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SCM 점검]현대차, '글로벌 생산' 효율 '현대글로비스'가 높였다'다품목·소량' 부품, 한데 모아 '공급'…물류비 낮추고, '부품수급 안정성' 강화
고설봉 기자공개 2019-07-11 13:12:00
[편집자주]
우리 경제가 일본의 일부 품목 무역 제한 조치로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물론 아직 일본의 수출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대기업마저도 파장 확산에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갈등이 이유가 됐지만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취약함도 근본 원인으로 거론된다. 수십 년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더벨이 부품·소재·장비 산업 대외의존도가 높은 업종·기업을 꼽아 공급망관리(SCM)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0일 16: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글로비스가 2005년부터 강조한 건 SCM(공급망관리)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완성차를 실어 나르는 단순 해운업체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는 미주·유럽·중국을 3대 축으로 완성차와 부품을 조기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미국 앨라배마, 슬로바키아, 중국 베이징 등에도 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선투자에 나섰다. 15년이 흐른 지금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SCM을 관리하는 글로벌 종합물류업체로 도약할 수 있었다.1997년 현대차는 터키 이즈미르 지역에 연산 20만대 규모 첫 해외공장을 준공했다. 이를 시작으로 현대차는 인도, 중국, 미국, 유럽 등 각 권역별로 생산거점을 건설한다. 기아차도 2002년 중국 옌청공장을 시작으로 해외 생산거점 확대에 열을 올렸다. 글로벌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생산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각 권역별 관세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해외 각 권역별로 현지 생산해 판매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현대차그룹이 해외 권역별로 완성차 공장을 설립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과정에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국내와 똑같은 SCM 공급망을 해외 각 생산거점마다 꾸리는 것이었다. 현대차그룹은 1차밴더사들도 현지에 동반진출하기를 원했다. SCM 관점에서 현대·기아차의 완성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차밴더사들의 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부품의 국산화를 실현했고, 1차밴더사 300여곳과 2,3차 밴더사 5000여곳을 수직계열화하며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했다. 이러한 SCM이 해외에서 그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완성차 생산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해외에 공장을 건설하면서 함께 따라나가는 부품사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는 전략도 펼쳤다"며 "해외 납품단가를 높여주거나, 공장 투자비를 일부 현대차그룹에서 지원하는 등 유인책을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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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차밴더사 모두가 현대차그룹을 따라 해외 모든 곳에 공장을 짓지는 못했다. 부품사마다 규모 및 투자 여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교적 규모가 크고, 자금력이 풍부한 만도 등의 경우 거의 모든 현대·기아차 해외공장 인근에 부품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1차밴더사들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거점 외에 브라질, 러시아, 체코 등 지역에는 동반진출하지 못했다.
현대·기아차 1차밴더사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에 공장을 세울 때, 많은 1차밴더사들이 그 인근에 현지 공장을 세워 부품을 납품했다"며 "1차밴더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곳들과 현대차 외에도 다른 완성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곳들은 투자 여력도 부족하고, 현대차에만 집중할 수 없는 등의 이유로 현지에 직접 나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1차밴더사들의 해외 동반 진출률이 100%에 다다르지 못하자,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SCM의 온전한 작동을 위해 현대글로비스의 역할 변화를 주문했다. 완성차 운송에만 국한했던 현대글로비스는 점차 현대차그룹 SCM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약 300여곳의 1차밴더사들의 국내·외 공장과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각 생산공장을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에 따라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거점마다 물류 인프라를 확보해 SCM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특히 1차밴더사의 사정으로 해외 법인 및 공장을 설립하지 못한 경우 현대글로비스가 전면에 나섰다. 현대글로비스는 1차밴더사들이 국내 및 해외 여러곳에서 생산한 부품을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각 생산거점으로 공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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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에게 주어진 역할은 단순히 1차밴더사 부품을 실어나르는 1차원적인 운송은 아니다. 완성차에는 최대 3만개의 부품이 투입된다. 하지만 똑같은 기능을 하는 부품이라도 차종별로 형태와 크기는 다르다. A업체에서 B부품을 만든다면, 차종별로 공급되는 B부품의 형태와 크기가 각각 다르다. 현대·기아차 완성차 각 공장마다 하루 단위로 여러 차종의 생산이 이뤄지는 만큼 각 공정에 필요한 A회사의 B부품은 다품목의 소량일 수 밖에 없다. 현대·기아차 공장이 전 세계에 분포돼 있고, 1차밴더사는 매일 '다품목·소량'의 부품을 여러 곳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물류비가 많이 들수 밖에 없다. 또 적시에 부품이 글로벌 전 공장으로 공급된다는 보장도 할 수 없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부품 공급을 개선하는 일이 현대글로비스에게 부여됐다. 여러 1차밴더들이 생산해 공급해야 하는 '다품목·소량' 부품을 현대글로비스가 한곳에 모아, 일정하게 현대·기아차 글로벌 공장에 납품한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기아차와 1차밴더사들 사이에서 부품의 공급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현대차그룹의 SCM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하는 윤활유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1차밴더사 관계자는 "국내 및 해외의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필요한 부품은 국내에 있는 부품사들이 현지생산해 공급하거나, 국내에서 생산해 현지로 보낸다"며 "이 과정에서 부품사들은 포워딩 업체를 통해 직접 부품을 글로벌 각지로 납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 1차밴더들이 현대글로비스를 이용한다"며 "현대차그룹은 1차밴더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했지만, 현대글로비스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생산거점마다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안정성과 효율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완성차의 생산일정에 맞춰 적시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촘촘한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했다"며 "주요 부품사의 국내 및 해외 공장에서 부품을 조달해 글로벌 현대·기아차 완성차 공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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