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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 식은 사무라이본드, 한일 관계 여파는 정치 이슈보다 금리·스왑 여건 관건…만기보유 투심 여전

피혜림 기자공개 2019-08-08 13:38:09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6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역대급 발행량을 기록했던 사무라이본드가 올들어 한국물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고 있다. 연초 한국석유공사와 대한항공의 엔화 채권 발행으로 열기를 이어가는 듯 했으나 이후 발행량이 급감했다. 지난 7월 KT가 발행에 성공해 간신히 명맥을 이은 수준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양국 간 무역 갈등이 금융 보복으로 이어질 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일 관계 여파가 사무라이본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사무라이본드 시장이 주춤한 것은 엔화 채권의 금리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일본 투자자 성향 상 한일 정부간 갈등이 채권 유통시장으로 번지는 일 역시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무라이본드 열풍 '주춤'…한일관계 악재 여파는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 2분기를 기점으로 한국물 시장 내 사무라이본드 발행 열풍이 주춤해지고 있다. 사무라이본드는 지난해 2420억엔 규모의 발행량을 기록해 발행금액 기준으로 전년 대비 9.2배 성장했다.

올 1분기에도 한국석유공사와 대한항공의 발행으로 훈풍을 이어갔으나 올 2분기 한국물 시장 내 발행량이 제로(0)로 돌아섰다. 회계연도가 4월에 시작되는 일본 금융시장 특성상 2분기부터 사무라이본드 발행량이 증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일 정부 간 갈등으로 사무라이본드 시장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등 무역갈등이 가시화 되자 금융 보복 가능성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지난 7월 사무라이본드 발행에 나섰던 KT는 갑작스럽게 비화된 한일 무역갈등으로 난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간 갈등이 사무라이본드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인만큼 발행사가 사무라이본드 시장을 택할 여지가 줄어들 순 있지만 향후 시장 자체를 경색시킬 만한 요소는 아니라는 평가다.

오히려 미국 채권 금리와 엔화와 달러 간 스왑 여건 등이 사무라이본드 발행의 관건으로 지목된다. 올 2분기 사무라이본드 발행량이 감소한 것 역시 미국 채권금리 하락세로 엔화 금리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완화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 남북 관계가 악화된 상황 속에서도 국내 이슈어의 엔화채권 조달은 무리가 없었다"며 "사무라이본드 시장의 드라이버는 정치적 이슈보다는 달러-엔 스왑 여건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엔화 채권 시장 외면 어려워…유통금리 영향도 미미

달러와 엔화 스왑 금리 등의 여건 상 사무라이본드 발행의 금리 메리트는 여전한 상황이다. 달러 채권 발행금리가 낮은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의 국책은행을 제외하면 스왑 시기에 따라 조달 금리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달러와 유로화와 함께 엔화가 G3통화로 분류되는 탓에 발행사 역시 사무라이본드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발행사 입장에서도 굳이 현재 사무라이본드를 찍고자 나서진 않겠지만 엔화 만기가 도래하거나 자주 발행했던 이슈어의 경우 스왑과 금리 여건 등을 모니터링하며 엔화를 조달 통화 중 하나로 계속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채권 투자자 특성상 앞서 발행한 사무라이본드의 유통금리 역시 별다른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시장 내 달러 채권이 빈번하게 거래되는 것과 달리 사무라이본드 투자자는 통상적으로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한다. 일본 채권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만기보유 목적으로 투자한 탓에 유통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이번 사태로 인한 유통금리 상승 효과 역시 미미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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