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협력사 투자 성적표]로보스타, 20년만에 LG로 컴백…수익은 아직LG전자, 800억원에 경영권 인수…협력사 넘어 시너지 극대화 추진
김슬기 기자공개 2019-09-04 08:21:51
[편집자주]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 모델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대기업과 협력사간 공동 연구를 하고 안정적인 공급 체인을 만드는 것은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다. 더 나아가 대기업들이 협력사 지분에 투자를 하면서 관계를 더 공고하게 하는 모델까지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이 협력사 지분에 투자한 사례를 통해 상생 모델의 성적표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3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LG전자의 화두는 '고객의 더 나은 삶'이다. LG전자가 이를 위해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로봇사업이다. LG전자는 효율적인 사업확장을 위해 엔젤로보틱스, 아크릴, 로보티즈, 보사노바 로보틱스 등 다양한 로봇업체들에 직접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이 중 화룡점정은 로보스타의 경영권 인수였다.LG전자는 로보스타의 경우 협력사를 넘어서 계열사로 아예 편입해 사업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해당 경영권 인수에만 800억원가량을 투입하는 등 LG전자가 로보스타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컸다.
로보스타는 엄밀히 말하면 LG에서 떨어져 나간 종업원 지주 회사다. LG산전(현 LS산전)이 구조조정을 하던 1999년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로봇사업부를 분사해 매각했다. 그때 지분과 경영권을 떼어 갔던 인물들이 로보스타의 대주주와 임원들이다.
20년 만에 LG의 품으로 돌아와 대기업 계열사로 다시 자리 매김했다. 로보스타의 최근 주가는 2만원을 하회하고 있어 지분가치가 250억원가량 빠졌지만 향후 LG 계열사 공장의 무인화 등이 본격화되면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으로 LG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로보스타의 지분가치는 약 68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말 지분가치는 703억원 가량으로 전년말 대비 지분가치가 2% 가량 떨어졌다. 2018년 7월 최초 지분 취득가인 793억원에 비해서는 13% 가량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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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로보스타의 지분을 인수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지난해 5월에 로보스타 인수가 본격화됐다. LG전자는 지난해 5월말 당시 최대주주인 김정호 대표이사(회장) 보유주식 88만235주와 강귀덕 사장의 9만7500주 등 총 97만7735주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두 사람의 지분가치는 257억원으로 책정됐다. 주당 2만6350원이었다.
그해 7월 로보스타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195만주를 LG전자에 배정했다. LG전자는 신주를 인수하는데 536억원을 들였다. 주당 발행가액은 2만7417원이었다. LG전자는 로보스타의 인수에만 총 793억원을 쓴 것이다. 로보스타의 구주와 신수 인수를 통해 총 292만7735주를 보유, 총 30.03%의 지분율을 가지게 됐다. LG전자는 이로써 로보스타의 최대주주가 됐고, 로보스타는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계열사로 거듭났다.
LG전자가 인수한 로보스타는 1999년 설립됐고, 2011년에 상장된 곳으로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회사다. 로보스타는 디스플레이나 자동차, 반도체, IT(휴대폰 및 모바일) 등 다양한 산업 제조현장에서 사용되는 제조용(산업용) 로봇과 FPD(Flat Panel Display) 제조현장의 각종 초정밀 생산 및 검사 등 다양한 공정장비인 FPD 장비와 IT부품 제조장비등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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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스타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제조용 로봇 매출이 66%(1275억원), FPD장비 매출 18.82%(363억원), IT부품 제조장비 13.38%(259억원)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매출액은 1932억원선이었다. 2017년 매출액 2065억원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했다.
로보스타는 창립 때부터 LG전자와의 인연이 깊었던 곳이다. 과거 LG산전(현 LS산전)의 로봇사업부가 전신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까지 LG산전은 엘리베이터 뿐 아니라 전동공구 생산, 자판기 기계 제조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왔다. 당시 로봇사업부도 사업 포트폴리오 중 하나였으나 1998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LG산전이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인 자산 매각을 단행했고, 이에 따라 1999년 로봇사업부도 LG산전에서 분리됐다. 당시 로봇사업부를 이끌던 김정호 회장과 함께 관련 사업을 했던 직원들이 함께 나와 현재의 로보스타를 만들었다. 현재 로보스타를 이끌고 있는 강귀덕 사장을 비롯해 주현석 전무, 신우철 전무 모두 LG산전 출신이다. LG그룹과는 인연의 고리가 깊었던 셈이다.
로보스타의 주가는 LG전자의 지분인수 전후로 변동이 컸다. 지분인수가 이뤄지기 전인 2017년~2018년 상반기에만 해도 로보스타의 주가는 1만원대 후반에서 2만원대 초반을 오갔다. 하지만 LG전자가 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는 2만원대 후반에서 3만원대까지 올라갔다. 그해 7월 17일 LG전자가 대주주로 올라섰을 때에는 4만1800원까지 주가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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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9월까지는 3만원대의 주가를 유지하다가 미·중 무역분쟁 및 미국 금리인상 우려가 확대되면서 10월 주가 급락을 경험했다. 연말까지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LG전자가 보유한 지분가치가 701억원까지 떨어졌다. 또 최근의 실적 부진으로 주가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상반기 로보스타의 반기매출은 869억원이었고 16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다만 향후 LG그룹향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지난해부터 로보스타는 수직다관절 로봇 라인업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LG전자 중국 현지 공장과 더불어 베트남 LG디스플레이 공장에 산업용로봇을 납품했다. 지난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국내외 계열사에서 총 532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에는 LG전자에서만 307억원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해도 LG그룹 편입에 따른 일회성 비용과 세무조사 등으로 인해 실적이 부진했으나 향후 LG그룹의 무인화와 자동화 하드웨어 관련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스마트 팩토리 관련 로봇 하드웨어 업체로 변모하면서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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