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6월 19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은 유럽 투자자들의 불신 속에서 싹텄다. 유럽연합(EU) 내 독일 투자자가 스페인 은행의 채무 상환 능력을 가늠하기 어렵듯이 유럽 투자자가 역내 타국 은행의 크레딧을 온전히 믿기란 쉽지 않았다.유럽 내 은행들은 보유자산 일부를 담보로 설정해 안정성을 부각했다. 발행사가 파산을 해도 담보자산으로 우선 변제가 가능하도록 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완화시켰다. 자본시장 내 불안감이 고조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커버드본드가 유럽 시장에서 자리 잡게 된 배경이다.
반면 국내 채권 투자자는 은행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AAA' 최우량 신용도에 힘입어 은행채를 없어서 못 사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2014년 정부가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법을 만들어 커버드본드 발행 환경을 조성한 건 가계부채 안정화 때문이었다.
정부는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해 금리 변동에 따른 가계부채 리스크를 완화하고자 했다. 은행이 해당 자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장기 대출 상품에 부합하는 장기 조달수단이 필요했다. 5년물 이상의 커버드본드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처럼 유럽과 국내 커버드본드는 태생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불신을 기반으로 한 유럽식 커버드본드 형태에 갇혀 있다. 유럽식 커버드본드는 발행사와 투자자간 채권 거래가 이뤄진다. 주택담보대출 차입자가 중도상환에 나서도 발행사는 만기까지 투자자에게 발행금리를 지불해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커버드본드 발행사에게 예대율 산정 시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밝히기 전까지 원화 발행량이 제로(0)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가계부채 안정화에 특화된 우리만의 커버드본드를 고민볼 때다. 덴마크 커버드본드는 이에 부합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덴마크 역시 장기 고정금리 가계부채 확대를 위해 커버드본드를 활용하고 있다. 덴마크의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차입자에게 매입상환 옵션(buyback option)이 부여된다. 차입자가 수수료 없이 투자자에게 직접 조기상환할 수 있도록 설정해 금리 변동성은 물론 발행사가 부담하는 리스크 역시 완화했다.
정책적 혜택에만 의지해 시장 활성화에 나서는 건 순간의 커버드본드 발행량만 늘릴 뿐이다. 예대율 수혜를 위한 최저 만기가 5년으로 제시되자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에 5년물 발행만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 이유다. 원화 커버드본드는 가계부채 안정화를 위해 탄생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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