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5월 21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무리 설득해도 움직이질 않네요"지난해 중순 무렵 만난 한 증권사 IB맨의 하소연이다. 당시 공모채 시장 내 새로운 기업 발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모두 여력이 되는 곳에 제안했지만 피드백은 늘 같았다. 간혹 담당자가 호응하면 임원에서 막히고, 임원을 넘으면 사장이나 오너의 벽에 부딪혔다.
수요예측 경험이 없는 대기업 계열사나 중견 기업들이 공모채를 꺼리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증권신고서에 공개하고 싶지 않거나 숨기고 싶은 내용까지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만에 하나' 미매각이라도 나면 평판 저하에 대한 우려도 크다.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여전히 은둔형 기업이 다수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 활황을 업고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내는 기업들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일부는 결단을 내렸고, 발행도 마쳤다. 정보 공개에 부담감은 있었지만 공모채 효과를 택했다.
실제 올해 유독 새 얼굴이 많았다. 한신공영, 군장에너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대림에너지 등이 첫 수요예측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거나 대기 중이다. 분할 기업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많다. 지금까지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거나 조달 조건에 실망한 곳은 전무했다.
특히 '뉴 이슈어(New Issuer)'의 구성이나 면면이 예전과 달라진 점은 인상적이다. 우량 AA급보다 열위한 A급 이하 신용도를 보유한 기업들의 발행이 많았다. 여전히 절대 비중은 낮지만 AA급의 전유물이란 오점을 일정 부분 씻어낸 점 자체가 유의미한 결과다.
사실 공모채는 시장·플레이어 모두의 '윈윈'이 가능한 조달 수단 중 하나다. 기업은 저리에 만기가 긴 대량 자금을, IB는 추가 수익·고객을 확보한다. 기관·개인은 고금리 채권 등 투자 기회를 얻는다. 시장 전체로도 사모채 구축을 통한 질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공모채나 수요예측 경험이 없는 기업은 올해가 물꼬를 틀 최적기다. 시장은 연초부터 이어진 회사채 공급 대비 수요 초과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유례없을 만큼의 활황세다. 신고서 등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공모채 발행의 과실을 그냥 묻어두긴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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