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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이 '종잣돈', 투자귀재 황성환 대표는 누구 [성장가도 타임폴리오자산운용]③서울대 주식동아리 1기 출신, 사람 챙기는 리더십 '탁월'

허인혜 기자공개 2019-08-07 13:02:00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2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장의 철학이 그대로 회사의 경영전략이 되는 곳은 많지 않다. 그만큼 대표의 목표가 기본에 충실해야 긴 호흡의 회사 경영이 흔들리지 않는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경영 이념인 '상생상락'은 황성환 대표의 면모와 일맥상통한다. 배포가 크고 인내심이 강한 슈퍼투자가의 덕목과 사람을 첫 번째로 챙기는 경영 리더십이 황성환 대표의 무기다.

◇옥탑방 보증금 1600만원으로 '슈퍼개미' 반열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
황성환 대표(사진·43)의 출발은 남달랐다. 군대를 갓 제대한 어린 나이에 옥탑방 전세금을 탈탈 털어 주식에 투자하는 간 큰 떡잎이었다. 슈퍼개미도 일단 투자자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세간의 오해를 깼다. 군에서 갓 제대한 그는 사촌형이 코스닥으로 대박을 맛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옥탑방 전세금 1600만원과 과외로 번 돈을 주식에 투자했다. 월급을 모아서는 시가 2억원의 아파트를 사는 데만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에 재학 중이던 황성환 대표는 1999년 서울대 주식연구동아리 스믹(SMIC: SNU Midas Investment Club)을 만난다. 황성환 대표와 함께 스믹을 출범시킨 1기 회원들은 현재 투자업계에서 내노라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스믹과 사촌형의 일화는 황성환 대표가 배수의 진을 치고 자본을 '올인'하는 배경이 됐다.

1600만원의 종잣돈은 1년 사이 3000만원까지 불었다. 주식거래를 허용한 주식콘텐츠 업체에 입사해 주식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다. 2001년부터 동원증권 실전대회 등에서 괄목할 만한 수익률을 보이며 상금을 타냈다. 이 상금은 고스란히 주식 투자자금으로 쓰였다. 1600만원이 20억원으로 늘어나는 데는 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4년 입사한 대우증권을 박차고 나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을 인수한 때가 1년 만인 2005년, 28살이었다.

황성환 대표의 투자 전략은 시나리오와 퀀트, 멀티시스템으로 정의된다. 적은 돈을 수백억원대로 불린 데다 초반 스토리 탓에 공격형 투자가로 비쳐지지만, 근거가 확실한 전망과 꼼꼼한 펀드 운용으로 손실을 보지 않는 게 그의 주전략이다. 매주 일요일 한 주가 시작되기 전 주단위의 투자 동향을 가늠하는 시나리오, 통계를 활용한 퀀트를 활용해 투자 종목을 정한다.

멀티 시스템도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특기다. 13명의 매니저가 한 펀드를 함께 운용한다. 황성환 대표가 대우증권 프랍에 근무하던 시절 익힌 구조다. 황성환 대표는 글로벌 사모펀드에서 멀티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를 살핀 뒤 국내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봤다. 전략이 맞아 떨어져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월마다 유의미한 수익을 내고 있다.

세가지 전략에 힘입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상반기 설정액은 1조3489억으로 운용사 81곳 중 1위를 기록했다. 더벨 헤지펀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상반기 헤지펀드 수익률에서도 상위 10위권에 '타임폴리오 The Time-H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3.57%), '타임폴리오 The Time-A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2.95%), '타임폴리오 The Time-M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2.37%) 등 3개 펀드를 올렸다.

주식시장에 뛰어든 지 20년차, 긴장이 다소 풀어질 법도 하지만 황성환 대표는 요즘도 운용 수익률을 챙기고 아침 회의를 주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오전 7시 40분 운용본부 회의, 주간 리스크 관리와 언론 모니터링을 손수 살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전략이나 경영 루틴을 벤치마킹했다기보다 초보 주식투자가 시절부터 쌓았던 경험을 운용과 경영에 녹여냈다"고 평했다.

◇종업원지주회사·도제식 교육…"사람 챙기는 리더십에 수익률도 따라온다"

목표를 이루면 과감히 빠져나오는 배포는 대우증권 퇴사와도 맞닿는다. 황성환 대표는 대우증권 딜링룸에서 핵심 딜러로 근무하다 1년 만에 사표를 던졌다. 대형 투자사와 조직생활을 두루 경험했으니 나만의 회사를 차리겠다는 목적이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회사를 꾸리려면 조직생활을 겪어봐야 한다'는 책임감이 먼저 작용했던 셈이다.

업계 최초의 종업원지주회사 전환은 이 책임감의 발로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투자자문사 시절인 2015년 전 직원 모두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지분을 보유한 종업원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했다. 황성환 대표는 당시 기업이념인 상생상락을 실현하기 위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증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임직원 관리를 총괄하는 그는 매년 5월께 치러지는 직원 인사평가도 담당한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식구라면 오랜 기간 쌓은 투자 전략도 아까움 없이 내준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멀티매니저들은 황성환 대표의 도제식 교육을 거쳤다. 초반 황성환 대표가 거의 모든 운용을 도맡았지만 최근에는 멀티매니저들의 역할이 훨씬 커졌다. 황성환 대표의 교육으로 일정 수준에 다다른 매니저들에게 펀드 운용을 각각 배분하면서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2016년 설정한 멀티전략의 펀드들은 올해도 꾸준한 수익률을 내고 있다. 매니저 개개인이 롱숏과 메자닌 IPO, 이벤트드리븐(event-driven) 등의 전략을 구사한다. 출시일 대비 누적수익률이 28.8%로 연환산 수익률이 9.15%다.

황성환 대표는 2017년 금융투자협회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강의를 통해 '사람을 얻는 방법은 운명이 아니라 노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의 사람장사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핵심 인력을 꾸리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스믹 선후배 사이로 인연이 깊었던 이주상 전무를 기획자로 발탁했다. 안형진 당시 헤지펀드운용 본부장은 대리로 입사했지만 2년 만에 성과를 인정받아 본부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안형진 헤지펀드본부장이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대표로 독립할 때에도 잡음을 만들지 않았다. 되려 연10%의 수익률을 안겨줬던 안형진 대표의 운용 능력을 믿고 300억을 빌리언폴드의 비트펀드(Billion Beat) 4종에 투자하며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운용 철학을 홍보하는 계기로 삼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멀티매니저를 주축으로 운용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설정액이 1조원을 돌파했을 때, 외부에서도 여러 사모펀드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쏟아진 것으로 안다"며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임직원 교육 방식과 투자 전략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회사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준 결과다. '상생상락'은 고객뿐 아니라 회사와 직원도 즐거워야 한다는 일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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