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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투자 성공 스토리' 이어갈까 [전환기 맞은 정유업]①여전히 높은 정유 의존도…올레핀에만 10조 투입

박기수 기자공개 2019-04-10 08:57:34

[편집자주]

종합석유화학회사로 탈바꿈을 시도한 지 수년이 지났으나 정유업체의 고민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저유가 때문만이 아니다. 2010년대 들어 '환경' 중심으로 바뀐 세계경제 패러다임에의 적응, 비정유사업 투자 재원 확보, 에너지 산업의 혁명적 시프트(Shift) 시대 준비 등 불확실한 미래 과제가 한두개가 아니다. 작년말 유가 하락으로 실적 쇼크를 경험할 정도로 외생변수 변화에는 여전히 취약하다. 산업 전환기 기로에 선 정유업체들의 현황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9일 0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쓰오일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투자의 귀재'다. 다른 기업이 중질유를 '버리는 기름'이라고 생각할 때 에쓰오일은 이 중질유를 또 한 번 정제해 경질유로 만드는 고도화 설비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유치했다. 암울한 시기였던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파라자일렌 공장에 대규모 증설을 발표하더니 증설이 끝난 후 3년 동안 파라자일렌의 판가가 역대 최고를 찍었다.

그럼에도 전체 실적을 바라보면 의문점이 생긴다. 고도화 설비를 확실하게 갖춘 뒤 2년간은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2005년부터 다시 수익성이 악화했다. 온산 파라자일렌 확장을 완료한 이후에는 오히려 전사 수익성이 악화해 2014년에는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지난해 역시 에쓰오일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2.51%로 2017년 6.57%보다 4.06%포인트 낮아졌다. 두 번의 '신의 한 수' 이후에도 왜 에쓰오일의 실적은 여전히 들쑥날쑥할까.

실적 추이(연결)

이유는 간단하다. 여전히 정유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 25조5643억원 중 정유 부문이 차지하는 매출은 20조1265억원으로 비율로 따지면 79%에 달한다. 2017년에도 정유 부문은 전체 매출의 78%를 차지했다.

정유 사업의 수익성은 유가 변동에 민감하다. 통상 원유가 정유사에 들어와 제품으로 완성돼 시장에 진출하기까지 1달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 이 순간에도 유가는 계속 움직인다. 유가가 급락할 경우 휘발유 등 제품의 시장 가격도 함께 내려가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원유는 비교적 비싸게 샀는데 제품은 싸게 파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손해분을 일컫는 '재고평가손실'이 커지면 정유사의 영업이익도 그만큼 줄어든다. 지난해 말 유가 급락의 쇼크로 에쓰오일은 2422억원의 재고평가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에는 1372억원을 기록했다.

사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온산공장 증설 직후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폭등했다. 2010년 에쓰오일 석유화학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404억원, 640억원이었다. 이 숫자가 공장 완공 해였던 2011년에는 매출 3조4911억원, 영업이익 4467억원으로 뛰었다. 영업이익률이 4%대에서 13%로 뛴 셈이다. 2012년 이후에도 석유화학 부문은 천억대 영업이익(2012년 8274억원, 2013년 5626억원)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 시기에도 전사 영업이익률은 좋지 않았다. 8000억원대 영업이익으로 창사 이래 석유화학 부문에서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2012년 에쓰오일의 전사 영업이익률은 2.25%에 불과했다. 2011년 5.12%대비 2.13%포인트 낮아진 수치였다. 2013년에도 석유화학 부문에서 5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전사 영업이익률은 1.17%로 내려앉았다. 이는 여전히 에쓰오일의 전사 영업이익률을 움직이는 주 요소가 정유 사업 부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실제 2012년과 2013년 에쓰오일의 정유 부문은 3761억원, 350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영업이익률 추이

지속 가능한 수익성에 대한 질문에 에쓰오일은 천문학적 금액의 석유화학 투자라는 답안지를 제출한 상태다. 2018년 기준 에쓰오일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6395억원으로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3509억원이다. 비율로 따지면 54%다. 전사 수익성에는 석유화학 사업만 한 게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에 에쓰오일은 2015년 말 새로운 석유화학 사업 영역인 올레핀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1단계 프로젝트인 잔사유고도화시설(RUC)·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ODC)은 완공돼 지난해 말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해 8월에는 2단계 프로젝트로 연간 150만 톤 규모의 스팀 크래커(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와 부생가스 등으로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시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짓기로 했다. 두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돈만 약 10조원이다.

관건은 에쓰오일이 성공 신화를 두 번에서 세 번으로 늘릴 수 있느냐다. 앞서 두 스토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남이 안 가던 길'을 갔던 지난날과 대비해 올레핀 투자는 모든 정유사가 '가고 있는 길'이라는 점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에틸렌(올레핀계 석유 화학물질) 생산량 1위(국내) 기업인 롯데케미칼과 합작 법인을 세워 석유화학의 비중을 늘리고 있고, GS칼텍스는 2조7000억원 이상을 들여 올레핀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올레핀 시장의 무대는 국내에 한정되지 않아 글로벌 업체들의 상황도 중요하다. 프로젝트가 끝날 때 쯤인 2023년 올레핀 시황이 어떨지가 최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완료될 2023년 올레핀 제품 시황이 중요하다"라면서 "과거 파라자일렌 공장이 완공된 후 3년간 시황이 좋아 역대 최고급 실적을 냈던 것 처럼 2023년 이후 올레핀 시황이 좋으면 에쓰오일은 정유 시황에 수익성이 들쑥날쑥한 현재 상황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다만 그 반대의 경우 이전 두 번의 성공적 투자 역사가 끊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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