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LG화학·SK이노 배터리 분쟁]다툼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입장 따라 첨예…'2011년 발목잡기 소송 재현' 시각도

박기수 기자공개 2019-05-03 18:20:49

이 기사는 2019년 05월 02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 비밀(Trade Secrets) 침해'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 법원에 제소하면서 분쟁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도 제각기 갈라지고 있다. 2010년대 초 양 사간 불거졌던 특허권 침해와 달리 '개인의 전직 자유'와 '기업과 기업 간의 도덕성' 문제까지 거론돼 실타래를 풀기 까다로운 문제로 진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2일 양 사의 참고자료에 따르면 분쟁의 핵심은 '영업비밀 유출'이다. LG화학은 영업비밀 유출이 인력 유출의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LG화학은 배포 자료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 만에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인력 76명을 빼갔고 현재도 추가 채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공표했다.

분쟁 심화

양 사간 분쟁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시선은 LG화학의 주장대로 비교적 적은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했음에도 배터리 수주 잔고의 급격한 상승을 의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LG화학은 참고 자료를 통해 LG화학의 영업 비밀이 적힌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서류를 공개하며 '이와 같은 케이스는 일부 사례'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10년 이상 축적된 공정 기술 등 LG화학만의 고유 기술이 너무 쉽게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영업 비밀 침해는 누가 어떤 식으로 영업 비밀을 유출해 해당 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줬는지 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LG화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회사가 소송 법원으로 국내 법원이 아닌 미국 법원을 선택한 것을 '잘한 결정'이라고 바라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 미국 법원의 '증거개시절차'에 따르면 피고인은 재판부가 요구하는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거나 주장을 입증하지 못하면 패소할 소지가 커진다. 여러 민감한 정황들을 심도있게 파헤쳐야 하는 상황에서 증거개시절차가 엄격하게 설정돼있는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LG화학에게는 유리하다는 것이다.

두번째 시선과 세번째 시선은 LG화학에 다소 불리한 시선이다. 두번째 시선은 앞서 언급한 분리막 분쟁의 '2막'과 연관된다. 2011년 말 LG화학은 2007년 말 자사가 등록한 세라믹 코팅 방식의 배터리 분리막에 대한 특허를 SK이노베이션이 침해했다고 서울중앙지법에 특허침해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2014년 2월 서울지방법원이 SK이노베이션에 특허 비침해 판결을 내리고 양 사가 제기한 소송을 각각 취하하면서 SK가 최종 승소하는 모양새가 됐다.

두번째 시선을 견지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소송이 진행되는 3년 동안 SK이노베이션은 '시간 낭비'를 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 LG화학이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는 의미다. 분쟁 과정을 끝내고 결국 분리막 부문에서 글로벌 2위 자리까지 오른 SK이노베이션이지만, 3년 동안 쓸데없는 분쟁 대신 사업에 집중했다면 성과를 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이번에도 LG화학이 후발 주자의 추적을 막기 위해 법리적인 방법을 동원해 성장을 막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보내고 있다.

세 번째 시선은 개인의 전직 자유를 중시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후발 주자가 시장 점유율을 따라잡기 위해 리딩 기업의 인력을 영입하는 것은 배터리 업계 외에서도 흔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영업비밀 유출을 방지하고자 했다면 개인이 전직 동기를 갖기 전에 사전 조치를 해야 했던 게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LG화학·SK이노베이션 분쟁은 2010년대 초 발발한 특허권 분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면서 "영업 비밀을 유출했다는 사실부터 유출 내용이 SK이노베이션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