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CVC' 하나벤처스에 화력 집중 [금융지주 VC 분석]①계열사 주요 출자자 참여, '창업벤처투자협의회' 역할 주목
안경주 기자공개 2019-09-06 08:06:18
[편집자주]
스타트업의 성장과 함께 국내 벤처캐피탈업계의 '판'이 커지면서 금융지주 회사들이 벤처투자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000년 닷컴버블로 인해 금융사들이 벤처투자 관련 조직을 없애거나 축소시켰으나 최근 '혁신 성장'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 기조와 맞물려 다시 기지개를 켰다. 금융지주사들은 벤처캐피탈(VC) 회사를 신설하거나 모펀드를 만들어 운영에 나섰다. 벤처기업 등에 대한 직접 투자 비중도 늘리고 있다. 벤처투자시장에 뛰어든 금융지주사의 차별화된 전략과 강점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5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이 공격적인 벤처투자에 나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한국벤처투자와 손잡고 국내 금융그룹 중 처음으로 1100억원 규모의 민간 모(母)펀드를 선보인데 이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Corporate Venture Capital)이자 12번째 자회사인 하나벤처스를 출범시킨 탓이다.하나벤처스는 앞으로 모험자본 공급을 통해 창업·벤처 등 혁신기업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향후 3년간 누적 운용자산(AUM)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는 등 공격적 투자를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의 주요 계열사들도 하나벤처스가 결성하는 펀드에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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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벤처스 적극 활용…민간 모펀드 추가 조성
창업·벤처 등 혁신기업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는 하나금융은 우선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이자 신기술기업금융업자인 하나벤처스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하나벤처스는 지난해 10월 하나금융이 전략적으로 출범한 벤처캐피탈사다. 기존 금융그룹 계열사로는 진행하기 어려웠던 창업초기(스타트업)부터 성장단계 기업까지 포함하는 모험자본 투자를 전문으로 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혁신기업에 직접 투자를 하면 일반적은 투자에 비해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돼 회사의 BIS비율 하락 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하나벤처스는 하나금융 계열사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를 도맡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하나벤처스는 성공적인 역량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결성한 1000억원규모의 '하나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펀드'를 기반으로 투자금 지원이 절실했던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처 발굴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하나벤처스는 조만간 추가적인 펀드 결성을 통해 혁신기업에 대한 기업성장 과정 전반에 걸친 투자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또 하나벤처스는 2021년까지 3년간 총 1조원규모 중소·벤처기업 펀드를 운용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헬스케어를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하나금융이 하나벤처스를 통해 혁신기업 투자에 나서는 만큼 계열사의 역량을 집중시키기로 했다는 점이다. 특히 KEB하나은행 등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기로 했다. 사실상 계열사의 혁신기업 투자금을 하나벤처스에 집중시키는 셈이다.
1000억원규모로 결성한 '하나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펀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내 벤처캐피탈이 설립 후 첫 번째 블라인드펀드를 1000억원규모로 조성한 것은 업계 최초다. 하지만 펀드 출자자 현황을 보면, 하나금융 계열사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이 펀드에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등 하나금융 계열사들이 550억원을 출자했다.
하나금융 다른 관계자는 "하나벤처스 설립으로 인해 하나금융 계열사들은 (하나벤처스 외) 다른 벤처캐피탈이 조성하는 펀드의 출자자로 참여하기 어렵게 됐다"며 "당분간 이 같은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KEB하나-KVIC 유티콘 모펀드'와 같은 민간 모펀드 추가 조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해 한국벤처투자와 손잡고 1100억원규모의 민간 모퍼드를 선보였다. 하나은행 등 하나금융 계열사가 1000억원, 한국벤처투자가 100억원을 출자한 펀드는 국내에서 처음 조성된 민간 주도형 유니콘 모펀드다.
하나금융은 유니콘펀드의 성공을 기반으로 혁신성장금융 분야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제 2,3의 민간 모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빠르면 올해 하반기 추가로 모펀드를 조성해 창업·벤처 등 혁신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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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모헙자본 투자 컨트롤타워 '창업벤처투자협의회'
하나금융은 지난 6월 그룹 차원의 창업·벤처기업 혁신금융 지원을 위한 '혁신금융협의회'를 출범시켰다. 혁신금융협의회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의장을 맡고 관계사 사장과 그룹 주요 임원 17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또 혁신금융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혁신금융협의회 산하에 '기업여신시스템개선협의회'와 '창업벤처투자협의회' 2개의 분과협의회를 운영한다.
이는 한 발 먼저 조직을 신설한 신한·KB금융 등의 혁신금융협의회와 대동소이한 구조다. 다만 직간접투자와 펀드 조성 등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담당하는 '창업벤처투자협의회'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각 계열사별로 추진하고 있는 벤처투자 내용이 공유되고 직간접투자 및 매자닌 투자(CB, BW 등) 확대 등 실무협의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현재 월 1회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창업벤처투자협의회는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벤처서 등 계열사 내 벤처투자를 담당하는 임원이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창업벤처투자협의회 내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곳은 하나은행 중소벤처금융부다. 벤처캐피탈이 조성하는 펀드에 대한 출자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에 대한 출자업무가 일원화 되면서 중소벤처금융부에서 모든 출자업무를 담당한다"며 "각 계열사별 출자금액 조율도 (중소벤처금융부에서) 이뤄지는 만큼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창업벤처투자협의회는 '창업→성장→성숙→안정' 등 기업의 생애주기 단계마다 그룹사 간 협업으로 연계한 금융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티아이가 창업 단계에서 선발과 인큐베이팅을 맡고, 하나벤처스는 성장 단계에서 벤처투자를 실시한다. 성숙 단계에서 하나금융투자는 펀드를 조성하고 IPO(기업공개) 계약을 체결하고 하나은행은 연계 대출로 추가적으로 자금을 뒷받침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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