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고수하는 삼성물산, 리뉴얼 공세 이겨낼까 브랜드 선호 최상위 불구, 재건축·재개발 수주전 침묵…향후 인지도 하락 가능성 제기
신민규 기자공개 2019-09-03 14:00:00
이 기사는 2019년 08월 30일 13: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 종합건설사들이 주택시장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브랜드 리뉴얼 공세에 나선 반면 삼성물산은 기존 브랜드를 고수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래미안'은 GS건설의 '자이'와 함께 국가고객만족도 기준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년째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들과 행보가 대비된다. 향후 서울 알짜 부지에 브랜드 사용률이 떨어질수록 인지도가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삼성물산은 20년전인 2000년도에 '래미안' 브랜드를 출시했다. '미래지향적이며(來), 아름답고(美), 편안한(安) 아파트'라는 뜻으로 첫선을 보인 이래 20년 넘게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당시 '래미안' 브랜드를 내세워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수주전을 승리로 이끌어 2015년 이전까지 도시정비 수주시장 최강자로 자리잡기도 했다.
'래미안'이 등장한 이후 경쟁사들도 브랜드를 잇따라 내놓기 시작했다. GS건설의 '자이',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등도 2000년대 생겨난 브랜드들이다.
과거 삼성물산이 브랜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면 최근에는 경쟁사들이 먼저 브랜드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에서 갈수록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대형사들은 브랜드 로고의 글자크기를 비롯해 브랜드 아이덴티티(BI, Brand Identity)까지 바꿔가며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13년만에 브랜드 리뉴얼에 나섰다. 지난 3월 '힐스테이트'의 기존 로고를 한글로 통일하고 글자크기도 확대했다. 아파트 외벽에 현대건설 로고도 함께 표시하기로 결정했다. 대우건설도 상반기 '푸르지오' 브랜드 세번째 리뉴얼에 나섰다. 한화건설은 기존 '꿈에그린'과 '오벨리스크'를 대체할 'FORENA(포레나)' 브랜드를 개발했다. 롯데건설 역시 '롯데캐슬 3.0'을 통해 외관 디자인을 바꾸고 하반기 프리미엄 브랜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브랜드 홍보에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반면 삼성물산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물론 GS건설의 '자이' 브랜드도 기존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정은 다소 다르다. GS건설은 각종 도시정비사업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선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진행된 일부 브랜드 평판 조사에선 '자이'가 '래미안'을 앞서기도 했다. 수주전에서 승승장구 하며 인지도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물산은 반대로 서울지역 수주전에 좀처럼 나서지 않고 있다. 올해 초 반포1단지 3주구 재건축 수주전에 깜짝 등장했지만 주목을 끄는 정도에 그쳤다. 최근 갈현1구역, 한남3구역 등 수주전에 건설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보수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 내부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이 과열양상으로 치달아 자제하고 있다지만 수주잔고와 업계 침체상황을 감안하면 낙관하기 힘든 면이 있다.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이 경쟁사들의 차지로 이어질 경우 중장기적으로 서울 알짜부지에서 '래미안' 브랜드를 달고 지어진 신축 건물이 줄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물산의 수주잔고 추이를 보면 주택사업의 변화는 더욱 절실한 면이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말 대비 수주잔고가 15% 감소해 업계에서 곳간이 가장 빠르게 비어갔다. 옛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줄어드는 추세다. 2016년 이후 수주잔고가 30조원을 밑돌고 있다. 시공능력평가에서 1위에 올랐지만 수주잔고 기준 7번째로 밀려났다. 같은 기간 수주목표치 역시 21% 정도 달성률에 그쳤다. 삼성물산은 11조7000억원을 수주목표로 제시했지만 올해 상반기 2조5000억원을 달성했다.
업계 일각에선 '래미안' 브랜드의 파워가 여전히 막강하지만 주요 지역에 브랜드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인지도가 희석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삼성그룹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악재도 삼성물산의 적극적인 의사결정에 발목을 잡고 있다.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뇌물혐의와 관련한 대법원 선고 과정에서 원심(2심) 판결이 파기돼 뇌물로 인정된 금액이 더 늘어났다.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묵시적 부정 청탁'을 했다는 점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래미안' 브랜드는 아파트 부문 NCSI 1위로 명실상부 업계 최상위에 있는 만큼 리뉴얼 자체가 불필요하다"며 "기존 브랜드에 사물인터넷(IoT), 그린에너지 등을 적용해 이미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상황으로 수주전에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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