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8월 14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3년간 새로 생긴 바이오 벤처기업은 1000개가 넘는다. 2016년엔 440개, 2017년엔 300개가 넘는 회사가 새로 생겼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추세였다.벤처기업, 중소기업들은 바이오를 새로운 사업목적으로 추가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해 바이오 진출을 꾀한다. 제대로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투자를 하는 곳도 있겠지만 주가 부양을 위해 한탕주의 식으로 바이오를 산업 목적에 추가하는 경우도 많다.
바이오 벤처들이 내세우는 것은 대부분 '신약'이다. 항암제가 대세다. 면역항암제, CAR-T, 바이러스 항암제 등 다양하다.
바이오 벤처의 목적은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신약 물질을 발굴해 치료제를 만들고 임상을 거쳐 글로벌 시장, 혹은 국내 시장에서 이를 시판하는 게 바이오 벤처 '성공'의 잣대다.
신약물질을 개발해 치료제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다. 신약 물질 후보는 있어도 이를 제대로 추출해 내지 못할 수 있다. 추출 효율이 얼마냐도 관건이다. 개발은 해도 생산에 실패할 수 있다.
임상 과정은 복잡하고 어렵고 돈도 많이 든다. 임상은 1,2,3상으로 구분된다. 각 단계마다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건강한 사람에게 부작용을 테스트하는 1상부터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를 검증하는 2,3상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실험실과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제한된 환경에선 나타나던 효능이 임상에선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각 임상 단계마다 성공 확률은 곱절로 줄어든다.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를 모집하는 것은 돈이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된다. 그렇게 모집한 임상 환자들이 제멋대로 다른 약을 투약해 임상 실험 데이터를 망치기도 한다.
용케 임상을 통과해도 문제다. 전세계 글로벌 빅 파마들도 항암제에 도전하고 있다. 바이오벤처에 비해 수백 수천배 몸집이 큰 회사들이다. 신약 물질이 있다면 수천억을 들여서라도 사들이고 수십조원 규모의 M&A가 일어나는 판이다. 빅파마들은 더 많은 파이프라인에 더 많은 자금을 투여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 바이오 벤처에서 신약 개발에 성공해도 글로벌 빅파마에서 비슷한 효능의 신약을 먼저 내놓으면 후발주자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임상에 성공하고도 빛을 보지 못하는 신약 후보들이 수없이 많다. 해외 바이오 벤처들이 임상을 완주하기 보다 라이선스 아웃을 먼저 고려하는 이유다.
1000여곳의 바이오벤처 중 이런 과정을 거쳐 성공할 수 있는 곳이 몇개나 될까. 후하게 쳐줘야 5개 남짓한 수준이다. 성공확률은 0.5%, 실패 확률은 99.5%다. 이처럼 신약 개발이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신라젠이 펙사벡 간암 적응증 임상에서 중도 하차하게 됐다. 신라젠 임상이 '실패할 확률'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최소한 신라젠은 한탕주의로 주가를 부양하려던 회사는 아니었다. 신약 개발을 위해 실명의 위험까지 무릅쓰고 밤낮 없이 연구한 수 많은 바이오 벤처 중 하나다.
신라젠을 욕할 필요 없다. 신라젠에 수조원의 기업가치를 부여했던 과도한 맹신이 환상을 만들었을 뿐이다. 제2, 제3의 신라젠이 계속 나와 실패하고 좌절하는 과정에서 0.5%의 성공 확률을 찾아 내는 것이 바이오 산업이다. 바이오 산업이 한국의 미래 먹거리라는 데엔 이견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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