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시멘트, '승자의 저주'는 없다 [시멘트업 리포트]②인수로 재무구조 일시적 악화, 기초체력 튼튼
박기수 기자공개 2019-04-15 07:51:38
[편집자주]
국내 시멘트 시장은 치열하면서도 변동이 없는 역설적인 시장이었다. 7개의 업체들이 경쟁하면서도 이 구도가 30여년동안 깨지지 않고 이어져왔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사모펀드들이 시장에 진입하며 업계의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M&A 1라운드가 마무리 된 현재, 각 업체들이 처한 상황도 가지각색이다. 각 업체들의 재무 상황과 지배구조 이슈 등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2일 09: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일시멘트가 인수한 현대시멘트는 굴곡이 많은 업체였다. 자회사 성우종합건설에 보증채무를 서다 덩달아 경영난에 휩싸이며 2010년부터 워크아웃 체제에 들어섰던 경험이 있다. 한일시멘트가 인수할 당시만 하더라도 현대시멘트의 재무 부담은 여전했다. 부실 자회사와의 연결 고리를 모두 끊어낸 상태였지만 2016년 기준 현대시멘트에 쌓여있는 결손금만 1566억원에 달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 규모는 각각 263.6%, 980억원이었다.인수·합병(M&A)은 언제나 '승자의 저주'라는 그림자를 달고 다닌다. 그럼에도 한일시멘트는 과감히 현대시멘트에 베팅했다. 그 배경으로는 한일시멘트 자체의 튼튼한 재무구조가 꼽힌다.
한일홀딩스(舊 한일시멘트)의 2016년 말 연결 기준 부채총계와 자본총계는 각각 6304억원, 1조528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41.3%에 불과하다. 총차입금(2015억원)보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4677억원)이 많아 순차입금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차입금의존도도 10% 미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본체'가 튼튼했기에 상대적으로 부실한 회사를 과감히 품을 수 있었던 셈이다.
재무 상황만 녹록지 않았을 뿐 현대시멘트는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왔었다. 워크아웃 과정을 밟은 이후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00억~500억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로 따지면 매년 14% 이상을 냈던 셈이다. 쌍용양회 인수전 패배 등 사세 확장에 고배를 마셔오던 한일시멘트에 현대시멘트는 놓치기 힘든 매물이었다.
|
인수 이후 예상대로 한일시멘트의 재무 부담은 커졌다. 2017년 말 기준 한일홀딩스의 부채비율은 103.5%로 2016년 말 대비 무려 62.2%포인트 높아졌다. 현대시멘트 인수를 위한 외부 차입과 동시에 현대시멘트의 부채 부담을 그대로 떠안은 결과였다. 2017년 말 기준 한일홀딩스의 총차입금은 1조293억원까지 늘어났다. 마이너스였던 순차입금도 3634억원까지 늘어났다. 70억원에 그쳤던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은 219억원까지 늘어났다.
다만 인수로 인한 재무적인 부작용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가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향후 재무 구조를 다시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지난해 기준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를 합한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584억원, 1133억원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재무 부담은 인수 직후인 2017년 말보다 일부 하락한 모습이다. 작년 말 기준 한일홀딩스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88.7%로 2017년 말보다 14.8%포인트 하락했다. 총차입금도 8400억원으로 자산 대비 비중이 25.8%로 하락했다.
추가적으로 재무 지표가 악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아직 현대시멘트의 인수가 완전한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일홀딩스는 LK파트너스와 함께 HLK홀딩스를 세워 이를 통해 현대시멘트를 인수했다. 한일홀딩스는 현대시멘트에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HLK홀딩스의 지분을 48.72%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 HLK홀딩스의 지분을 인수해야만 현대시멘트 인수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인수 당시 맺었던 계약에 따르면 한일홀딩스는 올해 7월부터 HLK홀딩스의 잔여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혹은 내년 7월이 되면 LK파트너스가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옵션 가격은 약 2000억원 내외로 알려진다.
다만 옵션이 실행돼도 한일홀딩스의 재무 악화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현재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이 5012억원으로 실탄은 여유로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기업집단 톺아보기]'적자 늪' 빠진 대한유화, 불황기 현금흐름 관리법은
- [유동성 풍향계]10조 또 푸는 삼성전자, 3년전 특별 배당과 비교하면
- [유동성 풍향계]사업은 잘되는데…경영권 분쟁에 현금 마른 고려아연
- [LG의 CFO]여명희 전무, 36년 LG유플러스 '한 우물'
- [LG의 CFO]이노텍 LED 역사의 '산 증인' 김창태 LG전자 부사장
- [기업집단 톺아보기]대한유화, 'KPIC코포'의 옥상옥은 어떻게 탄생했나
- [비용 모니터]K-배터리 감가상각 역습, 캐즘과 맞물린 과투자 상흔
- [유동성 풍향계]LG그룹, 작년보다 현금흐름 일제히 악화…투자도 위축
- [IR 리뷰]LG엔솔·전자, 돋보이는 IR의 '디테일'…주주 소통 '진심'
- [2024 이사회 평가]롯데정밀화학 이사회, 100점 만점에 '7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