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6월 03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온전선은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분기순이익은 뜻밖에 급등세를 보였다. 과거 KT 케이블 구매입찰에 담합이 적발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았던 과징금이 감면된 덕분이다.

가온전선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다소 부진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6.8%, 6.6% 감소한 1989억원, 14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최근 고수익 제품군에서 부진했다면서, 올해 초고압이나 기타 특수 케이블 관련 제품의 매출을 늘려 실적 개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분기순이익이 272.9% 늘어난 14억원으로 집계된 점은 눈에 띈다. 지난 2016년 당시 KT가 발주한 케이블 구매입찰에서 8개 전선제조사들의 담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이 감면이 되면서 환입이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KT가 발주한 UTP케이블 구매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했다가 적발됐다. 이에 따라 11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올해 1분기 감면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가온전선이 과징금과 각종 소송 등을 예상해서 자체적으로 쌓아놨던 충당부채가 추가 순이익으로 반영됐다.

회사 관계자는 "1분기 분기순이익은 비정상요인으로 손익이 발생했다"며 "과거 KT 케이블 구매입찰건 담합과 관련해서 과징금이 발생해서 재무제표에 반영했는데 올해 1분기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감면 결정이 나오면서 17억원정도가 환입됐다"고 설명했다. 리니언시는 자발적으로 담합에 대해 신고를 하는 기업에게 과징금을 감면 또는 면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가온전선은 1947년 국내 최초의 전선회사인 국제전선이 모체다. 국제전선은 1988년 설립한 전주공장에서 광통신과 LAN케이블 등을 생산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후 1996년 구본능 회장이 이끄는 희성그룹에 편입되면서 범 LG가(家)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명도 희성전선으로 변경했다. 희성전선은 2004년 다시 LG전선그룹으로 소속을 옮겼다. 이후 희성전선은 LG전선그룹이 ‘LG' 브랜드를 떼고 LS로 옷을 갈아입는 과정에서 가온전선으로 사명을 다시 바꾸게 된다.

가온전선은 지난해 LS전선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전선업계 1위와 3위 점유율 기업 간의 연결 고리가 두터워지면서 규모의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실제로 양사는 미얀마 법인 설립을 위해 공동으로 투자에 나서는 등 시너지 상승을 위한 협력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가온전선은 2017년까지 LS 오너일가가 직접 지분 37.6%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지난해 1월 지분 31.59%를 전량 LS전선에 매각했다. LS는 LS전선을 거쳐 가온전선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에 나섰다. 해외시장 개척의 선두주자인 LS전선과 내수시장에 강한 가온전선이 보다 직접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시너지 효과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지난해 LS전선과 가온전선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에 나섰다. 양사는 지난해 미얀마 최대 규모의 전력케이블 공장인 LS·가온 케이블 미얀마(LSGM) 준공을 위해 공동으로 투자했다. 미얀마 양곤 인근의 틸라와 경제특구에 1만9800m² 규모의 공장 건설을 위해 총 2200만달러(한화 250억원)가 투입됐다. 투자금은 양사가 50%씩 부담했다.


작년 LS그룹은 주요 계열사에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했는데, 가온전선 역시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을 선임했다. 이와 관련해 가온전선은 지난해 LS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와 3193억원 규모의 원재료 매입 거래를 했으며, 모회사인 LS전선과도 453억원 규모의 상품 매출·매입 등의 거래를 체결한 바 있다.

한편 가온전선은 절연선과 케이블 제조업을 영위하는 모보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모보는 2009년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손실 등으로 위기에 몰려 2년 뒤인 2011년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다. 이후 2012년 LS전선의 자회사로 들어갔지만, 이듬해인 2013년 가온전선이 LS전선으로부터 모보의 주식 전량을 매수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모보는 2007년부터 6년 연속 영업손실, 7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2010년 자본완전잠식으로 상장폐지됐다. 가온전선 인수 이후 자금 지원을 통해 회생에 나섰고 점차 실적을 내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89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