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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허가취소]코오롱생명, 개발비 107억 손실처리 예상FDA서 임상 중단 결정하면 코오롱티슈진도 타격…정보보조금 32억은 미반환

강인효 기자공개 2019-05-29 07:00:00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8일 1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오롱그룹의 총수인 이웅열 전 회장이 '넷째 아이'라 부를 정도로 각별히 여겼던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 신약인 '인보사'가 코오롱생명과학에 독(毒)이 돼 돌아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오전 충북 오송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인보사(국내 제품명 인보사케이)에 대한 품목 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 2016년 7월 인보사 품목 허가 서류를 제출할 당시 이미 주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서류를 허위로 제출한 것이 식약처 조사 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식약처의 품목 허가 취소로 인보사는 사실상 의약품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됐다. 그로 인해 코오롱생명과학의 바이오사업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나아가 이번 품목 허가로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했던 인보사 연구개발(R&D) 비용은 손실로 반영될 전망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그동안 초기 개발 과정에서 투입한 870억원은 비용으로 처리했고 상업화를 앞둔 시점부터 일부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해당 무형 자산을 비용으로 처리하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와 맺은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 역시 파기될 가능성이 커져 대규모 현금 유출도 불가피하다.

◇인보사 허가 취소로 바이오사업 직격탄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사업의 주력 품목으로 해당 사업부문 매출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 인보사는 지난 2017년 7월 퇴행성 질환인 무릎 골관절염을 적응증으로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인보사는 2017년 11월부터 국내 병원을 통해 공식 판매되기 시작했다. 판매가 개시된 지 두 달간 인보사로 거둔 2017년 연간 국내 매출은 8억2400만원이었다.

인보사는 국내 처방건수가 급격하게 늘면서 작년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2018년 1분기 매출은 14억2600만원, 2분기는 15억3200만원, 3분기는 19억4700만원으로 매 분기 꾸준히 늘었다. 인보사의 작년 연간 매출은 71억원이었다. 작년 4분기에만 2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인보사 매출은 2017년 8억원에서 지난해 71억원으로 껑충 늘어났다. 인보사의 누적 처방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올해는 매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원년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사업 부문은 인보사 허가 취소로 '올스톱'되면서 더 이상의 매출 발생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바이오사업 부문 매출은 회사 전체 매출의 5%에 불과하다"면서 "원료의약품을 주로 하는 의약사업본부와 항균제·수처리제·화장품 소재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능소재사업본부 매출이 각각 매출의 45%, 49%를 차지하고 있어 바이오사업부문 매출 타격이 회사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R&D 비용 처리 107억…손실 불가피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인보사 사태로 매출 여파는 크지 않다고 전했지만 수익성엔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규모 손실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보사는 1999년 R&D를 개시해 2017년 한국에서 신약 허가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다. 지난 20여년간 총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R&D에 투자했다. 인보사 허가 취소로 관련 개발비 중 일부를 손실처리해야 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가 국내 임상 3상에 진입한 이후 발생한 지출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이전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비용으로 회계처리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국내 임상 3상을 개시한 2013년부터 인보사 R&D 비용 중 일부를 자산으로 처리해왔다. 회사는 2013년부터 6년간 총 870억원가량을 인보사 R&D에 투자했다. 2012년 이전 투자 비용에 대해선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부분이 없어 추가 손실 처리와 상관 없다.

2013~ 2018년 R&D 비용 중 판관비(비용)로 회계처리된 금액은 약 730억원, 나머지 108억원가량이 무형자산으로 처리됐다. R&D 비용은 인보사가 상업화 가능성을 보이면서 무형자산 비중이 커졌다. 2013년엔 16억원 수준이었으나 이듬해 20억, 2015년엔 24억원을 자산으로 처리했다. 상업화가 개시된 2017년엔 개발비 투입이 크지 않았으나 지난해엔 개발비 중 25억원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인보사 품목 허가 취소로 기존에 자산으로 처리했던 R&D 금액은 비용으로 손실 처리될 전망이어서 코오롱생명과학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코오롱생명과학이 수령한 인보사 개발 관련 정부보조금은 반환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2억원에 달했다.

코오롱생명과학 R&D 비용 현황_20190528(수정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정부로부터 신약 개발 과제로 보조금을 받을 경우 실패할 가능성도 감안하기 때문에 추후 개발이 실패하더라도 보조금을 반환해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 "반대로 신약 개발 단계별로 성공할 경우 보조금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센티브 개념으로 되돌려줘야 하는데, 코오롱생명과학은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코오롱 측은 정부 보조금 반환과 관련해서 "정확히 아는 바가 없다"며 함구했다.

◇미국 임상 담당 코오롱티슈진은 추가 비용 처리 미미

인보사 개발은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등 글로벌 임상을, 코오롱생명과학이 국내 임상을 맡는 투트랙으로 진행돼왔다. 인보사의 원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은 현재 미국 임상 3상이 보류된 상황인데, 임상 3상 진입 전까지는 인보사 R&D 금액 전부를 비용으로 처리해왔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015년 FDA로부터 인보사에 대한 미국 임상 3상을 승인받은 이후 급격하게 R&D 비용이 증가했다. 임상 3상은 임상 2상과는 달리 신약의 '확정적 효능'을 파악하기 위해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만큼 수백억원에 달하는 임상 비용이 든다.

실제로 2015년 코오롱티슈진은 R&D 비용은 46억원이었는데, 이듬해인 2016년에는 3배 가까이 증가한 134억원이었다. 2017년에는 전년보다 2배 넘게 늘어난 275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2017년 대비 3% 감소한 267억원을 R&D에 투자했다. 다만 미국 임상 3상이 시작되면서 57억원가량은 자산으로 회계처리됐다.

다만 이번 인보사 허가 취소는 국내에 국한된 것이어서 코오롱티슈진의 R&D 비용 회계처리에 미치는 여파는 없다. 하지만 FDA에서도 인보사에 대한 미국 임상 3상 중단 결정을 내리게 되면 자산처리한 57억원도 비용으로 손실 처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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