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운업계]'적자 늪' 흥아해운, 비핵심 자산 매각 '시급'재무악화 장기화…'통합법인' 동남아시장 지배력 확대 여부 불투명
이광호 기자공개 2019-05-03 18:19:15
[편집자주]
국적 해운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해운사들은 새 기준을 따르기 위한 방안을 올해 안에 결정해야 한다. 국제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부채비율 관리도 당면 과제로 부상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해운업이 겹악재를 맞은 상황이다. 각 해운사의 '실적·재무' 자료를 토대로 위기 대응 현황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30일 11: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흥아해운은 아시아 지역 내 컨테이너 화물과 액체석유화학제품의 해상운송 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컨테이너선사다. '흥아(興亞)'라는 사명에서도 잘 드러나듯 중국·일본·동남아시아 등 아시아에 집중하는 근해선사다. 1961년 한-일 정기선 컨테이너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연간 120만TEU(1TEU=6m 컨테이너 1개) 이상을 수송하는 최대 인트라아시아 정기선사로서 성장해왔다.그러나 저운임과 고유가, 용선료 부담 등에 따른 업황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실적과 재무상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흥아해운은 지난해 매출 7539억원, 영업손실 376억원, 당기순손실 86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9% 감소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89.2%와 39.6% 확대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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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업계에서는 중견선사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흥아해운은 장금상선과 컨테이너 사업을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10월 출범 예정인 통합법인 '시노코흥아(Sinokor Heung-A·가칭)'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의 통합법인이 연내 출범하면 컨테이너 적재 용량 9만TEU로 국내 컨테이너선사 3위, 글로벌 19위에 오르게 된다.
◇저운임-고유가-용선료 '3중고'…실적·재무 모두 악화
그러나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흥아해운의 재무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적자 폭이 커지는 가운데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흥아해운의 부채비율은 최근 5년 간 줄곧 상승했고 급기야 지난해 999.5%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 채무를 막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35%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난해 흥아해운의 자본총액 731억원은 납입자본금 878억원 보다 부족해 자본잠식이 시작되고 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갈수록 줄어들어 지난해 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에비타(상각전영업이익)는 지난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132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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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장금상선과 달리 흥아해운은 여러모로 어려운 상태다. 특히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이에 흥아해운은 통합 완수를 위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컨테이너 화물 운송·보관·하역 전문 기업 국보(21%·150억)와 물류창고업을 영위하는 H&V물류안성(29%·94억) 지분을 매각했다. 이어 878억원이었던 자본금을 412억원으로 감자하고 발행주식 수도 1억7564만주에서 8237만주로 줄인다.
◇흥아-장금 컨테이너 '통합 법인' 출범…선대 경쟁력 의문
업계에서는 흥아해운이 국보와 H&V물류안성을 비롯해 비주력 계열사를 추가로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흥아해운은 5개의 종속기업과 18개의 관계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우선 종속기업의 경우 하스매니지먼트(선박관리), 파이오니어탱커서비스(선박관리), 중흥통상(부식공급), 흥아선무중국유한공사(해운대리), 흥아물류상해유한공사(물류) 등으로 해운업과 연관성이 깊다.
반면 관계기업 중에서는 사업 연관성이 낮은 계열사들이 눈에 띈다. 국보와 H&V물류안성 외에도 피케이밸브(제조·판매), 흥아프로퍼티그룹(자산관리), H&V물류(물류창고), HAST LOGISTICS(물류창고), HPH LOGISTICS JSC(운송 및 보관) 등이 대표적이다. 흥아해운은 각각 38.2%, 50%, 50%, 40%, 4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흥아해운이 쥐고 있는 이들 회사의 지분가치는 502억원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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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매각한 국보(150억)와 H&V물류안성(94억)에 더해 추가 매각이 이뤄질 경우 746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더불어 흥아해운이 이번 달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에서 장금상선 본사가 있는 서울 북창동 인근으로 사무실을 옮긴 점을 고려하면 기존 서울 문정동 사옥(172억) 매각 가능성도 열려있다. 또한 울산광역시 방기리 토지(132억) 매각까지 이뤄진다면 흥아해운의 유동성은 1050억원으로 확대된다.
이달 사업보고서 기준 흥아해운 자본총액은 731억원, 부채총액은 7306억원이다. 자본에 비해 부채가 10배 이상 많다. 부채비율은 999.5%에 육박한다. 만약 이처럼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태에서 추가 자산매각을 통해 1050억원을 확보하면 자본총액은 1781억원으로 늘어난다. 부채비율은 410.2%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흥아해운의 이 같은 자산 매각과 별개로 통합법인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장금-흥아 통합법인은 동남아 항로 쪽을 집중 공략해 수익을 올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문제는 흥아해운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동남아 노선은 장금상선의 적자노선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남아시장은 유럽과 대만선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선복량 증가와 선대 최신화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결국 관건은 투자비용인 셈이다.
흥아해운 관계자는 "현재로선 추가 자산 매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흥아-장금 컨테이너선 통합법인에 집중하고 있다"며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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