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성장 정체 수익 악화…대형사도 위기 [주요 업종 크레딧 전망]IFRS17 도입 부담 가중…2~3곳 등급 하향 가능성 UP
전경진 기자공개 2019-04-09 08:32:34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5일 1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생명보험사의 신용등급 전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용평가사들은 중소형 생보사들의 위기에 더해 올해 대형사 중에서도 2~3곳의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한다.업계 성장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생보사들의 주력 상품인 고금리 저축성 보험이 골칫거리가 된 형국이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산 운용 수익률이 줄면서 상품 판매 '역마진' 우려가 현실이 됐다. 최근 저축성 보험상품 판매를 지양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체 상품이 없다는 점은 최대 난관으로 꼽힌다. 지난해의 경우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일부 생보사들은 적자로 전환되기도 했다. 보험업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맞춰 자본 확충도 시급하다.
신평사들은 생보사의 자산운용 수익률 저하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보험 영업이익 적자를 메꿔온 것이 투자운용 수익이다. 하지만 가계 부채와 내수 문제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한적인 상황으로 바뀌었다. 생보사들이 수익률 저하를 방어하기 위해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축성 보험, '양날의 검'…주력 상품 실종 속 수익성 저하 가시화
NICE신용평가는 지난 2일 동양생명(AA+)의 장기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그동안 주력해온 저축성 보험 상품이 발목을 잡은 모습이다. 동양생명은 2015년 중국 안방보험이 인수 한 후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저축성 보험 판매에 주력해왔다.전체 보험 중 저축성 보험 상품 비중이 2014년 51.5%에서 2016년 68.8%로 가파르게 증가했던 것이다.
문제는 생보사 저축성 보험의 경우 은행 예적금 상품과의 경쟁을 해야하는 탓에 높은 이자를 약정한다는 점이다. 당장 매출 규모와 시장 점유율을 키울 수 있지만 판매와 동시에 보험금 지급 부담이 가중된다. 벌어들이는 수익에서 따로 쌓아야하는 적립금 규모가 큰 셈이다. 그런데 최근까지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는 적립금을 활용한 투자수익률이 낮다. 생보사 입장에서는 높은 이자비용과 낮은 금리수익이란 '역마진' 문제를 겪게 됐다. 동양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1331억원이나 감소한 배경이다.
특히 2020년 IFRS17 도입 후에는 저축성 보험의 부채 인식 기준이 시가평가로 바뀌면서 우려가 커진다. 가령 지금까지는 과거 고금리로 판매한 저축성 보험의 경우 당시 금리 수준에 맞춰 수익을 예상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책임준비금만 적립해두면 됐다. 하지만 보험 부채에 대한 시가 평가가 이뤄지면 현재 저금리 상황과 이에 따른 수익률에 맞춰 책임준비금을 더 쌓아둬야하는 부담이 생긴다. '팔수록 손해보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업계 안팎에서 정립되고 있는 이유다.
이는 동양생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3대 신평사들은 일제히 생보사들의 역성장과 실적 저하를 지적하고 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할 것 없이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성공 방정식은 저축성 상품 판매에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생보사들은 저축성 보험 상품 판매를 지양해오고 있다. 하지만 대체 주력 상품이 없는 상태에서 저축성 보험 상품 판매 감소는 당장의 수익성 악화를 촉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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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사 전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4조369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48%였다. 순이익의 경우 지난해보다 소폭 늘었고 ROA는 동률인 탓에 표면상 위기는 없어보인다. 하지만 1위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일회성이익인 삼성전자 주식 매각이익 1조 897억원을 제외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구체적으로 생보업계 전체 세전이익은 전년 대비 약 8648억원 감소했다. 실질 수익성은 큰 폭으로 저하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저축성보험의 수입보험료 증가율은 2016년 -3.9%, 2017 -12.3%, 2018 -13.5%로 역성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 직접적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신평사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으면서 보험상품 해약률이 높아지고 있고, 주력 상품 부재로 전반적으로 생보업계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라며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건전성 지표를 개선해야하는 등 자본확충 문제까지 떠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운용 수익률 하락 지속…"대형사도 등급 전망 우려"
신평사들은 보험영업 수익 적자를 만회해오던 투자 수익률의 지속적인 역성장에 대해서도 경고하기 시작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2013년 연평균 4.7% 수준의 운용자산이익률이 지난해 3.4%까지 떨어진 것다.
생보사들은 수익성 만회를 위해 위험자산 투자를 늘려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런 공격적인 투자성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생명보험은 상품 특성상 보험 가입 기간이 길다. 종신 보험의 경우 가입자의 사망시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다. 이에 오랜 기간 안전하게 자산을 운용하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전체 생보사 투자 자산 중 안전자산(국공채 + 특수채 + 보험약관대출) 비중은 2013년 56.8%에서 지난해 49.3%로 과반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시장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당장의 수익성 만회를 위해 비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긴 하지만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며 "균형있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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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사들은 올해 대형사들의 위기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중소형사들의 위기가 예고편이라면 본격적인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대형사들의 경우 채권 등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를 해온 영향으로 투자수익률이 더욱 낮아졌다는 평가다.
실제 국내 9개 대형 생보사들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곳은 삼성생명, 신한생명, 하나생명 뿐이다.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오렌지라이프,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은 모두 역성장했다.
특히 업계 2위 한화생명이 1662억원의 당기순이익 감소를 겪은 데 이어 3위 교보생명마저 1045억원의 당기순이익 저하를 겪었다. '톱 3' 생보사 모두 위태로운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신평사 고위 관계자는 "올해 2~3곳의 생명보험사의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올해는 대형사 역시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내부적인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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