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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수요 미미…민간기업 확산 '글쎄' [ESG채권 시장 점검]②한국물과 대조…발행사 주도 시장 한계

피혜림 기자공개 2019-04-26 14:06:00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4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이 한국물(Korean Paper·KP)과 원화 발행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투자자 반응은 극과 극이다. 한국물 ESG채권 발행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는 물론 사회적책임투자(SRI) 기관을 동시에 끌어모아 넘치는 수요를 자랑한다. 반면 국내 원화 채권 시장의 경우 ESG채권 전문 투자자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 일반 채권과의 차별점을 부각 시키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문제는 ESG 채권은 조달 사용처가 제한되는 것은 물론 발행 전후로 각종 절차가 수반된다는 점이다. 발행 전 외부기관으로부터 검증 보고서 등을 받아야 하는 데다 발행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후 관리 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관련 비용 등이 추가로 들어가는 만큼 투자 수요 등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사실상 시장이 성장할 유인이 없는 셈이다. 국내 ESG채권 발행 열풍이 공기업과 금융권 발행에서 비금융 민간기업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다.

◇ESG채권 운용자산 확대…물량 찾아 한국물 시장 '눈독'

2007년 유럽투자은행(EIB)가 최초의 그린본드를 발행한 이후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투자 수요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의 그린본드(Green bond) 펀드 자산은 56억유로 규모였다. 전년 동기(30억 유로) 대비 86% 증가한 수치다.

풍부한 수요는 ESG채권 열풍을 각국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운용자산에 넣을 ESG채권을 찾지 못해 한국물 발행 물량이 없는지 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다"며 "투자 자산으로 편입시킬 ESG 채권 물량이 충분치 않자 각국의 발행사를 물색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투자 수요에 힘입은 시장 형성으로 이슈어(Issuer) 역시 발행으로 얻는 실익이 충분한 상황이다. ESG채권 발행에 나설 경우 기관 내 ESG 투자 조직과 일반 채권 투자 조직이 각각 주문을 넣는 데다 사회적책임투자(SRI) 기관의 참여로 무난히 투자자 확보에 성공하고 있다. SRI 기관으로 투자자층을 넓혀 향후 발행 기반 역시 탄탄히 다질 수 있다. 친환경·친사회적 사업에 대한 홍보 효과 또한 충분해 글로벌 시장 내 기업 이미지 제고도 가능하다.

◇'발행사 주도' 원화 시장, 성장 유인 '제한적'

반면 원화 ESG채권 시장은 발행사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 한국물 시장 내 ESG채권 발행사가 원화 시장에 재등장하는 모습이다. 한국수출입은행과 IBK기업은행, 주택금융공사 등 지난해 외화 ESG 채권 발행에 나섰던 기업들이 국내에서도 ESG채권을 찍어 원화 시장을 조성했다.

발행사 주도의 시장 조성은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내 지배적 의견이다. ESG채권 발행사는 발행 전 국제기구나 회계법인 등으로부터 검증 보고서를 받아야 한다. 채권 관리 체계 구축은 물론 조달 자금이 쓰이는 프로젝트 등이 얼마나 ESG채권 본연의 목적에 부합한 지 등을 평가받는 작업이다.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조달 자금의 사용처와 해당 사업을 통한 친환경·친사회적 효과 등을 담은 보고서를 게시해야 한다. 관련 작업을 위해 각종 비용이 소요되는만큼 발행사가 ESG채권을 찍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물 ESG 채권 발행사의 참여로 지난해 원화 시장이 조성됐지만 성장은 더딘 모습이다. 정부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추고자 하는 공기업과 금융권 기업들이 발행을 이어오고 있지만 비금융 민간기업까지는 확대되지 않고 있다. 발행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일반 채권을 찍는 것이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채권시장 호황에 힘입어 대부분의 발행사가 조달금리 절감에도 성공하고 있어 ESG채권에 대한 관심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더욱이 국내 채권 시장의 경우 ESG채권 투자자가 사실상 전무해 수요 확보 역시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그린본드를 찍은 한국남동발전은 ESG채권 투자자가 아닌, 30년 장기물 투자자로 수요를 모았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최근 사회적책임투자가 등장하고 있지만 주식 상품 등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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