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플랫폼파트너스, 확실한 '각인효과' [행동주의 헤지펀드 분석]①맥쿼리인프라 상대 주주활동…운용자산 2000억→1조 급성장
김슬기 기자공개 2019-04-18 13:10:00
[편집자주]
투자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으로 행동주의 펀드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도 충분히 조성돼 있다. 덩치가 크지 않지만 국내 사모 헤지펀드들도 액티비스트(Activist)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더벨은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고 있는 국내 헤지펀드 하우스의 운용철학과 전략, 핵심인물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9일 14: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행동주의 헤지펀드 시장에서 가장 '핫(hot)'했던 회사가 바로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이다. 플랫폼파트너스운용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맥쿼리인프라)를 상대로 주주권 행사에 나서면서 시장에 이름을 톡톡히 알렸다. 혹자는 펀드 수익률을 끌어 올리기 위한 '무모한' 혹은 '무리한' 도전이라고 폄하했다.플랫폼파트너스운용은 맥쿼리인프라를 상대로 운용사 교체와 운용보수 인하를 주장했다.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운용사 교체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운용보수 인하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게다가 맥쿼리인프라는 올해 초 성과보수를 완전히 폐지하고 기본보수를 낮추기로 하면서 다윗 플랫폼파트너스가 골리앗 맥쿼리를 상대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도 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하우스로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 '메자닌 헤지펀드'→'행동주의 하우스'로 변신
플랫폼파트너스운용은 2015년 12월 설립된 플랫폼파트너스에서 시작됐다. 다음해 7월 헤지펀드 운용사 인가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회사를 설립한 정재훈 대표는 삼성증권, 메릴린치, 다이와증권를 거쳤다. 회사는 총 9번의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자본금을 48억원까지 늘렸다. 현재 정 대표는 37%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플랫폼파트너스운용은 2016년 11월에는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 업무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2세대 헤지펀드 하우스들이 자문사에서 운용사로 전환한 것과는 달리 플랫폼파트너스운용은 운용업계에 바로 뛰어든 특이한 신생사였다.
초기 설정된 펀드들을 살펴보면 주로 메자닌을 담는 펀드가 주를 이뤘다. '플랫폼파트너스 액티브메자닌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등을 시작으로 메자닌 펀드를 설정했다. '액티브 메자닌'이라는 주전략을 내세워 투자한 기업의 가치 향상에 기여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타 메자닌 펀드와 차별화하겠다는 것이었다.
플랫폼파트너스운용은 2017년까지만 해도 메자닌 펀드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7년 말 펀드 설정규모는 2102억원이다. 메자닌 펀드로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운용사가 시장에 제대로 각인이 되기 시작한 건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한 펀드를 출시하면서다. 현재 플랫폼파트너스운용의 설정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또 지난해 플랫폼파트너스운용의 설립 멤버들이 회사를 떠나고 인프라 인력 중심으로 조직이 개편되면서 하우스의 정체성이 확연히 달라졌다. '플랫폼파트너스 액티브인프라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이 출시되면서 행동주의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해당 펀드 외에도 액티브인프라멀티전략 펀드, 고배당가치주 펀드, 인프라고배당 펀드 등의 펀드가 출시됐고, 맥쿼리인프라 주식을 담기 시작했다. 펀드를 통해 맥쿼리인프라 지분율을 4%까지 끌어올렸다.
◇"잘 아는 기업이 타깃"..올해 키워드는 '인프라'
플랫폼파트너스운용이 맥쿼리인프라를 주주 행동주의의 첫 타깃으로 삼은 건 우연이 아니다. 플랫폼파트너스운용은 '잘 아는 사업이어야 정확하게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주주 행동주의를 실시했다. 운용사 내부 인력 다수가 인프라 분야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주주 행동주의를 주도했던 인물은 당시 대체투자2본부(현재 스페셜시츄에이션본부)의 차종현 본부장이다. 작년 플랫폼파트너스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차 본부장은 BDA파트너스, 맥쿼리캐피탈, 맥쿼리자산운용 등을 거친 인물로 인프라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이 있다.
차 본부장 주도로 운용사는 작년 6월 맥쿼리인프라를 상대로 운용사 교체를 요청하는 주주총회 소집 요구서를 발송했다. 9월 임시주주총회에서 관련 안건이 부결되기는 했으나 기본 운용보수를 낮추는데 성공했다. 올해 초 맥쿼리인프라는 운용사인 맥쿼리자산운용에 지급하는 성과보수를 완전히 폐지하고 기본보수 요율 역시 추가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플랫폼파트너스운용 내에는 여전히 맥쿼리인프라 자산을 담고 있는 펀드가 많다. 맥쿼리인프라 주식 자체가 가지는 배당 매력이나 주가 매력도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맥쿼리인프라펀드와의 긴장 관계에 대한 끈을 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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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운용은 지난해 말 설정된 '더플랫폼 스페셜시츄에이션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1호' 등을 통해 주주 행동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지만 다음 타깃 설정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주 행동주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 뿐 아니라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주주 행동주의 활동은 명분이 없으면 성공확률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기초조사를 하고 있고 기업 선정을 신중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플랫폼파트너스운용은 맥쿼리인프라펀드를 뛰어넘어 전체 인프라 사업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플랫폼파트너스운용을 관통하는 단어가 '행동주의'였다면 올해에는 '인프라'인 셈이다.
플랫폼운용은 연초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히드로공항에 2300억원 규모 대출투자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글로벌인프라펀드를 조성했다. 추가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대학 대출채권 등에 투자하는 상품도 낼 예정이다. 운용사는 기관용과 리테일용으로 구조를 달리해 상품화하고 있다. 맥쿼리인프라펀드와의 싸움을 통해 체력을 한층 키웠고 이를 통해 투자 자산의 폭과 깊이를 더욱 정교화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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