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사내이사 이동면…R&D전문가의 명과암 [KT CEO 후보군 분석]②디바이스 가장 잘 아는 인물, 사업경험 부족은 약점
김장환 기자공개 2019-04-26 08:16:21
[편집자주]
황창규 KT 회장 임기 만료가 약 1년 앞으로 다가왔다. KT는 아직까지 여유가 있는 상황이나 차기 회장 선임 절차 돌입을 서둘러 알렸다. 외압 개입 여지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차기 회장 선임 프로세스도 현직 인사 선출에 초점을 맞춰 전면 개정했다. 이를 토대로 보면 KT 차기 회장 후보군도 한 눈에 들어온다. 황 회장 뒤를 이을 인사는 과연 누가 있을까. 그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3일 16: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황창규 회장 후임자 후보군 선정 절차에 돌입하자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 중 한 명으로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 사장(사진)이 부상하고 있다. 이 사장은 올 들어 새롭게 등기임원(사내이사)으로 등재되면서 내부 입지가 한층 높아졌다. 함께 사내이사로 올라선 다른 인사들은 이사회 내에서 특정 역할을 맡으면서 일찌감치 회장 후보에서 배제됐다. 신규 사내 이사 중엔 이 사장이 유일한 차기 회장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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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황창규 회장 부임 후 4년 사이 전무에서 사장까지 초고속 승진한 인사다. 1962년생으로 서울대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수료한 이 사장은 황 회장이 2014년 KT에 왔던 시점에 융합기술원장(전무)을 맡고 있었고 2015년 부사장, 2017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R&D 전문가로 사장 자리에 오른 건 이 사장이 KT 내 최초란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인 황 회장이 KT에 오면서 이뤄진 변화 중 하나가 R&D의 중요성을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연구원장을 사장까지 올린 것도 비슷한 사안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R&D 전문가로 통신 '사업' 쪽 경험이 많지 않은 인사란 점은 이 사장의 최대 장점이자 반대로 최대 약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KT에서 과거 승승장구했던 인사들의 면모를 보면 재무나 전략 등 전문가들이 대다수다. 국가기간 산업으로 볼 수 있는 KT의 통신 산업을 이끌기 위해서는 R&D보다 사업 쪽 전문가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내부 출신에서 처음으로 회장을 뽑는다면 통신사업 쪽에 정통한 인사가 더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사장은 R&D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삼성전자 디바이스 쪽 관련 연구와 사업을 다년간 경험해 본 인사여서 KT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것도 무리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통신 장비업체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건 KT가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사장은 특히 30년 넘는 기간 동안 KT에서 근무해온 만큼 내부 결집력을 끌어올리는데 적합한 인사이고, 또 안팎에서 그를 조력해 줄 수 있는 인물들도 많다는 평도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부터 사업 쪽 경험도 쌓기 시작했다. 그는 KT의 미래 사업이란 중책을 맡고 있다. 이 사장이 지난해 10월부터 이끌고 있는 미래플랫폼사업부는 말 그대로 KT의 IoT, 빅데이터, AI 역량을 결합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 분야를 찾는 업무를 하는 곳이다. KT가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미래 육성 분야는 블록체인이다. 이 사장이 현재 KT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그만큼 중책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이 사장은 지난해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된 인물이란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KT 내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황 회장 후임 후보를 추릴 것이란 말들이 지속해 있었다. 신규 사내이사로 회장 후보들을 올려 본격적인 승계 절차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었다.
실제 KT는 지난달 주총을 거쳐 신규 사내이사를 충원했다. 김인회 경영기획부문 사장과 함께 바로 이 사장이 신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핵심 후보군의 사내이사 선임이 가시화되자 이들이 차기 회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KT는 김 사장의 경우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수 없게 됐다고 최근 공표했다. 이달 12일 차기 회장 후보군 선정 절차에 돌입했음을 알린 KT는 김 사장과 이사회 간사인 박종욱 부사장은 회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을 위해 차기 회장 후보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KT는 본사와 계열사 재직 2년 이상, 부사장 직급 이상은 모두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삼기로 했음을 알렸다.
김 사장은 사내이사를 맡으며 이사회 산하 지배구조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정관상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해둔 조직이다. 김 사장이 이를 맡기 전까지는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 사장이 사내이사로서 위원을 맡고 있었다. 김 사장이 오면서 구 사장은 지배구조위에서 빠졌다.
KT 안팎에서 이 사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함께 사내이사로 오른 김 사장에게는 동시에 이사회 역할을 맡겨 회장 후보가 될 수 없게 하면서도 이 사장에게는 아무런 역할을 맡기지 않아 차기 회장 후보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황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복수 KT 관계자들의 말이다.
다른 관계자는 "이 사장이 사내이사로 포함되자 회장 후보로 올리기 위한 절차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KT가 회장 선임 절차를 서둘러 시작한 건 내부 인사 중에서 회장을 처음으로 뽑기로 한 만큼 준비 기간도 길게 가지며 실수를 줄이자는 차원이고 아직 유력한 후보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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