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4월 29일 10: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러분. 1억원을 버는 게 빠를까요? 아니면 1,2,3부터 시작해 1억까지 숫자를 세는 것이 빠를까요?" 몇 년 전 어느 드라마에 등장한 대사다. 필자가 강연 중 이런 질문을 하면 대부분 세는 것이 더 빠르다고 얘기한다. 정말 그럴까?
하루는 24시간이고 분과 초로 환산하면 각각 1440분, 8만6400초가 된다. 1억을 8만6400초로 나누면 1157일이고 대략 39개월이다. 1초에 하나씩 숫자만 센다고 할 때 3년이 넘게 걸린다. 사람이 숫자만 세고 있을수 있을까? 세는 것보다 버는 것(저축하는 것)이 훨씬 빠를 수 있다.
그렇다면 1억원을 모으는데 얼마나 걸릴까? 인터넷에 적금 계산기를 검색해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매월 77만원, 복리 2% 적금 상품에 저축하면 10년(120개월)뒤 세후 대략 1억원 남짓을 수령할 수 있다. 1억원을 모으는데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72% 법칙을 기억하는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복리야말로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며, 72를 복리수익률로 나누면 원금이 두배가 되는 기간과 같아진다는 법칙을 제시했다. 금리와 수익률이 개념적인 차이는 있지만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72법칙을 적용해 보자.
가령 1980년대의 은행의 평균금리는 대략 24%였다. 쉽게 말해 1980년대에는 내 원금이 두배가 되는기간은 대략 3년(72/24) 정도 걸렸다는 얘기다. 당시 3년 만기 적금과 예금이 많았던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요즘은 어떤가?. 평균금리를 2%로 잡으면 총 36년이 걸린다. 이처럼 돈을 불려가는 것이 쉽지가 않다. 노후준비의 개념이 가치 측면으로 변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생활비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전에는 생활비 마련을 위한 노후준비가 퇴직시점에 원하는 필요 준비자금을 모으는 데 관심이 있었다. 가령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박과장(35)이 60세에 은퇴해서 최소 월생활비 200만원으로 80세까지 노후 생활을 한다고 가정할 때 얼마를 모아야 할까' 라는 식이다. 실제 물가상승률 1%, 투자수익율 3%를 고려할 때 필요금액은 3억9000만원이지만 기대수명이 늘어난다면 필요자금은 더 늘어난다. 만약 기대수명이 90세로 은퇴기간이 늘어나면 5억4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때 물가와 투자수익율이 각각 1%포인트씩 증가, 하락한다면 6억2000만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목돈 중심의 은퇴설계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기대 수명 , 물가 상승률, 투자 수익률 등은 통제 불가능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 살지 알 수 없고, 오래산다 하더라도 준비된 자산이 먼저 고갈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물가 등 경제 변수의 변화로 인해 필요 자금은 수시로 변동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상기 예시처럼 저축을 통해서 1억원을 모으는데 10년이 걸린다고 할때, 72법칙을 적용한다면 그보다 많은 금액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한다면 노후준비를 위한 은퇴(연금)설계의 방향은 목돈중심이 아니라 소득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관점은 다양한 소득으로 소득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의미로, 가장 기본적인 설계는 연금소득이다. 연금설계도 다양한 경제변수들로 변동성이 존재할 수 있다. 다만 연금소득 (국민·퇴직·개인연금)의 경우 구매력 측면에서 물가와 임금상승률이 이미 반영돼있고, 개인연금(연금저축·연금보험)의 경우 보험료 납입시 세제혜택은 물론 연금수령시 비과세 혜택(조건충족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려해야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음악이 바뀌면 춤도 바뀌어야 한다(When the music change, So does the dance)'라는 말이 있다. 은퇴설계의 관점이 변화면 노후준비의 구체적인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최소한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연금설계는 계속되어야 하지 않을까.
前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부소장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위원
경희대학교 (Pension & Finance) 박사과정 수료
보험연수원 연금(은퇴설계) 전문가 양성과정 교수
생명보험협회 사회공헌위원회 위촉 노후설계 전문강사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