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성·희소성 부각…투자 유인 '뚜렷' [원화 커버드본드 생태계 조성]②풍부한 유동성, 시장소화 충분…은행, 투자 축 부상
피혜림 기자공개 2019-06-11 07:34:00
[편집자주]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이 드디어 열렸다. KB국민은행의 첫 발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률 제정 후 5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원화 커버드본드에 대한 시장 내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가계부채 안정화의 핵심 방안으로 떠오른 커버드본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시장 확대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04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투자자에게 원화 커버드본드는 일단 합격점이었다. KB국민은행의 첫 원화 커버드본드 물량은 5년물에 대한 희소성에 힘입어 무난히 완판에 성공했다. 최근 공사채 금리가 떨어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성과 금리가 높은 커버드본드에 대한 투자 관심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향후 커버드본드 발행분이 무난히 시장에서 소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은행 역시 커버드본드 투자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 은행이 커버드본드를 살 경우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비율) 산정시 일반 은행채 대비 낮은 수준의 위험가중치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BIS비율 개선을 노린 은행권의 관심으로 커버드본드 발행사는 신규 투자자층 확보라는 이점도 얻게 됐다.
하지만 정작 장기물에 대한 투심이 강했던 보험사의 관심은 시들한 모습이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신지급여력제도 도입 시 커버드본드에 대한 위험계수를 보다 낮게 적용하겠다고 보험사의 투자를 독려했다. 하지만 5년물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만기가 걸림돌이 됐다.
◇원화 커버드본드, 공사채 투자 대용 부상
국내 채권금리가 나날이 떨어지자 커버드본드에 대한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 당초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시중은행이 AAA등급을 보유한 탓에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없어 이를 부각한 커버드본드에 대한 투자 유인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은행채 대비 발행금리가 낮아 수익률을 겨냥한 국내 투자 시장에는 부합하지 않는 상품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커버드본드에 대한 기관 투심은 견고해지고 있다. 올해 국고채 5년물 금리가 1%대에서 꾸준히 하락하자 커버드본드의 금리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은행채 중장기물 발행량이 극히 적어 커버드본드 조달 기준이 되는 해당 만기의 은행채 스프레드가 높아져 있는 점 역시 가격적 이점을 높였다.
커버드본드의 등장으로 은행 중기물 투자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국내 은행은 그동안 3년물 미만의 채권 조달을 이어왔다. 전에 없던 만기 상품에 투자자들은 커버드본드를 5년물 은행채로 간주해 더욱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달 첫 발행에 나선 KB국민은행은 투자자의 요구로 당초 5년 단일물이었던 트랜치(tranche)에 7년물을 추가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5년 중기 구간이 희소성이 있었던 데다 공사채 발행량 감소 등으로 커버드본드 투자에 관심을 기울였다"며 "은행과 같은 우량채는 수요 자체가 견조한 데다 발행 증가율보다 수요 증가율이 높아 이후에도 투자자 모집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버드본드의 가장 큰 장점인 안정성은 연기금을 사로잡았다. 'AAA' 은행채보다 더 안정적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시장 변동성이 커져도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등이 첫 원화 커버드본드에 대한 투자를 이끌었다.
◇금융당국 투자 혜택, 은행권 적중…보험, 짧은 만기 한계
연초 금융당국이 밝힌 커버드본드 투자 유인책 역시 적중했다. 그동안 국내 은행은 서로에 대한 투자를 꺼려왔다. 그러나 연초 금융위원회가 BIS비율 산출 시 커버드본드 위험가중치를 하향 조정하겠다고 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개선 효과도 더해지자 은행이 커버드본드의 새 투자자로 떠올랐다. KB국민은행 발행 물량 역시 은행권에서 일부 흡수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은 최근 가계대출 억제책 등으로 자산 확대가 제한되자 채권 투자 등을 늘리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BIS비율 등의 혜택이 제공되는 만큼 커버드본드에 대한 주요 투자자층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보험사는 금융당국의 장려책에도 만기 등을 이유로 적극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권이 발행 혹은 검토 중인 커버드본드 만기는 주로 5년물이다. 이는 보험사 채권 투자 전략 상 장기물로 간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보험사의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신지급여력제도 관련 위험계수 조정 등의 정책 이외에도 커버드본드 만기가 다양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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