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 리포트]'1위 흔들' 서울우유, 발목잡는 협동조합 지배구조④낙농 조합원 이익 '제일주의'…신사업 추진 '소극적'
양용비 기자공개 2019-09-05 13:01:00
[편집자주]
국내 출산율이 '0명대' 시대에 접어들었다. 분유와 우유 등의 주 소비층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유(乳)업계는 사업 다각화, 제품 고급화 등을 통해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위기에 봉착한 유업계의 현재를 들여다보고 업체별 대응책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3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업계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이 흔들리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1위의 바탕이자 단점인 지배구조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매일유업·남양유업 등 경쟁사가 주식회사인 것과는 달리 서울우유는 협동조합의 형태다. 농협중앙회의 품목축협에 소속된 조합으로, 단위농협에 가깝다.서울우유는 협동조합이라 경제 활동의 목적도 경쟁사들과는 판이하다. 경쟁사들은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하지만, 서울우유는 구성원인 조합원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협동조합의 구조는 분명 조합원들에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강하다. 원유가 인상에 따른 영향이 경쟁사에 비해 작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조합원이 많다보니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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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모두 낙농업자…원유가 상승은 오히려 호재
협동조합의 핵심 구성원은 조합원이다. 착우유 5두 이상의 낙농업을 경영하는 사람이 조합에 출자금을 납부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우유의 조합원 수는 1618명에 이른다.
서울우유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경제 활동의 목적이 이윤 극대화가 아닌 조합원의 실익 증진이다. 원유(原乳)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경쟁사에 비해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해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우유 입장에선 원유가가 인상하면 기존 대비 높은 가격에 원유를 구매해야 하지만, 판매자인 조합원의 입장에선 이는 곧 이익 증가를 의미한다.
원유가격은 2013년부터 정부가 도입한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결정된다. 기본 원유가격에 물가상승률과 생산자물가를 더한 뒤 낙농가와 유업체의 협상도 일부 반영된다. 원유가격 결정을 두고 낙농가와 유가공업체의 갈등이 커지자 농립축산식품부가 도입한 제도다.
원유는 유업을 운영할 때 필수 원료인 탓에 가격 상승은 유가공업체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다만 서울우유의 경우엔 낙농업자들이 조합원인 데다, 설립 목적 자체가 구성원의 이익 증진이어서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다.
서울우유 조합원은 서울우유에만 원유를 공급한다. 서울우유는 조합원에게서 납품받은 원유를 가공해 판매한 돈으로 다시 원유값을 지불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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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추진엔 보수적인 구조
서울우유는 오랜 업력에서 비롯된 우유 경쟁력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록한 매출은 1조6749억원으로 1조3001억원을 기록한 매일유업과 30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서울우유의 매출 대부분은 원유를 통해 우유·치즈·분유 등을 생산하는 가공사업에서 나온다. 가공사업은 올해 상반기 791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8198억원)의 96.5%를 비중을 차지했다. 가공사업이 서울우유를 '톱' 지위를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최근 서울우유는 업계 넘버원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업계 2위인 매일유업이 사업다각화를 진행하면서 서울우유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2017년엔 오히려 매일유업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1937년부터 업계 톱을 유지했던 서울우유의 아성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서울우유가 최근 매일유업에게 업계 1등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원인으로는 소극적인 사업 다각화가 꼽힌다. 서울우유는 유가공부문 외 사업으로는 2017년 론칭한 유제품 전문 디저트카페 '밀크홀1937' 뿐이다. 아직까진 전국 5개 매장에 불과하다. 외식업과 카페, 유아복 사업 등으로 일찍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매일유업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우유가 사업 다각화에 소극적인 이유는 신사업에 보수적인 협동조합의 특성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자체적으로 자본을 마련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활동을 벌이는 탓에 △신사업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 △기존 사업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협동조합은 출자액에 상관없이 1인 1표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대주주의 영향력이 큰 주식회사와는 달리 협동조합은 조합원 1명당 영향력이 크다. 서울우유의 조합장의 신사업에 대한 의지가 크더라도 조합원이 반대하면 사업다각화는 힘든 셈이다.
일단 올해 3월 당선된 문진섭 조합장은 신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상황이다. 다만 유행하는 사업이 아닌 협동조합이 잘할 수 있는 사업을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협동조합이다보니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야해서 의사 결정 과정이 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낙농업 발전이 설립 목적이기 때문에 우유 제품 중심의 한우물 경영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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