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CEO 후보군 분석]내부 vs 외부, 직원들은 어느 쪽을 원할까⑦대외부문에선 '현직', 사업부는 '힘 센 외부출신' 선호
김장환 기자공개 2019-05-10 07:31:29
[편집자주]
황창규 KT 회장 임기 만료가 약 1년 앞으로 다가왔다. KT는 아직까지 여유가 있는 상황이나 차기 회장 선임 절차 돌입을 서둘러 알렸다. 외압 개입 여지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차기 회장 선임 프로세스도 현직 인사 선출에 초점을 맞춰 전면 개정했다. 이를 토대로 보면 KT 차기 회장 후보군도 한 눈에 들어온다. 황 회장 뒤를 이을 인사는 과연 누가 있을까. 그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09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 직원들은 내부와 외부 출신 중 어느 쪽 차기 회장을 원하고 있을까. 지난 십수년 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 자리를 둘러싼 외압으로 시끄러웠던 기업이다. 관료 출신, 혹은 정권과 연줄이 닿는 인사들이 회장 자리를 차지해왔다. 자신이 낙하산 인사임에도 정권 교체기 '버티기'에 돌입했던 인사들이 다수였고, 그 결과는 잘 알려졌듯이 '먼지떨이'식 검찰 수사 등으로 인한 불명예 퇴진으로 이어졌다.그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봤던 KT 직원들에게 정권에서 자유로운 회장 선출은 숙원이 됐다.
KT 임직원들의 생각은 엇갈린다. 대외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황창규 회장 의중에 따라 현직 중에서 차기 회장을 뽑는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 많다. 잡음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반면 사업부 임직원들 중에서는 외부 출신 인사가 낫다는 의견도 있다. ICT 사업은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성공 확률이 높은 사업이고 이를 위해서는 정권과 밀접한 인사가 수장을 맡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KT가 지난해 정관을 변경하고 회장 선임 절차를 세분화한 것은 내부, 그것도 현직 인사 중에서 차기 회장을 뽑기 위한 목적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CEO추천위원회에 쏠려 있던 회장 선출 권한을 지배구조위원회로 이원화해 절차를 보다 복잡하게 만들었다. 회장 후보 조건으로는 '기업 경영 경험'이란 조항을 추가했다. 관료 출신이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의 규정 변경으로 해석됐다.
KT는 올해 3월 주주총회를 마무리한 직후 차기 회장 후보군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첫단추는 지배구조위원회가 끼우게 됐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규정을 개정해 본사 및 계열사에서 2년 넘게 근무한 부사장 직급 이상인 자를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고, 후보군 조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KT는 별도 채널을 통해 외부 후보군도 추리기로 했으나 아직 이와 관련된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KT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외부 출신 회장 유입이 단절되기를 원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십수년 동안 외부 출신 회장들이 자리를 차지해왔던 KT는 정권 교체기마다 조용한 적이 없었다. 황 회장 전임이었던 이석채 전 회장, 또 그 전임이었던 남중수 전 사장 모두 연임에 성공했음에도 정권 교체기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이들은 퇴임 거부 후 검찰 수사, 이후 퇴진이란 공통점을 안고 있다. 정권과 밀접한 인사들이 회장 자리에 올랐을 때 보일 수 있는 부작용의 예로 꾸준히 거론되는 일들이다. 2017년 연임에 성공한 황 회장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지 얼마 안된 지난해부터 다양한 사유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황 회장은 각종 외압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대내외에 알리고 있다.
황 회장과 그리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는 KT 노동조합도 황 회장 의중에 따라 수정된 회장 선임 절차에 맞춰 현직에서 회장이 선출되기를 원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역설적이지만 이는 황 회장을 향해 노조가 지속해 각을 세우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황 회장은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등 국가 기관에서 근무하다가 2014년 KT에 왔다. KT 노조 측은 '올드보이(OB)'라고 할지라도 KT를 거쳤던 인물이 차기 회장 자리에 올랐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일각에선 '힘 있는' 외부 출신 회장이 오는 게 사업을 진행하는 측면에서 이점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KT는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창립돼 2002년 민영화된 기업이다. 포스코와 함께 대표적인 '민영화된 공기업'으로 불린다. 정부는 국가 인프라 사업이었던 통신업을 SK, LG 등 민간 사업자로까지 허가하면서 KT도 민영화를 단행했다. 하지만 정부의 입김이 여전히 강하다. ICT 사업은 내수시장에 국한돼 있는 사업인 만큼 국가 기관 사업 수주나 정부의 사업 허가를 받지 못하면 성장성에 한계가 명확하다.
KT 관계자는 "포스코의 경우 이구택 회장을 비롯해 오랜 기간 내부, 현직 출신이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정권 교체기마다 우리와 비슷한 사정을 겪었기는 마찬가지였다"며 "현직, OB 중에서 차기 회장을 뽑는다고 해도 정권과 연이 닿지 않는 인물이면 사실 위로 올라가기가 쉽지 않고, 그렇게 따지면 외부 출신이든 내부 출신이든 정권 교체기에 흔들기를 당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KT가 외부 출신을 뽑을 수 있는 길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다. 또 다른 KT 관계자는 "후보군 풀이 현직으로 국한하면 지나치게 좁고, OB라고 해도 적정한 인물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정관은 향후 변경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 바뀐 정관을 두고 내부에서만 뽑겠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KT도 공식적으로 외부 출신 후보군을 공모 등 절차로 추리겠다는 입장을 밝혀둔 상태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오는 10월경 본격화할 차기 회장 후보군 선정 절차 직전 외부 공모 등 절차를 단행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 정관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말이면 황 회장 대를 이을 KT 차기 회장은 과연 내부 혹은 OB, 아니면 완전한 외부 출신 중 누가 차지하게 될지 확인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황 회장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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