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페이, 실험은 끝났다…영토 확장 스타트 ①11번가, T페이 영업 양수해 11페이와 통합…커지는 간편결제 시장 군침
이충희 기자공개 2019-08-09 07:34:00
[편집자주]
지난해 80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유통 대기업들이 저마다의 페이(Pay) 서비스를 내세우며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를 이루며 더이상 페이 서비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 대기업들의 치열한 '페이 전쟁' 현황과 서비스 전략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6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초 11번가는 기존 11페이와 SK텔레콤의 T페이를 합친 SK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통합 SK페이는 그간 자사 온라인 마켓에만 주로 머물렀던 11번가의 간편 결제 서비스를 온·오프라인 다방면 영역으로 확장할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SK페이를 론칭한 건 국내 간편 결제 시장 확대와 핀테크 시대 전환을 염두에 둔 SK텔레콤의 중장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SK페이는 온라인 유통업계 경쟁자인 신세계 SSG페이나 롯데 L페이, 쿠팡 쿠페이는 물론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같은 IT계열 선두주자들까지 견제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플래닛, 2012년 국내 최초 간편결제 서비스
SK텔레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가상 결제 수단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서비스 론칭한 멤버십 포인트 위주의 전자지갑 앱 '스마트월렛(smart wallet)'이 이런 고민의 흔적이다.
SK텔레콤은 2011년 자회사 SK플래닛을 설립했고 이듬해 국내 최초의 간편결제 서비스로 평가받는 '페이핀'을 선보였다. 2014년엔 스마트 월렛을 '시럽 월렛'으로 명명하는 등 변화를 주기도 했다. SK플래닛은 설립 초기부터 전자지갑이나 간편결제 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내세우면서 이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경험을 쌓은 SK플래닛은 2015년부터 간편 결제 서비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해 4월 '시럽 페이'를 공식 선보이면서 현재 업계 선두주자로 평가 받는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신세계 SSG페이보다 앞서서 스타트를 끊었다.
2017년엔 명칭을 '11페이'로 다시 한번 변경했다.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결제 규모 성장을 이끈 11번가에게 힘을 싣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난해 SK플래닛에서 분리된 11번가는 이 간편 결제 사업을 물려 받아 통합 'SK페이'를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11번가는 올초 모회사 SK텔레콤으로부터 T페이 영업권을 양도해왔다.
SK텔레콤은 SK페이를 통해 11번가를 단순 오픈마켓 위주의 이커머스 기업에서 탈피시키는 구상도 그리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 가입자를 기반으로 페이(pay) 서비스를 결합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미래 먹거리인 핀테크 시장에서도 다양한 사업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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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이체·송금 기능도 준비…서비스명에 SK 부각 주목
11번가는 SK페이 론칭과 동시에 가맹점 수를 확대하고 각종 신용카드 결제 기능 등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SK텔레콤 멤버십 포인트를 쓸 수 있는 전국 3만1000여개 가맹점에서 휴대폰 소액결제 기능만 지원하고 있다. 사업 영역이 확대되면 타사 간편 결제 서비스 이상의 파급력을 갖출 것으로 11번가는 보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이미 일부 오프라인 T월드에서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가 지원되고 있다"면서 "8~9월 중 다른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도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할 수 있도록 순차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후 계좌이체나 송금결제 기능도 추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 이름에 'SK'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이다. 지금까지는 시럽페이, 11페이, T페이 같은 서브 브랜드 네이밍을 고수했지만 이제는 그룹명을 전면에 내세웠다. SK텔레콤을 중심으로 그룹이 페이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처럼 경쟁사들이 브랜드에 그룹명을 쓰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가 높은 SK를 전면에 내세우면 결제 과정에서 더욱 안전한 서비스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면서 "가맹점과 가입자를 늘리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페이 서비스는 11번가 제휴시너지그룹에서 전담하고 있다. 이 조직은 11번가의 외부 제휴사들과 다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곳이다. 현재 여러 금융회사와 협력해 신용카드 발급과 결제 기능을 추가하기 위한 물밑작업에 한창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각종 쇼핑몰에도 SK페이를 서비스하기 위한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게 11번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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