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아진 국내 증시 입성, 중국 '팽' 당하나 [외국기업 IPO 점검]①거래소, 회계 투명성 강화 목적…기술특례 요건도 엄격
심아란 기자공개 2019-08-05 14:07:35
[편집자주]
국내 증권시장에 외국기업이 등장한 건 2007년.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구애로 단기간에 중국기업 상장사가 늘었다. 이후 일본, 미국 등의 기업도 한국 시장을 찾았다. 그러나 회계 문제로 인한 상장폐지 사례가 늘자, 외국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금융당국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기업에 상장 문턱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외국기업 IPO의 변화할 구도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31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을 개정해 외국기업의 국내 증권시장 상장 요건을 정비했다. 국내 시장에 입성한 중국기업 가운데 절반이 회계 문제로 상장폐지된 결과다. 한국거래소는 외국기업의 회계 투명성 조건을 강화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 건전성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한국거래소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미국이나 일본 등 자본시장이 선진화된 국가의 기업에 한해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문을 열어줬다. 다만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한 탓에 중국기업은 물론 외국기업의 기업공개(IPO)가 어려워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기업 상장 명맥 끊긴다
한국거래소는 중국기업의 회계 투명성 강화의 일환으로 역외지주상장 요건을 손봤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해외 시장 상장을 자산 반출로 간주한다. 따라서 중국기업이 해외 시장에 상장하려면 대표가 국적을 바꾸고 홍콩이나 케이맨 제도에 SPC(특수목적회사)인 지주회사를 세워 이를 상장시켜야 했다. 앞으로는 거래소 상장 규정 변경으로 중국기업이 국내 시장에 상장하려면 SPC를 홍콩이나 케이맨 제도가 아닌 한국에 세워야 한다.
시장 관계자는 "홍콩은 중국과 법 제도나 문화가 비슷해 SPC를 세워도 관리가 가능했지만 한국은 언어나 제도의 한계가 있다"라며 "시간과 비용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중국기업이 국내 상장을 추진하기도 어렵고 거래소 입장에서도 중국기업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보난자제약이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거래소가 요구했던 주관사의 19개월 실사, 증치세 자료 등을 갖췄지만 실적, 경영 투명성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았다. 보난자제약 미승인으로 국내에서 중국기업 IPO를 추진하던 작업은 전면 중단됐다.
한국거래소는 2006년부터 중국기업 상장 유치를 시작했다. 2007년 3노드디지탈그룹유한공사를 시작으로 2018년까지 총 24곳의 중국기업이 국내 증시에 입성했다. 외국기업 상장사(34곳) 중 71%에 달하는 규모다. 문제는 24곳의 상장사 가운데 11곳이 회계 문제를 일으켜 상장폐지 됐다는 점이다.
올해만 해도 1월에 차이나하오란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법정기한 내 분기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해 상장폐지됐다. 5월에는 이스트아시아홀딩스가 2018년 사업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이 범위제한으로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으나 내년 5월까지 개선기간이 주어졌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기업이 그동안 문제를 일으킨 만큼 거래소가 중국기업의 상장을 제한하는 건 납득이 간다"라며 "다만 그동안 상장 주관사에 19개월 실사, 증치세 등 필터링을 요구하며 시간을 미뤄 혼선을 준 건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기술특례 허용, '개방' 아니다
한국거래소는 중국을 제외한 외국기업에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허용해줬다. 대상 국가는 미국, 프랑스, 호주, 일본, 영국, 독일, 캐나다,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 압축된다. 현재까지 기술특례 제도는 대부분 바이오 기업의 상장 트랙으로 활용된 만큼 시장에서는 외국 바이오 기업의 기술특례상장이 허용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코그네이트, 아벨리노랩, 소마젠 등 바이오 섹터에 속하는 미국 기업이 국내 증시 입성을 추진 중이다. 소마젠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외국기업이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하려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전문평가기관 2곳에서 기술평가 A등급을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미국의 신약개발사인 네오이뮨텍이 BB등급을 받아 IPO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주선인 자격도 엄격하게 제시했다. 최근 3년 이내에 외국기업 상장 주관 실적이 있어야 하며 부실기업 주선 이력은 없어야 한다. 부실기업이란 상장 후 2년 이내 투자주의 환기종목 또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곳을 일컫는다. 주관사의 의무인수 한도는 기존 25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기업에 문을 닫고 외국 바이오 기업에 문을 열어준 것 같지만 상장 조건을 감안하면 사실상 외국기업 상장은 불가능해진 것과 다름없다"라며 "그동안 외국기업의 진입시장은 낮고 관리시장이 허술했으므로 금융당국이 상장 문턱을 높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 바이오의 경우 기술평가의 전문성, 상장 후 관리 체계 부재를 고려하면 상장이 된다 해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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