메모리 업계에 헌신해 조국 선진화에 기여 한다.'

김준기 옛 동부그룹 회장의 친필 액자는 여전히 DB하이텍 상우공장에 걸려 있다.

김준기 옛 동부그룹 회장은 반도체에 대한 깊은 애착을 보였다. 동부그룹이 와해되고 제조업 계열사 대부분이 팔리는 와중에도 DB하이텍은 살아 남았다. 동부는 그룹명을 DB로 바꾸고 DB화재, DB생명 등 금융 중심의 중견 그룹으로 자리 매김했는데 DB하이텍이 DB의 제조업 구심점으로 자리하고 있다.

DB하이텍은 알짜 계열사로 변모했다. 반도체 호황과 함게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매출이 더 늘어나고 있다. 매출처가 다변화됐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다. DB하이텍은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누적손실 3조원에서 1700억 흑자 기업으로

김 전 회장의 반도체 사업은 1983년 세운 코실이 시작이다. 코실은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업체였는데 훗날 LG로 매각됐다가 지금은 SK실트론으로 이름을 바꿨다. 국내 최대 반도체 웨이퍼 제조업체의 기틀을 동부가 만들었다.

김준기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전 회장
김 전 회장은 1997년 동부전자를 세워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했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일본 도시바 등과 기술 제휴를 통해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진출했다.

한국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두 거대 기업이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DB하이텍과 같은 비메모리반도체는 정부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외롭게 성장해야 했다. 동부전자는 외환위기로 잠시 사업을 중단했다가 2000년 충북 음성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했고 2001년부터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2002년 아남반도체를 인수하고 동부아남반도체로 이름을 바꾼 뒤 아날로그반도체의 기틀을 다졌다.

반도체 사업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비메모리 반도체가 비주류로 분류되는 국내 환경이 한 몫 했다. 아남반도체를 인수했지만 막대한 금융비용 부담으로 실적을 낼 수 없었다. 2000년대 초반 대규모 시설투자를 위해 산업은행 등으로 구성된 신디케이트론으로부터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2000년대 초반 설비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정보기술(IT) 불황으로 반도체 업계가 위축되면서 실적이 부진했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영업손실로 1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이 기간 적자는 총 3조원에 달했다. 막대한 부채가 겹치면서 위기로 찾아왔고, 김 전 회장은 35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사재를 출연하기도 했다.

DB하이텍은 2014년에서야 영업이익 456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영향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2015년 1250억원, 2016년 1724억원, 2017년 1432억원을 기록하며 도약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점유율 1.2%(IHS마킷)의 세계 11위 파운드리 회사까지 이름을 올렸다.
김준기휘호
DB하이텍 상우공장에 걸려 있는 김준기 전 동부 회장의 친필 휘호.
◇ 달라진 체질…국내 줄이고 해외 매출 늘어

DB하이텍은 최근 반도체 경기가 다시 꺾이면서 새로운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매출 비중이 최근 몇 년간 감소세를 보였다. 대신 중국과 미국, 일본 등 해외 실적이 그 자리를 빠른 속도로 채우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된 국내 시장에서의 부진을 뒤로 하고, 해외 선진국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에 나섰다.

연결기준 2014년 매출액은 5677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61.1% 규모였다. 지난해 매출은 6693억원으로 늘었는데 국내 비중은 20.2%까지 줄었다.

국내 매출 감소는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와 맞물려 있다. 아날로그반도체는 소리 빛 등의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다. 스마트 기기의 침체와 함께 아날로그반도체의 부진이 불가피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은 전년 대비 1.5%, 21.1%, 21.2% 감소했다"며 "연간 매출이 정체되고 이익도 감소한 이유는 스마트폰 수요 부진, 구동칩(Driver IC) 매출의 제한적 기여, 원재료 중 웨이퍼 가격의 2년 연속 상승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부진은 오히려 약이 됐다. 해외 매출 규모가 꾸준히 늘었다. 지난 2014년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매출액은 2154억원이었지만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2013년 진출한 중국 시장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중국향 매출은 2014년 666억원에서 2802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11.7%에서 2018년 41.9%로 늘었다. 지난해 중국 매출 비중은 한국 시장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일본의 매출액 비중도 2014년 각각 8%, 2.7%에서 지난해 11.3%, 5.5%로 증가했다. 회사는 지난 2003년 미국에 'DB HiTek USA'라는 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법인의 주요 사업은 미국 지역의 파운드리 고객에 대한 밀착 지원과 신규 고객에 대한 프로모션(Promotion), 제품 설계·개발 등이 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경우 2013년부터 진출하면서 적극적으로 공략했다"며 "당시 중국 반도체 시장은 팹리스(Fabless) 생산 등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발전 태동기였는데 시장 선점을 위해서 진출했고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에서 견고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언급했다.
DB하이텍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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